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소속 병원 노동자들이 9월 2일 파업을 예고했다. 파업 찬반투표에 조합원 5만 6091명 중 82퍼센트가 참가해 90퍼센트가 찬성했다.

병원 노동자들은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공공 의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8월 27일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 ⓒ출처 보건의료노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시설과 인력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방역 최일선에서 헌신해 왔다.

많은 사람들도 방역에 헌신해 온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고마움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번 파업에 대한 지지 여론이 큰 까닭이다.

정부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을 ‘코로나 시대 영웅’이라고 칭송해 왔지만 말뿐이었다.

최근 한 달 사이에만도 문재인은 두 차례나 간호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공공 의료 확충을 언급했다. 그러나 정부는 구체적인 방안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추후 논의”하자거나 “구체적인 계획 제시는 어렵다”는 식이다.

노동자들은 말로 때우고 넘어가는 정부 태도를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코로나 이전에도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고된 업무를 감당해 왔다. 한국의 간호 인력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부족하다.

이 때문에 간호사들은 매달 “낮근무·저녁근무·밤근무·휴일이 뒤섞여 있고, 내일 근무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불규칙한 야간교대근무”를 하는 처지다. 불규칙한 교대 근무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고 원활한 사회 생활도 어렵다.

3교대 간호사의 80.1퍼센트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고, 신규 간호사의 42.7퍼센트가 1년 안에 그만둔다는 통계가 이런 현실을 잘 보여 준다.(보건의료노조 2021년 정기실태조사)

코로나 팬데믹은 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감염병 전담병원의 간호사들은 방호복과 고글을 착용하고 업무를 해야 해 육체적 소진이 매우 심각하다. 이제 노동자들은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다. 또, 환자 간호 업무 외에도 환자들의 식사, 목욕, 청소, 택배 업무까지 맡아서 하고 있다. 평소에 이런 업무를 보조하던 보호자와 간병인의 병원 출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반 병동도 코로나 방역 인력 차출 때문에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

노조가 “의료인력의 탈진과 소진, 사직으로 인한 방역붕괴·의료붕괴를 막기 위한 파업”이라고 호소하는 것은 꼭 맞는 말이다.

의료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은 안전하고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예산 부족 타령

이런데도 정부는 예산 부족 타령만 하면서 노동자들의 희생만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1년 7개월 동안 정규직 인력 확충이 아니라 임시직 간호사들을 단기 파견하는 식으로 대처해 왔다.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같은 최소한의 처우 개선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공공의료 확충도 중요한 요구다. 한국은 공공병원이 전체 의료기관의 5.8퍼센트로 OECD 평균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역 공공병원 20개소를 확충’한다고 했지만 이미 설립하기로 예정된 3곳을 제외하면 앞으로 5년간 공공병원 신축 계획이 전혀 없다. 2021년도 예산에 공공병원 신축 예산이 “0원”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날 기미도 없고, 기후 위기 등으로 또 다른 감염병 창궐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공공의료를 대폭 확충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인데 말이다.

돈이 없어서가 결코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국방비 증액과 기업 지원에는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지난 5년간 국방비는 31퍼센트가 증가해 2021년 국방예산은 52조 8401억 원이다.

올해 공공병원 신축 예산은 0원이지만 원격의료와 바이오헬스 관련 산업 투자 확대 등 의료 상업화에는 수천억 원이 배정됐다. 재정 부족이 아니라 정부의 우선순위가 문제임을 보여 준다.

무기 구입과 기업 이윤 보호가 아니라 대중의 생계와 안전, 생명이 우선해야 한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