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손해 볼까 봐 인명 희생시키는 유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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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만 해도 유럽연합은 꽤 흐뭇해 했다. 브렉시트를 성공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영국은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을 분열시키는 데 실패했다. 지난한 브렉시트 합의와 무역 협정에서 유럽연합은 자신의 우위를 이용해 영국에 아주 조금만 양보할 수 있었다.
팬데믹은 유럽연합을 강타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비교적 신속한 록다운 조처와 대체로 잘 된 검사·추적 정책은, 혼란스럽고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과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대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아 보였다.
그러나 효과적인 백신이 빠르게 개발돼 안도해야 했을 시점에 “상황은 빠르게 반전됐다”고
이런 차이가 생긴 한 가지 이유는 미국과 영국이 긴급 상황에서 중앙집중적으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라는 데에 있다. 영국의 성공적인 백신 보급은 국민보건서비스
유럽연합은 국가가 아니다. 국민 국가들이 각자의 국력 일부를 공동 관리하는 카르텔이다. 그러나 결국 결정권은 가장 큰 회원국들에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매 위기를 자기 권한 강화에 이용한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백신 조달 대책을 일방적으로 지배했지만 이를 엉망으로 그르쳤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자기 지역에서 군림하는 데에 너무 익숙해지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눈이 먼 나머지, 다른 정부들과는 달리 백신을 확보하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았다.
더구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지적했듯이 “유럽연합 관료들은 단지 위험 회피적인 게 아니라 엉뚱한 위험에 회피적이었다.
“그들은 제약 회사에 너무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되거나, 효과가 없거나 위험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질 백신에 돈을 쓰게 될까 봐 심각하게 우려하는 듯했다.”
흥정
“그래서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백신 조달 과정을 지연시키고, 가격을 흥정하고, 부작용에 대한 면책을 거부했다. 백신 보급이 너무 늦어져 많은 유럽인들이 병에 걸리거나 죽을 위험에 대한 걱정은 훨씬 덜한 듯 보였다.”
유럽연합의 굼뜬 백신 접종은 심각한 정치적 반발을 낳았다. 유럽 정치인들은 영국-스웨덴계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이 느리다고 불평했다.
여기에는 브렉시트의 쓰라린 여파가 반영돼 있다. 유럽연합은 “불신의 알비온”
한편, 유럽연합의 가장 강력한 회원국들은 반
그 후, 지난주 프랑스와 독일 주도로 유럽연합 회원국 중 16개국이 보조를 맞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중단했다. 접종자 500만 명 중 30명에게 혈전이 생겼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럽의약품청
논평가 볼프강 뮌차우는 이렇게 비판했다. “이것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한 책임전가다.
“유럽연합 정치인들이 아스트라제네카를 계속 깎아내리는 것은 자신들의 실수에서 주의를 돌리고, 브렉시트와 결부된 영국의 ‘성공 스토리’에 흠집을 내기 위한 것이다.”
한편, 싱크탱크 ‘카네기 유럽’의 로사 밸푸어에 따르면, “모두들 허둥지둥하고 사재기하고 숨기고 비난하고 있다. 누구도 상황을 진짜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신뢰가 부족하다.”
이처럼 유럽연합은 진정한 문제에 대처할 자질과 수단을 갖추는 데에 실패했다. 그 진정한 문제란 바로 감염력이 더 높은 코로나19 변이와 백신의 경주다. 유럽 대륙 전역에서 감염이 늘고 록다운 조처가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