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전교조가 ‘일반계고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를 대상으로 의견 조사한 결과를 보면, 92.5퍼센트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문재인 정부는 학생의 진로·적성에 따른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조기 진로교육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고교학점제를 추진해 왔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고교학점제가 다양한 수업 선택권을 보장하고, 치열한 입시 경쟁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교사들도 교사별 평가와 절대평가제(성취평가제) 도입 등으로 수업과 평가의 혁신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입시 제도를 개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운영이 4년차를 맞이하면서 이런 기대들은 깨지고 있다.

현재 고등학교 1457곳이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 선택과목 수가 30개에서 40여 개로 증가하는 등 다양한 학습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며 성과를 치장한다.

그러나 여전히 입시 경쟁이 치열한 현실은 고교학점제 취지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

전교조가 실시한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설문을 보면, 학생 수가 31명 이상인 수업이 존재하는 학교가 60퍼센트에 이르고, 심지어 41명 이상인 경우도 있다.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경험과 정보가 모두 부족한데도 조기에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압력에 시달렸고, 무엇보다 더 치열해진 내신 경쟁으로 힘들어했다.

심지어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 골고루 1등급을 받기 위해 과목 선택 전 사전 모의까지 이뤄진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을 보고 있는 학생들. 고교학점제는 입시 경쟁 부담을 전혀 줄여주지 못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고교학점제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교육개혁 공약을 저버린 것과 관련 있다. 입시 경쟁 완화를 위한 공약들을 내팽개쳤고, 조국 문제가 터지면서 오히려 정시 비율을 40퍼센트 이상으로 올려 수능 점수 경쟁을 강화했다.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임기 후인 2025년으로 미뤘다.

일류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경쟁이 여전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도 껍데기만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입시 경쟁

한편, 정부는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한 인적·재정적 지원은 거의 하지 않고, 교사 노동 유연화, 비정규 교원 증원 등만 추진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20년에 발표한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수급 관련 쟁점’ 보고서는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고교 교사가 추가로 최대 8만 8106명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그런데 오히려 정부는 교원 정원을 축소하고, 교사 노동 유연화로 때우려고 한다.

교사들은 늘어난 과목 수에 맞춰 전공과 관련 없는 여러 교과들까지 담당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조사 결과를 보면, 한 교사가 3과목 이상을 담당한다는 응답이 91.3퍼센트나 됐고, 심지어 5과목 이상을 담당한다는 교사도 있었다.

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과목 수가 늘면 수업 준비에 부담이 커지고, 이는 수업의 질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선택 과목 확대에 따른 교사 부족 문제를 빌미로 기간제 교·강사 등 비정규직 교원을 늘리려 한다. 교원자격증이 없는 ‘외부 전문가’도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이 국회 심의 중이다.

이처럼 파행적인 고교학점제 시행은 중단돼야 한다.

학생들이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려면 현행 입시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충분한 규모로 정규 교원을 충원해 선택 수업의 질도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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