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는 12월 15일 ‘미래 학교와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 정책 집중 숙의 결과 및 권고안’을 발표했다. 지난 9월부터 국가교육회의 산하 숙의단에서 협의한 결과다.

초·중등 교원 수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일반대학의 교직 이수와 교육대학원의 신규 교원 양성 축소를 제시했다. 이로써 사범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이나 교육대학원에서 중등교원 자격을 취득하는 길이 어려워진다.

구조조정과 교원 유연화를 의미하는 내용도 있다. 초등교원 양성과 관련해서는 권역별 교육대학교 통합, 교육대학교와 거점국립대학교 간 통합 등을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학습자 발달 중심의 교원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양성체제로의 개편’을 언급한 것도 초·중등 통합 자격증을 통한 교원 유연화 추진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인구 구조 변화, 4차 산업혁명 등을 운운하면서 ‘미래교육 체제로의 전환’을 꾸준히 얘기했는데, 교원 자격체계 유연화, 자격·임용 개방형 확대, 교·사대 통폐합 추진 등이 그 핵심에 있다. 이번 권고안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번 권고안에서는 당사자들 간의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민감한 쟁점들은 빠졌다. 교·사대 통폐합이나 교원양성 체제를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 또는 5~6년으로 늘리는 방향에 대해서는 중장기 의제로 넘겼다. 수습교사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각주 형태로 권고안에 포함해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수습교사제는 평가 기준의 모호함, 비정규직 양산 등을 이유로 전교조 등이 반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 권고안에서 교원 수를 감축한다는 방향이 확정됐기 때문에 이후에 교육부가 권고안을 근거로 교원 유연화 정책을 관철시키려 들 수 있다.

다행히도 전교조는 최종적으로 권고안에 서명하지 않았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 등 교육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아쉽게도 전국교육대학생연합과 전국사범대학생회연합은 권고안에 참여했다. 아마도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원 감축은 불가피하다는 압력을 받은 듯하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를 계기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는 안전한 학교와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조차 “학생이 밀집한 경기·수도권 지역에서 학급당 학생 수를 빨리 낮추는 것이 감염병 상황에서 꼭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더욱이 많은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앞으로 자주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한 등교를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15명 이하로 줄이는 게 필요하지만, 20명 이하로 제한하는 교육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국회 교육위원회에 상정된 채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이탄희 더불어민주당 대표발의). 

따라서 교원을 줄일 게 아니라 오히려 확충해야 한다.

2020년 교육통계를 보면 학급당 학생수는 초등 21.8명, 중학교 25.2명으로 OECD 평균(초등 21.1명, 중학교 23.3명)보다도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교원 수 축소, 학급 수 축소, 학교 통·폐합, 대학정원 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교원 감축을 기조로 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안’을 2018년에 발표했고, 올해 7월에는 초등교원 단기 감축계획을 발표해 교원 채용 규모를 향후 3년 안에 초등은 3000명, 중등은 4000명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청은 교원 1128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럴 경우 초등에서 학급 464개, 중등에서는 학급 309개가 감축돼 서울 전역에서 최소 학급 773개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를 비롯 교육운동 단체들이 ‘학급 수 감축을 막기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한 이유다. (12월 21일~23일)

강원도 교육청은 교사배치 기준을 학급 수에서 ‘강원도형 수업시수’로 변경했는데, 이는 소규모 학교 교사 정원 감축, 중·고등학교 구분 없이 교원 정원 배정, 겸임 강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교사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전교조 강원지부는 교육청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교원 감축은 교육예산 축소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 2021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53조 3221억 원으로 2020년보다 2조 500억 원을 감액했다.

문재인 정부는 교원 감축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질 높은 교육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재정을 늘려 교원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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