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굴삭기 부품·모듈 생산업체 명성공업 노동자들이 2주가량 현장 투쟁을 벌여 사측의 탄압을 막아 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열악한 임금·노동조건에 불만을 터뜨리며 12월 7일 민주노조(금속노조 경주지부 명성공업지회)를 설립했다. 특히 사측이 상여금 600퍼센트를 시급으로 전환하고 각종 수당·복지를 폐지하는 등 임금을 삭감한 것이 분노에 불을 붙였다.

최인혁 금속노조 경주지부 선전부장은 말했다. “상여금 강탈과 수당·복지 삭감에 불만이 컸습니다. 열악한 노동 환경도 문제였습니다. 도장 라인에 자동화 설비가 있지만 엉망이어서 노동자들이 일일이 스프레이를 뿌려야 했고, 국소배기 장치도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조합원들은 냉난방도 엉망이어서 입김이 나올 정도라고 말합니다. 관리자들이 면전에 대고 욕을 하는 등 막말을 하고, 불만을 제기하면 ‘싫으면 나가라’고 하는 등 폭언도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회장 조카와 관리자 일부가 주도하던 기존 노조는 이런 노동자들의 불만을 전혀 대변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측의 요구를 관철하는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생산직 노동자 대다수가 친사측 노조에서 탈퇴해 민주노조에 합류했다.

그런데 민주노조 설립 이후 임단협 교섭을 성실히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던 사측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12월 16일 새벽, 사측이 용역 경비대를 불러들여 공장 정문을 봉쇄했고 이에 항의하던 조합원이 폭행을 당했다고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고발했다.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용역 경비대가 공장 밖으로 밀려났지만 계속 공장 외곽에 남아 노동자들을 감시했다.

“용역 깡패를 동원한 노조 파괴” 시도일 수 있다는 정당한 우려 속에, 명성공업지회는 용역 경비대 철수, 성실한 임단협 교섭 약속 이행, 책임자 처벌, 피해자 보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했다. 노동자들은 2주가량 현장을 지키며 투쟁을 지속했고, 공장 가동이 멈춰 섰다.

그러자 명성공업에서 부품을 공급받던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의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노동자 연대〉 독자인 현대건설기계 노동자는 말했다. “부품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라인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측이 급하게 다른 업체들을 섭외해 대체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부품사 노동자 투쟁이 원청 생산에 차질을 주는 힘을 발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압박을 받은 명성공업 사측은 결국 더는 버티지 못하고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

12월 31일 명성공업지회 보고대회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노동자들 ⓒ사진 제공 금속노조 경주지부

금속노조 경주지부에 따르면, 12월 31일 노사는 경비 용역 철수, 향후 별도의 경비 용역계약 체결 금지, 고소고발 취하 등에 합의했다. 2주가량의 투쟁 기간 동안의 임금도 설 귀향 보조금 지급 명목으로 보전하기로 했다(이곳에는 그동안 설 귀향비도 없었다!). 생애 첫 투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조합원들은 다들 기뻐서 박수 치고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정말 잘 싸웠습니다. 이제 그 힘으로 임단협 투쟁에서 노동환경 개선과 생활임금을 쟁취할 것입니다.”(최인혁 선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