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병원에서 보호자가 수술실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 ⓒ출처 힘찬병원

수술실 CCTV 설치·촬영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2015년에 처음 발의돼 폐기와 발의를 거듭해 온 이 법안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의 요구가 있을 때 의무적으로 촬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014년 가수 신해철 씨 사망과 잇따른 대리수술 사고, 마취환자 성범죄 등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최근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 합동 조사에서는 80퍼센트(국민권익위 조사에서는 98퍼센트) 이상이 이 법안을 지지했다.

이는 병원과의 관계에서 절대적으로 약자의 처지에 있는 대중의 인식을 반영한다. 의료는 전문 영역인데다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민감하고, 환자는 의료진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신뢰관계가 필수적이지만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높은 지지는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그리 높지 않음을 보여 준다.

암 수술이나 응급 수술, 심장이나 뇌 질환 등 생사가 걸린 수술에서 환자들은 의료진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오거나 심지어 환자가 예상치 못한 사망에 이르렀을 때 보호자들은 최소한의 검증을 요구하기도 어렵다. 복잡하고 은밀하게 다뤄지는 기록들은 실제 수술 현장에 있었던 사람의 도움 없이는 온전히 해석하기도 쉽지 않다. 실수를 저질렀을 수도 있는 의료진 자신이 작성한 의무기록 상의 오류나 논리적 모순을 발견하지 못하는 한 소송을 제기하기도 어렵다.

의료가 상업화하고 병·의원의 영리 추구가 일반화하면서 수술 사고 문제는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과잉진료가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로봇 수술, 줄기세포 시술, 3D 수술 등 안전성과 효과성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수술 광고가 환자를 유혹한다. 갑상선 수술, 척추 수술, 무릎 인공관절 수술, 백내장 수술이 급증했다는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환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잘 나가는 진료과로 전공 지원이 몰린다는 성형외과는 관광 ‘상품’이 될 정도다.

이런 상업적 수술과 치료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통계를 보면 최근 분쟁 접수 건수(실제 사고는 더 많을 듯하다)가 꾸준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1800여 건에서 2019년에는 2800여 건으로 급증했다. 메르스와 코로나19로 병원 이용이 줄어든 2015년과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500여 건 씩 증가했다. 이 중 사망, 의식불명, 중증장애에 해당하는 사건만 연평균 480여 건이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척추 수술, 무릎 수술 등 최근 ‘전문병원’을 중심으로 한 수술 남용 논란이 제기된 정형외과의 분쟁 접수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런 의료분쟁에서 환자 측은 병원 측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데, 수술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진 사고를 환자 측에서 입증할 수단은 거의 없다. 보통 수년이 걸리는 의료 분쟁과 소송에서 수술실 CCTV는 환자들이 기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2016년 성형외과 수술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권대희 씨 사건 재판부는 의사가 3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는 공장식 수술 라인을 돌리느라 [응급 처치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했다. 이를 밝히는 데 CCTV가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수술실 CCTV설치와 촬영은 환자의 최소한의 권리로서 인정돼야 한다.

반대 논리의 문제점

이 법안에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은 강력히 반대했다. 위험수술 회피, 전문가의 자유 침해, 소극 진료, 의료진과 환자간 신뢰관계 붕괴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미 응급실에는 ‘의료진 보호’를 위해 CCTV가 설치돼 있고, 수술실 CCTV가 설치된 경기도 의료원(공공병원)의 경우에도 수술 건수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다시 회복하며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영상 유출 위험, 소극 진료, 수술 회피 등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과장이고 비약이다. CCTV로 녹화된 영상은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 하에 엄격히 관리돼야 하고, 문제가 제기됐을 때에는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의사들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할 것이다. 관련 지식과 경험이 없이 영상만으로 과실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검증조차 거부하는 것은 회계 책임자가 유출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회계장부를 작성하지 않겠다고 우기는 것과 다름없다.

오히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계의 요구를 반영해 지나치게 후퇴한 측면이 크다. 2년간의 유예 기간도 너무 길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수행하는 경우”와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 등 그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CCTV 촬영을 거부할 수도 있다. 위험도와 전공의 수련 저해는 모두 병원 측이 판단하기 때문에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매우 넓다.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점은 시행령에서 예외 사유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식으로 보완되거나 개정돼야 한다.

물론 수술실 CCTV가 환자의 대항 수단으로서 일정한 구실을 할 것이지만, 의료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CCTV가 있는 상황에서도 2016년 권대희 씨 사망 사건은 일어났다. 다만, 앞서 지적한대로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진의 실수를 입증할 길이 없어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도 속수무책인 상황만큼은 어느 정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의료사고 예방의 ‘실효성’을 근거로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가 의료를 산업으로 육성하고 병원이 경쟁과 영리 추구에 골몰하는 의료체계가 존속하는 한, 환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더 많은 수익을 우선시하는 위험한 시도는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다. 환자가 불필요한 수술과 치료를 받게 되면 의료사고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를 강력한 공적 통제 아래 두고 의료 행위에 관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이 의료 사고를 줄이는 데에 제한적으로나마 기여할 것이다.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 이런 조건 하에서 오랜 경험이 누적될 때에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지식 격차를 핑계로 한 일방적인 강요는 오히려 의료진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