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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부담 노동자·서민에 떠넘긴 2022년 예산안

정부가 2022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스스로 ‘확장 재정’이라고 밝혔다. 우파 정치인과 보수 언론들도 부채가 1000조 원이 넘었다며, 복지 지출 등을 삭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실제로 내년 예산은 추경을 포함한 올해 총예산(604조 9000억 원)보다 줄어들었다(604조 4000억 원). 물론 올해 본예산보다 8.3퍼센트 늘긴 했지만 지난 몇 년과 비교해 보면 그 증가세는 줄어든 것이다.(2019년 9.5퍼센트, 2020년 9.1퍼센트, 2021년 8.9퍼센트)

게다가 올해 수출 대기업들의 수익이 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정부의 총수입 증가율은 13.7퍼센트에 이르는데도 지출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예산을 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서민들의 고통은 커져가는데 정부는 예산 적자만 걱정하고 있다 8월 19일에 열린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사회장 ⓒ이미진

이에 따라 내년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55조 6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 대비 20조 원, 추경을 포함하면 35조 원가량 줄어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의 비율도 올해 4.4퍼센트에서 2.6퍼센트로,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6퍼센트대에서 4퍼센트대로 줄어들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도 지난해 예측보다 줄어들었다.

정부는 확장 재정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균형재정으로 가기 위해 부채 축소에 초점을 맞춰 예산을 짠 것이다.

정부는 예산안과 함께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3년부터 예산 증가율을 4~5퍼센트대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긴축재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에 대표적 신자유주의 정책 중 하나인 재정준칙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부채를 GDP 대비 60퍼센트로,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3퍼센트로 제한하겠다는 것이었다.

고령화로 인해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의무지출이 정부 추산으로도 연평균 6.5퍼센트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준칙은 상당한 긴축을 예고하는 안이다. 올해 예산안은 이런 재정준칙의 틀에 따라 긴축 추진을 본격화하기 위한 시동을 거는 성격이 있다.

턱없이 부족한 보건·복지·고용 예산

정부의 생색내기나 우파 언론들의 과장과는 달리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8.5퍼센트)은 이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2018년 11.7퍼센트, 2019년 11.3퍼센트, 2020년 12.1퍼센트, 2021년 10.6퍼센트)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소상인들의 생계난이 심각하지만 소상공인 지원 예산 증가율도 올해와 지난해의 4분의 1가량으로 줄어들었다.(2020/2021년 23퍼센트, 2022년 6퍼센트)

코로나19 시국에 꼭 필요한 공공병원은 이미 짓기로 한 대전의료원 말고는 늘릴 계획이 없다.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고용안전망 확충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예술인과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등에 대한 보험료 지원 예산은 1370억 원뿐이다.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은 180만 명 중 20만 명에 대해서만 시행될 계획이다.

게다가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증액됐던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그 칼날은 대부분 노동자들에게 향해 있다.

내년에 고용유지지원금은 1조 4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항공업 등 위기 산업에서 일자리 불안은 여전한데 말이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위한 일자리 안정 자금 예산도 1조 3000억 원에서 4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이처럼 고용 지원 예산 1조 1000억 원을 삭감하고, 이 재원으로 “소프트웨어 등 신기술 분야 인력양성”과 “그린·디지털 맞춤형 노동전환”을 위해 쓰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축소하며 기업의 경쟁력 지원과 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것에 정부의 강조점이 있는 것이다.

또 재정 절감을 위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경상경비를 2.2퍼센트 삭감하기로 했다. 예산안 발표 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1.4퍼센트로 정해졌다. 지난 7월 공무원보수위원회에서 의결한 인상률 1.9~2.2퍼센트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쳐 실질임금이 삭감되게 생겼다.

반면 이번 예산안에서 “강한 경제”를 위한 기업 지원이 상당히 강조돼 있다.

특히 반도체, 바이오, 전기차와 같은 신산업 육성 정책에 지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반도체 기술개발은 지난해보다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1439억 원에서 2896억 원). 한국판 뉴딜에서 연구·개발(R&D) 투자도 48.1퍼센트나 확대됐다(2조 4000억 원에서 3조 6000억 원). 이런 지원을 통해 대기업들이 가장 큰 득을 볼 것이다. 이재용 사면에 이어 기업 특혜가 계속되는 것이다.

환경 예산은 12.4퍼센트 늘었다고 하지만 예년보다 증가폭이 적을 뿐 아니라, 그 핵심 내용은 녹색 산업에서의 기업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 관련 예산 중 70퍼센트가량은 관련 기술 개발과 전기, 수소차 보급 등을 위한 기업 지원에 사용된다. 위기에 처한 탄소배출 산업에서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은 5000억 원에 불과하고,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보장하겠다는 계획은 전무하다.

국방비도 4.5퍼센트 인상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5년간 국방비 증가율은 6.5퍼센트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의 4.7퍼센트보다 대폭 올랐다. 그런데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2022~2026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2021~2025년 방위력 개선비를 106조 7000억 원이나 쓸 것이라고 한다. 전체 국방비도 매년 5.8퍼센트씩 늘릴 것이라고 한다.

미중 갈등에서 보듯 세계적으로 심화하는 경제적, 군사적 갈등 속에 정부는 기업 지원과 국방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긴축 압력이 커져 가는 상황에서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을 지키려면 아래로부터 투쟁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인상

코로나19 대응 비용도 결국 노동자들에게 전가

정부는 적자를 해결해야 한다며 최근 건강보험료율과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제까지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비용의 상당 부분을 건강보험재정으로 부담해 왔다. 백신 접종비와 인력 지원 수가 등을 합해서 9637억 원, 코로나19 진단검사비 2898억 원 등 총 1조 8994억 원에 이른다.(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의 성명서)

게다가 정부는 건강보험재정의 20퍼센트를 지원하게 돼 있는 국고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 왔다. 이 국고 지원은 이명박 정부 16.4퍼센트, 박근혜 정부 15.3퍼센트, 문재인 정부 13.79퍼센트로 계속 줄어들었다.

이렇게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고 건강보험료를 또 올려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고용보험료율 인상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고용 위기가 심각해진 만큼 고용안전망을 증진시켜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제대로 된 지원도 하지 않은 채 보험료 인상으로 때우려고 한다.

그래 놓고 최근 정부는 실업급여 중복 수급을 제한하는 개악까지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고용 위기로 인한 비용은 이로 인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몫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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