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교육청이 중앙고와 이대부고의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12월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해운대고(부산 소재 자사고)가 승소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린 자사고 8곳 가운데 6곳이 1심에서 이겼다. 이런 상황이라면 5월 28일로 예정된 경희고‧한대부고 판결도 불을 보듯 뻔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를 상향하고 2019년 7월 서울시의 자사고 13곳 중 8곳에 대해 점수 미달을 이유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바 있다. 자사고 전면 폐지가 아니라 일부만 취소한 것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조차 상향된 평가 기준을 소급 적용한 것이 위법하다며 자사고 측의 손을 들어 줬다.

사실 재판부의 자사고 편들기는 그동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공약했지만 실천에서는 꾀죄죄한 모습을 보인 결과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4~2015년 자사고 재지정 1기 평가 때 우파들의 반발과 박근혜 정부의 압력에 밀려 자사고 폐지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동요를 거듭했다. 2019~2020년 재지정 2기 평가 때는 부랴부랴 기준을 높여 자사고 8곳만을 겨우 취소했다. 뒤늦게 기준을 상향해 우파와 재판부가 반격할 빌미를 준 것이다.

더군다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8년 전교조 해직교사 등을 특별채용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공수처) 수사까지 받는 처지에 내몰렸다. 물론 이 건은 부당한 해고를 당한 교사들을 복직시킨 것이므로 공수처의 수사를 규탄해야 한다. (관련 기사: ‘서울시교육청 해직 교사 특별채용 논란 — 부당한 탄압으로 해직된 교사들의 교단 복귀는 정당하다’)

특권 교육

한편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 공약을 내팽개친 것도 우파의 기를 살려 줬다.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곧장 자사고 등을 폐지하면 될 일이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자신의 임기 후인 2025년으로 미뤄 버렸다. 이조차 ‘조국 사태’로 교육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2019년 11월에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고, 그나마 영재고와 과학고는 일반고 전환에서 제외했다. 차기 정부가 얼마든지 시행령을 되돌릴 수 있어, 2025년에 외고·자사고 폐지조차 실현될지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는 입시경쟁의 핵심 원인인 대학 서열화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국공립대학네트워크 구축과 공영형 사립대 등 대학서열체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더군다나 지난해 5월에는 사립재단들이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의 존립 근거를 삭제한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이 기본권 침해로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 헌법 소원이 받아들여지면 2025년으로 예정된 일괄 전환이 무산된다.

자사고 등 특목고의 도입과 서열화된 고교 체제는 대학 서열화의 축소판이다. 교육과정의 “특성화·다양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 등으로 특목고 도입을 포장했지만, 그 실체는 계급과 특권을 대물림하고 경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특권학교는 공부만 잘한다고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보다 5~8배 많은 학비를 내야 한다. 전국 단위 자사고는 1인당 학비가 1000만 원이 넘는다. 노동계급의 자녀는 꿈도 꾸기 어려운 ‘귀족학교’들이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외고를 대폭 늘리고 자사고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를 미적댄 것도 지배계급이 특권 교육과 경쟁 교육을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불평등 해소를 바라는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대학 평준화와 경쟁적(계급 차별적) 입시제도 폐지를 일관되게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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