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잉주(州) 몽유와 시내에서 민주주의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미얀마군 ⓒ출처 미얀마 시민 기자

미얀마 군부 쿠데타 후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군부가 사태를 장악하지 못한 핵심 요인은 파업·시위 등 대중 항쟁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상황이 바뀔 우려스러운 조짐이 보인다.

우선 군부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몇 주 새 시위대의 사망자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탄압이 준 것은 아니다. 진압을 피해 시위 전술이 대중적 거리 행진에서 게릴라성 시위 위주로 바뀐 것이 사상자 증가세 둔화에 영향을 줬다. 미얀마 군부는 “국제 사회”의 말뿐인 비난에 아랑곳 않고 폭력을 휘둘러 왔고, 이제 운동 조직자들을 체포하고 고문·살해하는 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수부대원이 생후 20일 된 신생아에 총구를 들이대고 시위 조직자에 자수를 강요하는 일도 있었다.

군경이 부상자 후송 차량을 폭파하고 의료진을 집중 공격하는 것도, 평범한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운동에서 이탈하게 하려는 것이다. 의사·간호사들이 ‘프락치’를 피해 점조직 형태로 부상자를 돌보는 일이 흔하다.

파업 노동자들은 특히 혹독한 탄압을 받는다. 아무리 작은 파업 집회도 즉각 보복 공격을 당한다.

이런 와중에도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보건·공무원·교사·전기·철도 노동자들의 노력은 영웅적이다. 하지만 파업 확장세가 꺾이는 와중에, 그간 미얀마 금융 흐름에 상당한 지장을 줬던 은행 노동자 파업 대열의 일부가 지원 부족으로 인한 생계 곤란 때문에 작업장에 복귀했다.

군부 쿠데타와 그에 맞선 대중 항쟁으로 불안정해진 정국은 미얀마 경제에 적잖은 압력이 됐다. 〈로이터〉는 올해 미얀마 경제가 20퍼센트 수축하리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군부는 중국의 투자 계획 15건을 최종 승인했다. 중국이 지난해에 민족민주동맹(NLD) 정부와 합의했던 이 투자 계획들의 총 규모는 28억 달러에 이른다.

이해관계

그간 중국은 유엔·아세안 등 국제 무대에서 미얀마 군부를 간접 지원하는 한편, 미얀마 접경 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켜 왔다. 이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최근 중국의 신경을 상당히 자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5월 초 미얀마 북부 사가잉주(州)에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반(反)군부 무장 집단이 중국의 석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한 구간을 폭파한 것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얀마를 인도양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하는 중국은 이 사업에 핵심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지리적 이해관계는 인도양뿐 아니라,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중국 윈난성(云南省)과 그 북서쪽의 티벳·신장·위구르 자치구 문제도 있다. 중국은 미얀마의 불안정이 그런 지역들로 번질까 우려한다. 〈환구시보〉가 (실상은 느슨한 공감대 수준인) ‘밀크티 동맹’을 강력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방역을 명분 삼아 미얀마 국경을 따라 ‘장벽’을 건설하고, 국경을 맞댄 미얀마 북부의 반(反)군부 무장 집단들을 오랫동안 은밀히 지원해 왔던 데서도 같은 속내를 읽을 수 있다. 그런 행동 때문에 중국은 미얀마 군부 핵심 인사들과 껄끄러운 처지였다.

하지만 중국에게 그보다 비할 바 없이 껄끄러운 것은, 군부 정권이 미얀마 대중 항쟁으로 타도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경제적 마비와 해외 자본의 투자 둔화로 곤란한 처지인 미얀마 군부를 지원해 자국의 이해관계를 지키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을 의식해 “국제 사회”, 즉 미국과 그 동맹들의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민족민주동맹(NLD)이 주도하는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는 줄곧 그런 촉구에 몰두해 왔다(대중 항쟁 지지·지원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미국 등의 지배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세안을 통한 외교적 노력으로 미얀마 상황을 중립적으로 진정시키는” 한편, “유엔·아세안·G7 등 손 닿는 도구들을 이용해 미얀마를 자국 쪽으로 당기려는 중국의 시도를 저지하고 중국에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전(前)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 켈리 커리)

여기서 “중립적”이라는 말에는, 미얀마 민주주의 항쟁의 진정한 동력인 대중 운동을 해산시키고 군부 정부와 국민통합정부 사이에 모종의 타협을 도출한다는 함의가 있다. 그 결과가 둘 중 어느 쪽에 더 유리하든, 그간 민주주의를 염원해 영웅적으로 싸워 온 대중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결과다.

미국과 그 동맹들, 그리고 지역 강국들도 노동자 대중 항쟁이 정권을 타도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는 중국과 마찬가지다. 미얀마 대중 항쟁이 승리하면 타이 등 인접 국가들의 대중 저항을 고무할 것이고, 이는 역내 자본주의의 “안정”과는 거리가 먼 일이기 때문이다.(타이 군사 독재 정부가 미얀마와 맞댄 국경 지역에 난민 수용소를 건설하는 것도 인도적 이유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미얀마의 불안정이 타이로 번지지 않게 하려는 목적에서다.)

사정이 이러니, “국제 사회”가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얀마 민주주의 항쟁이 왜곡돼 무력 충돌로 전화되고 있다는 주류 언론들의 진단은, 그 “국제 사회”가 미얀마 민주주의 항쟁이 아니라 자기 잇속을 우선시함을 보지 않는 것이다.

충돌

지금 미얀마 안에서 벌어지는 무장 충돌의 한 축은 소수민족 무장 집단들이다.

이들은 예전부터 대도시에서 먼 시골 지역에서 군부와 게릴라 전투를 벌여 왔다. 하지만 훈련된 소수의 군사 행동을 절대시하는 이들의 전략 때문에, 대중적 민주주의 항쟁에 대한 소수민족 무장 집단들의 지원은 기껏해야 간접적이었다.(대중 시위를 탄압하는 군부의 정예 병력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기는 했다.)

하지만 대중 항쟁이 극심한 탄압을 받으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부에 대한 증오에 불타지만 정치적 경험은 부족한 청년들 일부가 소수민족 무장 집단들의 전략을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5월 둘째 주 들어 양곤·만달레이·사가잉 등 대도시에서 군 장성들을 겨냥한 암살 시도, 군부가 점거한 병원 등 기간 시설에 대한 폭탄 공격 등이 거듭 벌어졌다.

군부의 잔혹한 공격에 맞선 무장 저항은 완전히 정당하다. 하지만 지금 드러나는 양상은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이 소수의 무장 투쟁 전술로 점점 기우는 우려스러운 징후로 읽힌다.

미얀마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낳을 힘은 파업·시위 등 대중적 투쟁에 있다. 미얀마 군부, 제국주의 열강, 인접국 지배자들 모두가 가장 바라지 않는 것도 그런 대중 항쟁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광범한 운동이 부차화된다면 이는 항쟁에 독이 될 것이다.

[기사 묶음]
미얀마 쿠데타와 저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