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금융 불안정성을 보여 주는 비트코인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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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비롯한 이른바 “가상 자산”에 대한 투기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4월 6일 비트코인을 비롯한 전 세계 가상 자산의 시가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2조 달러
비트코인은 탄생 후 지금까지 12년간 급등락을 반복해 왔다. 2010년 4월에 1비트코인은 0.14달러도 채 되지 않았으나, 투기 광풍이 분 2017년에는 12월에 2만 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018년 12월에 3000달러대로 폭락한 바 있다.
최근 또다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이다. 1만 3000달러대에서 지난달 중순 사상 처음으로 6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급등락을 반복했지만, 지난주부터 다시 상승해 5만 9000달러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시가 총액도 일주일 넘게 1조 달러를 웃돌고 있다.
특히 한국의 투기 열풍은 더 과열 양상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해외에서보다 10퍼센트가량 비싸다. 최근에는 한국의 가상 자산 거래소 14곳의 거래액이 코스피 거래액보다도 많을 정도이다. 4월 2일에 원화로 거래된 비트코인 비중이 5.59퍼센트나 돼 달러화 거래
통화량 급증
최근의 가상 자산 투기는 분명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해 세계 각국이 급격하게 늘린 화폐량과 관련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양적완화 등으로 달러 공급을 늘렸고, 미국의 M2는 지난해 말 19조 2898억 달러로 2019년 말보다 24.9퍼센트
불어난 화폐는 자산시장으로만 흘러들고 있다. 실물경제가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갈 곳 잃은 돈들이 자산시장으로 쏠리면서 세계 각국 증시가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중이고, 구리·콩 등 원자재 가격도 밀어 올렸다. 한국 아파트 값도 치솟았다.
게다가 2017년 투기 열풍 때와 달리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인 것도 최근의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요인이다. 가격이 급등한 지난해 4분기 기관투자자는 비트코인을 30만 6658개 매입해 개인 투자자
최근에는 ‘월가 큰 손’ 블랙록이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고, ‘신
이처럼 기관 투자자들과 거대 기업조차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투자할 만한 자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주가나 부동산, 원자재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그나마 수익성이 있을 것 같은 비트코인 등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자, 이는 다시 비트코인의 수요가 단단해져서 급격한 가격 하락을 막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가상 자산 급등 현상은 버블임이 너무 명백하다. 비트코인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오로지 시세 차익뿐이기 때문이다. 주식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윤에 근거하고, 채권은 미래의 이자 지불에 대한 청구권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에는 그런 것이 없다. 비트코인의 값어치는 나중에 다른 사람이 쳐줄 값어치일 따름이다. 최근 주류 언론들조차 비트코인을 “가상 자산”이라고 부르는 데서 보듯이,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며
따라서 비트코인 버블은 금융의 불안정성을 더욱 높일 것이다. 물론 비트코인 버블이 터지는 것만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뒤흔들 만한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버블의 붕괴는 전반적인 자산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 한국계 미국인 빌 황이 운영하던 사모펀드 아케고스가 파산하면서 전 세계 주요 은행들에 10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것에서 보듯, 세계 금융 시장은 이미 투기가 만연한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를 살리겠다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공급 정책이 경제는 살리지 못하면서 불안정성만 더욱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비트코인 버블은 이런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