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작고한 리처드 르원틴은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 유전학자로, 유전자가 인간 행위를 모두 결정한다고 보는 사회생물학을 논파하고, 사회주의적 생물학 이론을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해졌다.

이 글의 필자인 존 패링턴은 르원틴의 이론적 기여와 차별에 맞선 활동가로서의 삶이 밀접히 연관돼 있으며, 이 점이 오늘날 사회주의자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지적한다.

필자인 존 패링턴은 옥스퍼드대학교 분자생물학 부교수이고,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당원이다.


7월 4일 향년 92세로 사망한 리처드 르원틴은 당대에 가장 재능 있는 유전학자의 하나였다.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혁명적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다.

사회주의자이자 생물학자였던 리처드 르원틴은 인간 사회가 생물학적 요인을 뛰어 넘어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1980년대에 대학 다닐 때 한 학우의 권유로 르원틴과 스티븐 로즈가 [1984년] 공저한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국역: 한울아카데미, 2009]를 접했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의 힘을 깨달았다. 그 책은 당시 유명세를 얻고 있던 소위 “사회생물학” 운동을 논파했다. 사회생물학 주창자들은 인간의 행동과 사회를 생물학적 원리로 환원하려 했다.

르원틴과 그 책의 공저자들은 리처드 도킨스와 에드워드 윌슨 같은 사회생물학자들이 내세우는 유전학적 견해가 반동적일 뿐 아니라 사이비 과학임을 입증했다.

사회생물학자들은 이기심, 전쟁, 성차별, 인종차별, 성소수자 차별 같은 인간의 특징을 만드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러한 특징들이 계급사회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그들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주장이다.

상호작용

그뿐 아니라 그런 주장은 사회생물학자들이 인간 게놈과 나머지 세포·기관의 상호작용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들의 주장은 유전자와 환경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간과했다.

리처드 레빈스와 공저한 《변증법적 생물학자》[1985년 출판, 국내 미번역]와 《3중 나선》[2000년 출판, 국역 있음]과 같은 나중의 저작에서 르원틴은 사회주의적 생물학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 이론은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자연사에 관해 제시한 선구적 통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르원틴은 영감을 얻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DNA가 어떻게 “청사진” 구실을 하는지에 대한 독창적인 통찰에 근거해 내놓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통찰을 풍부하게 발전시켰다. DNA는 인간의 세포를 둘러싼 환경, 인간의 신체, 그 신체가 살고 있는 사회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인간의 행동이 유전자로 “결정”된다는 상식에 맞서 르원틴은 인간 사회가 생물학적 요인을 어느 정도 극복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신기술과 사회적 실천은 다른 종과는 비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사회를 변화시킨다.

개별적인 유전적 차이가 인간의 행동과 잠재력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도 그 사회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한 사람이 잠재력을 실현할 가능성이 대체로 그 사람의 유전적 구성보다는 계급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의 영향을 훨씬 더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유전적 요인은 심장병, 당뇨병 같은 신체 질환이나 우울증, 조현병 같은 정신적 증상에 대한 취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전적 차이가 발현되는 방식은 또한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예컨대, 심장병과 당뇨병에 대한 취약성은 질 나쁜 식단과 직장 스트레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우울증이나 조현병으로 진단받을 가능성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받는 극심한 정신적 압박에 크게 좌우된다.

르원틴의 삶이 오늘날 사회주의자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부분은 어쩌면 그가 단지 이론가가 아니라 활동가였다는 점일 것이다.

인간 의식의 발전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르원틴 이론은 근본적으로 보면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1960~19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과 흑인 인권 운동의 경험이 그가 성장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여성 차별과 성소수자 차별 반대 투쟁도 중요했다.

이런 경험에서 배운 그는 이런 투쟁들에 반대하는 자들의 주장을 과학적 분석을 통해 논박했다.

비록 지금은 과학계의 좌파가 당시의 급진주의 전성기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파장으로 우리가 직면한 전 사회적 위기의 규모를 볼 때, 새로운 급진주의가 부활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리고 우리가 미래의 도전에 직면할 때 르원틴의 이론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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