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인상안이 올해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3주택 이상 소유자(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포함)의 종부세 최고 세율을 1.2~6퍼센트로 올리는 안을 발표했다.

종부세 인상을 두고 정부·여당 인사들은 “역대급” 대책이라며 생색을 냈고, 보수 언론과 우파들은 “세금 폭탄”이라며 엄살을 떨었다.

그러나 종부세 인상에도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다주택자 수는 9만 명 이상 늘었다.

정부·여당 인사들의 생색이나 우파들의 호들갑과는 달리 정부의 종부세 인상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치솟은 집값을 보며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환멸감이 커지고 있다. ⓒ조승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17년 5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은 무려 62.3퍼센트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도 상위 10퍼센트의 집값은 지난 1년 동안에만 1억 2000만 원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종부세를 기껏해야 1년에 수십~수백만 원 정도 더 걷는다고 투기 열풍이 잡힐 리 없다. 만약 다주택자가 30억 원이 넘는 집을 가지고 있다면 종부세가 수천만 원 오를 수도 있지만, 그 정도 고액의 집이라면 집값 상승으로 이미 종부세 인상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이익을 누렸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다주택자 중 상당 비율을 차지하는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제공해 온 감세 혜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등록된 임대주택 157만 채와 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주택 51만 채를 합한 약 210만 채는 대부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멍 숭숭

이번 종부세 인상안이 시행돼도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0.17퍼센트에 불과해, OECD 평균(0.33퍼센트)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종부세 인상안은 그야말로 구멍이 숭숭 뚫린 솜방망이에 불과한 것이다.

제대로 집값을 잡고, 노동자·서민의 주거 안정을 이루려면 부자들에게 주는 감세 혜택을 폐지하고, 종부세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 또, 부자와 기업들에게 걷은 세금으로 값싸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반대로 더욱 친시장적인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곧 새로운 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용적률 상향, 규제 완화와 같은 시장주의적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 변창흠은 “분양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며 노골적으로 공급 확대 방안을 거론했다.

정부는 2018년 기준으로 161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주택이 이미 투기 대상이 된 상황에서 분양 아파트 공급 정책은 투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정부는 투기를 잡겠다면서 실제로는 투기에 기름을 붓는 정책들을 지속·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집값 폭등으로 인한 고통은 계속될 것이고, 노동자·서민 대중의 환멸은 정부의 지지율을 더욱 끌어내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