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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비 3분의 1 깎아주면서 본인 부담금 면제?

9월 19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 안에 6세 미만, 즉 5세 이하 어린이들의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발표했다. 작년 한 해 1조 5천억 원의 당기흑자를 낸 건강보험이 올해에도 또 1조 원의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의 건강보험 혜택 확대 정책은 이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가 1990년대 말 이후 후퇴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매우 불행하게도 정부의 현재와 같은 식의 건강보험 확대 전략은 근본적 한계를 가지며 환자들의 병원비로 인한 고통을 덜어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첫째, 이번 김근태 장관이 밝힌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면제 조치는 정부도 밝혔듯이 ‘치료비용 전액 면제’가 아니다. 정부 스스로 전체 치료비 중 37퍼센트를 깎아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약 3분의 1의 치료비가 줄어든다.

그리고 사실상 정부가 발표한 수치는 깎아주는 비율을 부풀렸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실제로는 약 25퍼센트 정도의 치료비가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통계는 대내용과 대외용이 다른데,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61퍼센트이지만 OECD 통계로 보면, 즉 국제 관계에서는 한국의 의료보장률은 49퍼센트다(OECD Health Data 2005).

둘째, 정부의 건강보험 확대 전략 자체가 잘못돼 있다. 그림으로 보면 정부 정책은 5세이하 어린이들의 치료비 A+C+D 중 치료비의 가장 큰 부분을 이루는 C와 D는 그대로 놓아두고 A만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치료비가 줄어들지 않는 것과 더불어 본인부담상한제가 작동하지 않아 큰 병이 나면 집안이 거덜나는 것을 방지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 현재 ‘본인부담상한제’가 유명무실한 이유가 그것인데 A가 6개월에 3백만 원이 넘으면 정부가 A 부분에 한해 지원한다는 제도는 C+D가 1천5백만 원이 넘을 때에만 작동되고 그것도 C+D는 전혀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정책 실패를 겪고도 또 다시 A부분의 본인부담을 깎아주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 건강보험비 적용 부분이 한국의 병원자본이 알아서 가격을 책정하는 부분이고 행위별 수가제 속에서 병원자본이 양을 얼마든지 늘일 수 있는 부분이어서 그렇다.

보험자본이 이 C+D 부분을 자신의 사의료보험 시장으로 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병원자본과 보험자본 시장을 성역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셋째, 정부는 이러한 꾀죄죄한 건강보험마저도 아예 적용받지 않는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는 것을 정책 방향으로 하고 있다. 이른바 의료산업화 정책이 그것이다.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건강보험증은 아예 받아주지 않는 병원을 경제자유구역에 허용했고, 현재 제주도에 이러한 병원을 올해 안으로 허용하려 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아예 전국 범위에서 건강보험 예외 병원을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김근태 장관의 이번 조치는 건강보험 보장성의 지극히 제한적인 확대일 뿐 아니라 그것도 병원자본과 보험자본의 이해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명확한 한계 때문에 그 효과가 더욱 제한적이다. 이에 더해 아예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병원을 만들겠다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가 무슨 의미일까?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 1단계의 가장 중요한 정책의 하나로 모든 의료비의 건강보험 적용 즉 A+B 뿐 아니라 C+D 부분까지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본인부담상한제가 실제 작동하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이 전제된 위에서의 민주노동당의 정책 중 하나가 취학전 아동의 무상의료다.

취학전 아동의 무상의료라는 더 선진적인 정책을 따라가려는 노무현 정부의 노력은 가상하나 현 정부가 자본의 이해를 건드리지 못하면서 추진하는 사회보장 확대 전략은 ‘짝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짝퉁은 쓸만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판매하는 짝퉁은 너무도 초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