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무려 423일 동안 억류됐던 난민 A씨가 4월 13일 입국할 수 있게 됐다. A씨는 그동안 알려진 한국의 공항 난민 중 가장 오랜 기간 억류돼 있었다.(관련 기사: 354호 ‘인천공항에 1년 가까이 억류된 난민: “바다나 호수 한가운데 버려진 기분이에요”’)

A씨는 지난해 2월 15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그에게 난민 신청 서류조차 주지 않고 입국을 거부했다. 심지어 A씨를 강제 출국시키려 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A씨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환승구역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됐다.

A씨는 인권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법무부의 조처가 인신보호법상 부당하게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시설에의 수용”에 해당하며, 수용을 임시 해제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졌지만 항소심에서 승소해 인천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입국을 막고 공항에 방치해 오도 가도 못하게 한 것이 인신의 자유 제한이라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법무부가 지정한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A씨는 본국에서의 박해와 어려운 탈출 과정으로 지병을 얻은 데다, 열악한 공항 생활로 인해 탈장 증상으로 쓰러진 적도 있다고 한다.

423일만에 공항 바깥으로 나온 난민 A씨 ⓒ출처 공익법센터 어필 페이스북

입국심사대

A씨는 본국에서 반정부 무장단체에 반년간 납치돼 있다가 탈출했다. 무장단체는 A씨의 집을 찾아내 불을 질렀고 동생을 살해했다. A씨의 자녀 다섯 명은 뿔뿔이 흩어져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닷페이스〉 2021년 3월 31일 보도)

A씨는 한국이 난민협약 가입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을 경유하는 비행기표로 인천공항에 와서 난민 신청을 시도했다. 비자 없이 입국 가능한 나라 중에는 난민을 수용하는 법과 제도를 갖춘 곳이 없어 선택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법무부는 A씨가 환승객이라는 이유로 난민 신청조차 받지 않았다. 법무부는 난민법의 “입국심사를 받는 때에 난민인정 신청”을 하는 경우에 관련한 조항(제6조, 출입국항에서 하는 신청)을 근거로 환승객은 입국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난민들은 급하게 탈출하거나 박해를 피하느라 여권이나 비자를 발급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어렵게 난민 인정을 받은 욤비 토나 교수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 준다. 그는 위조 여권으로 본국을 탈출해야 했는데, 국가 기밀을 유출한 간첩으로 몰려 감옥에 갇혔다가 탈옥했기 때문이었다.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올 때도 일종의 ‘밀수’에 가담해야 했다. 입국심사대에 도달한 다음에야 난민 신청을 받는 것은 이런 난민들의 처지를 외면하는 것이다.

A씨는 법무부가 난민 신청을 아예 받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고 인천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6월 승소했다. 재판부는 “난민법 등의 취지를 종합하면 … 관할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난민 신청 작성과 접수를 돕는 의무가 있다”며 “반드시 출입국항 내 ‘입국심사대’라는 특정 장소에 도달한 경우에만 난민인정 신청을 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중앙일보〉 2020년 6월 10일 보도) 그러나 법무부가 항소해 A씨는 계속 억류돼 있어야 했던 것이다.

항소심은 4월 21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만약 A씨가 패소하면 계속해서 난민 신청이 접수되지 않은 상태가 돼 체류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재판부는 법무부에 A씨의 난민 신청을 수용하라고 판결해야 한다. 또한 법무부는 더는 항소하지 말아야 한다.

난민 더욱 옥죄는 문재인 정부

안타깝게도 재판에서의 승소가 A씨에게 순탄한 앞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A씨는 정식 난민심사 기회를 줄지 말지를 따지는 사전 심사(이른바 ‘회부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정식 난민심사에서 난민 인정을 받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2019~2020년 연속 0.4퍼센트로 2004년 이래 최저였다.

정부의 난민 신청자 생계 지원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난민 신청자가 받는 생계지원금은 취업이 금지된 초기 6개월 동안만 지급될 뿐이고, 1인당 21만~43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지급액은 2018년 이후 3년째 동결됐다.) 이조차 법이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로는 2019년 기준 지원금 신청 대상자의 2.5퍼센트만이 평균 3.2개월 동안 지원받았다.(난민인권센터, ‘간단히 보는 국내 난민 처우 현황’, 2019년 12월 31일 기준) 불안정한 체류 자격은 취업 금지 기간이 끝난 후에도 일자리를 구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애초 낮았던 난민 인정률은 2019년부터 1퍼센트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난민 신청자는 감소하는데 난민 불인정자는 크게 늘었다. 난민 신청자 생계비 지원액은 동결됐다. 또한 A씨의 변호인단에 따르면, 법무부가 그동안 환승객이나 입국 자격이 없는 사람도 난민 신청을 접수해 왔는데 “별안간 A씨의 사안에 이르러 ‘환승객은 입국 자격이 없으므로 난민신청서를 쓸 자격조차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은 문재인 정부가 제주 예멘 난민이 이슈가 된 2018년 이후 난민들을 더욱 옥죄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난민을 더욱 쉽게 내쫓을 수 있게 하는 난민법 개악안도 발의했는데,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 언제든 국회에 제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개악들을 철회하고 난민의 입국과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해야 한다. 취업과 생계 지원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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