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해야 하는 유럽 지배자들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출처 NATO

불 보듯 뻔한 탈레반의 승리에 서구 지배계급이 보인 반응은 경악, 오만, 자기 기만, 공포로 뒤섞여 있다. 미국에서는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이런 반응이 자제되고 있다. 민주당 내 간섭적 대외 정책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자들도 바이든이 약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공화당이 바이든을 위선적으로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사실 2020년 탈레반과 미군 철수를 합의한 자는 도널드 트럼프였다.)

반면 서유럽에서는 미국의 철군을 규탄하는 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독일인] 콘스탄체 슈텐첸뮐러는 자유주의적 제국주의의 오만을 아주 단적으로 드러냈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알카에다가 쫓겨났다. 많은 사람들, 무엇보다도 여성의 삶이 크게 개선됐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잘 교육받고 세계와 잘 연결된 시민 사회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 번호를 전화에 저장해 뒀다.”

마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나토(NATO)의 상냥한 지도를 — 이제는 아마 왓츠앱 메신저로 — 받아야만 사회적·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슈텐첸뮐러는 영국 보수당 의원 톰 터건햇의 터무니없는 하원 연설을 칭찬했다. 터건햇은 왜 영국이 유럽의 다른 나토 회원국들과 함께 점령을 유지할 수 없느냐고 거듭 다그쳐 물었다.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과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많은 문제에서 의견을 달리하지만, 둘 다 유럽 군대가 미국의 지원 없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점령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밝혔다. 2011년 영국과 프랑스는 나토의 리비아 개입을 주도했지만 금세 무기고가 바닥나는 바람에 미국이 나서서 가장 중요한 작전 수행들을 떠맡아야 했다.

확실히 주류적인 국제관계학자인 로런스 프리드만이 트위터에 썼듯이 “1956년 영국과 프랑스는 [수에즈 운하를 탈환하려고 — 캘리니코스] 중동에서 공동으로 군사 행동을 벌였지만 미국이 지지하지 않아 단념해야 했다. 그 후 지금까지 이러한 전략적 현실을 뒤집는 새로운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럽 자본들이 공포에 빠진 것도 바로 유럽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내 문제와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는 데 사로잡혀 자신들에게 군사적 안보, 특히 대(對)러시아 안보를 제공해 주지 못할까 봐 유럽 지배층은 불안해 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불안은 1940년대 말 이래 여러 형태로 나타났다. 나토 창설은 미국이 소련과 그 위성국들에 맞서 동맹국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자, 서유럽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미국 대외 정책의 제1 순위다. 그러나 이것은 약 10년 전, 자유주의자들의 영웅 버락 오바마가 아시아로의 “재조정”을 한 이래 계속 그래 왔다. 변하지 않은 또 다른 “전략적 현실”은 미국 제국주의가 계속 세계를 지배하려면 서유럽과 동아시아의 다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을 자신의 영향권 아래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영국, 독일, 일본, 남한에 여전히 군사 기지를 두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놓고 러시아와 갈등할 때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를 제재하도록 압박했다. 그리고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국경 근처에서 나토의 군사훈련을 주도해 왔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부든 바이든 정부든 간에 미국은 유럽 국가들이 갈수록 강경해지는 자신의 대(對)중국 노선을 따르게 했다. 유럽 국가들은 수익성 좋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약화되는 것을 꺼린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패주한 것, 특히 유럽 국가들에 이를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철군한 것을 계기로, 유럽연합이 “전략적 자율성”을 키워야 한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 티에리 브레통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위기에서 결국 유럽연합은 독자적인 방위 능력과 ‘하드 파워의 특성’들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5000명 규모의 유럽 “신속대응군”을 창설하는 것이다. 이것으로는 제2의 핵무기 보유국이자 개선된 무기 체계로 무장한 대군이 있는 러시아를 겁줄 수 없다.

진실은 미국과 유럽이 서로 갈등하면서도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계경제 생산에서 그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는 강대국이지만, 카불 함락은 미국의 취약성을 만천하에 다시금 일깨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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