한겨울 노숙 농성하는 산재 유가족 보다 기업주 걱정인 민주당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요구하며 국회 앞 농성 중인 고 김용균 씨 어머니와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조승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연말 임시국회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개정됐지만 외주화 금지도 부실하고, 산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계속됐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재해에 대한 기업 책임을 폭넓게 규정하고 처벌 하한선 등을 도입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목소리를 높혀 왔다.

9월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포함한 전태일 3법이 국민청원 10만 명을 넘겨 발의됐다.

하지만 12월 9일 본회의에서도 거대 여당 민주당은 탄력근로제와 노조법 개악은 통과시키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외면했다.

이에 임시국회 종료 전(2021년 1월 8일)에 법안 통과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고 김용균 씨 어머님을 비롯한 산재 피해 유족들과 노동자들이 무기한 단식 중이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는 여름부터 본격화된 지지율 하락 위기가 윤석열 찍어내기에 대한 역풍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몇몇 법을 개혁 입법이라며 통과시켰지만, 대중이 이제는 잘 속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제야 12월 17일 의원 총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이 법을 요구한 지가 언젠데, 이제야 당론으로 결정할지 여부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180석 집권당이 저러는 동안 산재로 인한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연간 노동자 약 2400명이 일터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1월 19일 인천의 한 화장품 공장에서 화재가 나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11월 24일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폭발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같은 날 경기도 화성시 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20대 노동자가 파쇄기에 껴 사망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하지만 기업주와 법인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다. 처벌 자체가 드물고,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30개 경제단체가 이 법을 규탄하고 나섰다. 조중동과 경제지들이 메아리를 친다.

사용자 책임성(처벌)을 강화한 것이 기업을 죽이는 법이라는 것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산재 예방에 앞으로도 돈과 정성을 쏟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윤에 타격을 가해 입법을 강제해야 하는 이유다.

처벌 강화

9월에 국민청원으로 법안을 발의한 민주노총은 기존 산안법에 비해 기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법을 제시했다. 법인도 형사처벌하고 처벌에 하한선을 도입해 처벌 수위를 높였다. 또한 원청과 관리 책임이 있는 공무원까지 처벌 범위를 확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도 포함했다.

또한, ‘인과 관계 추정’ 조항을 도입해 해당 사고 이전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실이 3회 이상 확인된 경우 기업 측의 과실을 물을 수 있게 했다. 산재가 반복되면, 기업에게 책임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안전 투자를 회피한 탓이 크므로 사실 산재는 났던 곳에서 반복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재발률은 97퍼센트에 이른다. 이런 경우, 기업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조항은 매우 필요하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지지율이 30퍼센트까지 추락하자 노동계의 지지를 붙잡아 두기 위해 개혁 법안들을 처리할 것처럼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용자들을 위해 법안 처리를 못한 것임이 이번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등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정부와 민주당 지도부 다수는 기존 산안법을 약간 손보는 수준으로 대응하려 했다. 그래서 지난 여름 한익스프레스 참사 유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요구했을 때에도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정작 민주당 당론으로는 여지껏 채택되지 않았다. 오히려 11월 16일 장철민 민주당 의원이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형사처벌 하한선도 없고, 개인과 법인 벌금은 쥐꼬리만큼 올린 수준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4년 유예?

그 뒤로 민주당 박주민, 이탄희 의원이 각각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이들도 처벌 범위와 양형을 높이자고 한다. 하지만 정작 개인사업자 또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제도 개선을 전제로 4년 동안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약 77퍼센트의 산재가 50인 미만 영세 작업장에서 벌어졌다. 2019년 산재 사망자 855명 중 660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고용노동부 2019년 산재 통계). 법 적용을 4년 동안 유예하겠다는 건 수많은 산재를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도급이나 위수탁을 맡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그 하청 사업주에게 안전의무 이행 협조를 요청했다면 처벌 면제 조항을 두고 있는 점도 의도가 뻔하다. 원청이 빠져나갈 틈을 미리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12월 14일 발의돼 사실상 민주당 법안이라 볼 수 있는 박범계 의원안은 이보다도 더 후퇴했다. 초점은 사용자들이 가장 반발하는 ‘인과 관계 추정 조항’ 자체를 삭제하는 것이다.

박범계는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대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기승전-검찰 개혁이던 민주당이 역겹게도 산재 문제에서는 검사 권한을 존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기업주가 처벌 책임을 지지 않게 하려고 말이다.

검찰은 산재 처벌에 극히 미온적이다. 2008년부터 10년간 산재 사건에서 사용자 측을 정식기소한 비율이 일반 사건의 절반에 못 미친다.

공무원 처벌 내용도 후퇴했다. 기업이 지켜야 할 안전·보건 의무의 종류와 범위도 시행령으로 또다시 축소시키려 한다. 

이처럼 민주당은 사업장 규모에 따른 적용 유예, 사고 은폐 기업에 대한 처벌을 실질화할 조항을 삭제하는 등 중요한 내용을 대폭 후퇴시킨 안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믿지 말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에 협조하겠다는 국민의힘은 더더욱 믿으면 안 된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사업주의 안전 의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주노총이나 정의당 안과 달리, 안전에 필요한 예산 편성, 점검 등으로 그 의무를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 책임도 훨씬 완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다뤄질 때 상당한 후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그러나 과도한 업무와 압박적 근무 환경으로 인해 사망한 고 이한빛PD의 아버지인 이용관 씨(단식 6일째)의 말처럼 “법 조항 하나하나가 모두 사람이 죽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노총도 법안 후퇴 없이 온전하게 즉각 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의당 김종철 대표나 강은미 의원이 사용자 책임 부분은 양보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부적절하다. 일부 양보를 해서라도 법안 통과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뿐 아니라 상임위 통과까지만 처리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추진은 내용에서든, 추진 의지든 무엇 하나 진지하다고 보기 어렵다. 민주당은 정부의 지지율 추락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노동계를 붙잡을 필요도 있지만, 핵심적 지지 기반이 기업주들에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의당이 민주당, 심지어 국민의 힘의 협조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추진하려 한다면 후퇴 압박만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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