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 통과가 임박했고, 8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한다.

언론노조가 제작한 카드뉴스 ‘언론중재법 개정, 왜 개악일까’ ⓒ출처 언론노조

주요 내용은 언론이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를 할 경우, 법원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터넷 게시물이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 인터넷사업자 측이나 언론중재위원회에 열람 차단(사실상 삭제와 같은 효과)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조항도 신설된다.

그동안 주류 언론들이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해 온 무책임한 언론 보도를 생각하면, 징벌적 손배를 통해서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조작으로 간첩죄로 몰렸던 유우성 씨도 언론의 반성을 촉구하며 징벌적 손배제를 지지한다고 했다. “사실이 아닌데도 기자분들이 검찰과 국정원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담아서 기사를 냈다. 간첩 조작에 가담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미디어 오늘〉)

유우성 씨 가족은 오랜 소송 끝에 국정원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과 2억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이끌어냈다.(그러나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미진한 수준이다.)

언론이 의도적으로 파업 노동자를 비난하거나 집회 참가자들을 모종의 범죄자로 모는 경우도 많다.

제대로 검증도 않고 찍어 내는 식의 언론 보도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다. 대체로 그런 언론 보도의 피해자들은 힘없고 사회적 편견으로 고통 받는 개인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보통의 사람들에게 주류 언론의 진짜 해악은 그런 언론 매체 자체가 고위 공직자·기업인들과 유착해 있다는 것이다. 언론사 사주나 간부들 스스로 그들과 같은 계급 출신이거나 그런 지위를 지향한다.

그래서 주류 언론들은 그런 기성 질서를 옹호하는 관점의 보도를 한다. 압도적으로 친시장적인 이유다.

민주당은 이런 현실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이용해 이번 개정안을 언론 ‘개혁’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권력자들에 대한 의혹 보도를 허위 사실로 보고 문제 삼을 수 있다.

의혹에 대한 탐사 보도는 대부분 권력형 부정부패를 겨냥하는데, 처음에는 명예훼손 등으로 고초를 겪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진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 퇴진 운동 때나 조국 사태 때 의혹 보도들은 모두 막강한 권력자 지위에 있던 당사자들로부터 가짜뉴스로 매도됐지만, 결국 대체로 사실로 판명됐다.

오히려 이 경우, 권력자들이 의혹 보도들을 역비난한 것이야말로 문제였다.

권력자들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의혹을 보도하는 것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므로 허위 정보라고 하다가, 막상 자신들에게 불리한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쉽게 인정하지도 않는다.

가령 박근혜 측도, 조국 측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를 여전히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압박한다.

일부 약자에 대해서는 일명 ‘좌표 찍기’로 괴롭히기도 한다.

삼성그룹도 이재용 재판을 앞두고 부정적 여론이 일까 봐,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는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했다.

이런 때는 삼성과 관계가 틀어진 대형 언론사 정도나 돼야, 하고 싶은 보도를 할 수 있지, 군소 매체나 개인들의 SNS 등은 위축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번 법안이 내세운 명분에도 불구하고, 그 법안이 권력자들을 향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비판이 언론노조 같은 단체들 사이에서도 제기됐다. 〈노동자 연대〉도 일관되게 비판해 왔다.
여론이 만만찮자, 민주당은 고위 공직자나 기업 임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이런 제스처는 애초 강행하려던 법안이 기존 권력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법안을 바꿔도, 공직자나 기업인이 직책에서 물러난 뒤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그의 가족이나 주변인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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