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지난 6월 남북 간 긴장 상황 이후,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법안을 추진해 결국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본회의에 참석한 정의당 의원들도 모두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대북전단금지법은 공식 정치권 안에서 올해 내내 논란이 돼 왔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우파들이 이 법안을 두고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막말까지 하면서 국회 안팎에서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이제 일부 서구 정치인들도 이 논란에 가세했다. 미국 국무부 부장관 스티브 비건이 12월 방한 때 이 법안에 대한 우려를 문재인 정부에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미국 의회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도 1월에 대북전단금지법 문제 등을 검토하는 청문회를 연다.  

우파와 서구 정치인들이 대북전단금지법을 반대하는 근거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인권 증진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대북전단금지법이 “북 주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고 국민의 표현 자유를 제한하는 반(反)민주 법”이라고 떠든다. 그런데 과연 이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떠들 자격이 있을까?  

우파의 위선

한국에서 우파들은 국가보안법 같은 법률 등으로 대중의 공개적 표현을 제약해 왔다. 반면에 자신들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마음껏 널리 퍼뜨려 왔다. 이들의 반민주 악법 운운은 완전히 역겨운 위선이다. 표현의 자유는 노동계급을 비롯해 천대받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이 자신의 망동을 옹호하기 위해 쓰일 방패가 돼선 안 된다.

전단 살포 문제에서 우파들이 일관된 편도 아니었다. 자신들이 집권하면 이 자들도 남북 간 위기 관리 차원에서 전단 살포를 막곤 했다. 2008년 이후 올해 6월까지 경찰이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한 사례는 모두 12건인데, 그중 11건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이뤄졌다.

서구 주류 정치인들이 민주주의와 북한 인권 증진 운운하는 것도 정말 거북스럽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부들은 왕정 독재로 악명 높은 사우디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는 이스라엘에 대해 북한 등과 같은 잣대를 들이댄 적이 없다. 반면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인도주의적 명분을 앞세워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벌여 왔다. 미국은 북핵 외에 인권 문제 등을 내세워 대북 제재와 대북 군사 위협도 정당화해 왔다. 그러나 그 제재 때문에 김정은이 아니라 북한 대중이 더 큰 고통을 받아 왔다.

분명 일부 우파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는 분별없는 행동이다. 북한 당국이 반발하면서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간에 불필요한 긴장을 자아내곤 했다. 심지어 대북전단 때문에 무력 충돌도 벌어졌다. 2014년 북한군이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대북전단을 실은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발사해 남한군이 대응 사격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남북 긴장 증대와 무력 충돌 우려 때문에 접경지역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전단 살포를 반대했고, 대북전단 살포 현장에서 직접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은 대개 활동 자금을 미국 국무부의 예산을 받아 활동하는 미국민주주의기금(NED) 등의 후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한겨레 라이브〉 2020년 6월 9일 방송). 지금도 NED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비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의 정체를 의심하는 까닭이다. 

우파들은 대북전단이 독재하에 신음하는 북한 대중에 진실을 전달할 무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냉전 시절에도 서방 국가기관들이 심리전 수단으로 라디오 방송과 전단 살포 등을 이용했지만, 그런 것들이 동구권에서 반체제 저항을 일으킨 게 아니었다. 외려 서방 기관들의 선전 활동은 동구권 정부들이 반체제 저항을 친서방 활동으로 낙인찍는 데 유용했다. 

부메랑

분명 좌파는 접경지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를 법으로 금지하고 심지어 이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설령 법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더라도 우파들은 얼마든지 새로운 대북 선전 수단들을 찾아낼 것이다. 반면에 좌파가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처벌하라고 국가에 요구한다면, 국가의 그런 통제 강화는 좌파 측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대북 접촉에 대한 정부 통제가 정당화되고, 정부가 보기에 ‘문제적인 접촉’은 법으로 막고 처벌돼야 한다는 논리가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물품으로 ‘광고선전물, 인쇄물, 보조기억장치, 금전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단지 남북 접경지역만이 아니라, 예컨대 조·중 국경 같은 “제3국을 거치는” 물품 이동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런 물품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은 처벌받을 수 있다. 비록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경우로 국한됐지만 말이다.

대북전단금지법에 제3국을 거치는 물품 이동까지 규제해야 할 “살포” 행위로 규정돼 있자, 일각에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우파 단체들만이 아니라, 많은 탈북민들이 조·중 국경을 통해 북한의 가족한테 물품과 돈을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우리 영토·영해 등에서 살포한 전단 등이 제3국 영공·영해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갈 경우에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이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얘기다.

이렇게 남북 간의 자유로운 민간 교류를 제약하는 법률을 강화하는 것은 좌파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오히려 (완전한 자유 왕래는 당장에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남북 민간 교류가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되는 게 우파들의 대북전단이 설 입지를 줄여 줄 것이다. 1991년에 맺은 남북기본합의서를 비롯해 기존의 남북 합의들에도 “남과 북은 민족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왕래와 접촉을 실현한다” 하고 약속된 바 있다. 이런 남북 합의를 조금이라도 실현하라고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접경지 주민 안전과 남북 합의 준수를 위해 대북전단금지법 제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남북 합의의 군축 약속은 내팽개친 채 군비 증강에 몰두하고 국제 대북 제재에 협력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지금 훨씬 심각하게 한반도 불안정을 키우는 일들인데 말이다. 

물론 접경지에서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계속 가만히 두고 봐야 하느냐 하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좌파는 이런 문제에서 대중의 힘에 의존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컨대 전단 살포 현장에서 맞불 시위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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