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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늘어나는 국가 부채, 부자들이 갚지는 않을 것이다

팬데믹 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들이 차입을 늘리고 있다

모두가 부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는 주로, 각국 정부가 팬데믹 대응을 위한 추가 지출을 메우려고 차입하는 막대한 금액 때문이다. 영국 예산책임청은 보수당 정부의 재무장관 리시 수낙이 2020~2021년에 팬데믹 대응에 3440억 파운드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 소득의 16퍼센트에 달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에 정부 차입은 3550억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영국의 공공부채는 2020년대 중반까지 국내총생산의 97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전의 73퍼센트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영국과 미국에서 새 부채의 대부분은 국채를 발행해서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형태를 띤다. 중앙은행이 정부가 지출하는 돈을 사실상 찍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유시장 정설 이론의 중심 기둥인 화폐수량설에 따르면, 화폐를 더 찍어 내면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다. 중앙은행들이 2007~2008년 공황에 대응해 “양적 완화” 정책(금융 시스템에 돈을 추가로 풀기 위해,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을 구매하는 것)을 시작한 이래 초超신자유주의자들은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줄곧 예상해 왔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더 주류적인 인물들이 동일한 예측을 하고 있다. 전 미국 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와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는 바이든의 1조 9000억 달러짜리 재정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더 중요한 점은 거대한 세계 국채 시장이 마치 여기에 동의하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올해 주요 국채 가격은 급격하게 폭락했다. 채권은 보유자에게 고정된 수입을 약속하므로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률이 상승한다. 10년짜리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1퍼센트 미만에서 1.6퍼센트로 급증했다.

국채 수익률은 금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중앙은행은 정책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를 압박한 채권 투자자들을 가리켜 “채권 자경단”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경제학자 에드 야데니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이 범람하는 멋진 신세계를 살고 있다. 바로 이런 세계에서 채권 자경단이 번성하는 것이다. … 그들의 임무는 중앙은행과 재정 당국이 법도를 무시할 때 법과 질서를 되찾는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는 많지 않다. 일부 상품(특히 석유와 구리)의 가격이 상승했다. 백신 출시에 힘입어 팬데믹이 빠르게 종식되고 거대한 호황이 찾아와서 지난해 손실된 산출을 만회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이는 희망 사항에 지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빠르게 백신이 보급되는 나라는 소수일 뿐이다. 세계경제의 핵심 제국주의 세력인 유럽연합조차 백신 보급을 그르치고 있고, 미국도 백신 접종이 매우 불균등하다. 개발도상국들은 훨씬 암울하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전 세계를 포괄하는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한편, 국가는 1990년대보다 국채 시장을 덜 두려워하는 것 같다. 중앙은행은 그 시장을 관리하는 데 익숙해졌다. JP모건의 로버트 미셸은 미국 연방제도이사회가 매달 1200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매입한다고 지적한다. “언젠가는 … 수익률이 너무 높아질 것이지만 중앙은행의 끊임없는 국채 매입이라는 균형추가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다. 자산 매입은 쉼없이 계속된다. 여기에 대항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 누적되고 있는 부채가 얼마나 큰 문제가 될지는 그것을 감당해야 할 생산 경제의 상태에 결국 달려 있다. 그런 견지에서 전망이 어두운 이유는 주요 경제들이 팬데믹이 오기 전에도 이미 세계 금융 위기의 여파에 계속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당 평의원들의 대처주의적 본능을 거슬러 수낙이 내놓은 대답은 잘못된 것이다. 수낙은 기업에 물리는 세금만 올린 것이 아니라, 세금 환급률을 동결해 평범한 임금 소득자에게 물리는 세금도 늘렸다. 정부가 NHS 노동자들에게 모욕적이게도 1퍼센트 임금 인상을 제시한 것을 볼 때, 경제 회복이 다가오면 수낙은 또 긴축 정책을 취할 것이다. 부채 문제와 그 부채를 누가 지불하느냐 하는 문제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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