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초안을 내놓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 초안이 누더기인 기존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후퇴시키는 것이어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4월 28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2021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조승진
중대재해 직업병 범위가 매우 협소하게 규정됐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심혈관계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진폐증, 난청 등은 직업병 범위에서 제외된다.
올해만 택배 노동자 6명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중대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직업병 범위를 급성중독으로 제한하고, 빈발하는 질병들을 제외하라는 재계의 의견을 정부가 반영한 것이다.
또, 시행령 초안에는 2인 1조 작업 조항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항 이선호 군, 발전 비정규직 김용균 군이 모두 홀로 위험한 작업을 하다가 사망했는데 말이다.
지난주 KBS 보도에 따르면, 중대시민재해 범위도 축소됐다.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벌어진 재해를 의미하는데, 이번 시행령 초안에는 도로, 건설·철거 현장이 그 범위에서 빠졌다. 이 기준대로라면 얼마 전 전라도 광주에서 벌어진 건물 붕괴 참사의 책임 기업도 처벌할 수 없다.

이따위 시행령을 들이미는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을 향해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로 시민 안전이 위협받았다며 “엄정 대응”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이는 지독한 위선이자, 정당한 노동자 시위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일 뿐이다.

이번 중대재해법 시행령 후퇴는 2019년 말 누더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령으로 한 번 더 후퇴했던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 목숨과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을 훨씬 더 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