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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수건 쥐어짜는 쌍용차 ‘자구안’

6월 1일 노동자들의 대규모 희생을 전제로 하는 ‘쌍용차 회생을 위한 자구계획’이 발표됐다. 쌍용자동차 정용원 법정관리인은 쌍용차의 무상급 노조 대의원 등을 대상으로 이 안을 설명했다. 올해 4월 15일, 12년 만에 다시 법정 관리가 결정된 쌍용차는 7월 1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무상급 노조는 6월 2일부터 조합원 대상 설명회를 한 뒤 7일, 8일에 조합원 총회를 열어 사측 ‘자구계획’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1일 발표된 ‘자구계획’은 노동자들의 생활고와 조건 악화를 낳을 내용으로 가득하다. 무급휴직과 임금 삭감이 대표적이다. 2년 동안이나 무급휴직을 시행한다(1년간 기술직의 50퍼센트, 사무관리직의 30퍼센트에 우선 시행). 몇 해 전, 비슷한 경험을 한 STX조선 등지의 노동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빚이 쌓이고 임시·일용직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거나 사직서를 내고 떠나는 등 커다란 고통을 겪었다.

게다가 쌍용차에는 이미 정년을 1~2년 정도 앞둔 노동자의 수가 적지 않은데 2년 무급휴직은 이 노동자들더러 떠나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노동자들은 무급휴직 시 부족하나마 고용유지지원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임금 체불이 있을 경우 고용유지금 신청이 불가능한데, 쌍용차는 이미 올해 1월부터 임금의 50퍼센트가 체불된 상태이다.

‘자구계획’은 또 임금협상을 제외한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경영정상화’ 때까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관련 쟁의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도록 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 쟁의권마저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올해 1월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 지원 조건으로 제시한 방향과 일치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주채권 은행이다. 당시 이동걸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부 지원은 “단 1원도 없을 것”이라며 노동자 양보를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친화적이기는커녕 노동자 조건을 공격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대가를 떠넘기려 해 왔다.

“또 노동자만 죽으라 한다”

쌍용차는 2019년부터 임금 20퍼센트 삭감과 복리후생 삭감·폐지를 시행해 왔다. 이번 ‘자구안’에는 그 기간을 2년 더 늘리고, 미지급된 연차수당의 지급을 2년 연기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측은 정년 퇴직으로 감소한 인원에 대해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현재 생산량을 기준으로 인력 재조정을 하겠다고 한다. 앞으로 노동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계획을 들은 노동자들은 “마른 수건 쥐어짜기다”, “또 노동자만 죽으라 한다”며 울분을 드러냈다.

쌍용차가 지난 20여 년간 부도 위기와 법정 관리, 매각을 거듭하는 동안 위기에 아무 책임이 없는 노동자들이 그 대가를 치러 왔다. 2009년 부도 사태로 노동자들은 대규모 해고와 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외주화 확대 등 고통을 전담해 왔다. 일부는 죽음에 내몰렸고,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은 경찰의 야만적인 폭력 진압, 구속, 국가배상청구 등 끔찍한 탄압에도 시달렸다. 정부와 사측은 이런 고통 속에 쌓여 온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해고는 없으니 ‘자구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무상급 노조 지도부가 조건 하락에 합의해 줬지만 사측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왔다. 이런 상황은 노동자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매각을 전제로 한 기업 회생 절차는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의 확보를 우선하고 노동자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압박으로 이어진다. 일자리를 보장하고 노동조건 후퇴를 막으려면 이런 양보 압박에 맞서야 한다. 정부는 그간 기업주 지원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이런 돈은 노동자 일자리와 조건을 보호하는 데 쓰여야 마땅하다. 일자리 보호를 위한 영구 국유화는 반복되는 고통의 사슬을 끊어낼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