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실시된 독일 총선 결과가 나오자 국내 언론들은 독일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이 16년 만에 제1당이 됐다는 점을 부각했다. 〈조선일보〉 등의 보수 언론은 우려를, 〈한겨레〉 등의 중도 언론은 기대를 드러내면서 말이다.

그러나 사민당은 인기를 잃고 있던 기민·기사연합을 간발의 차(1.6퍼센트포인트)로 앞섰을 뿐이고, 역대 둘째로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독일 총선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본다.


퇴임하는 메르켈과 기민당 후보 아르민 라셰트 이윤을 우선시한 팬데믹 대응과 깊어가는 불평등에 대한 대중의 분노로 집권 보수 정당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출처 Armin Laschet

[9월 26일 현재] 결과가 집계되고 있는 독일 총선 결과는 박빙이었으나 우파가 나쁜 성적을 거둔 것은 이미 분명해졌다.

총리 앙겔라 메르켈의 집권 보수 정당인 기민·기사연합은 고작 24.2퍼센트를 득표했다고 한다. 제2차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2017년 총선에서 기민·기사연합은 32.9퍼센트를 득표하고 의회 내 최대 교섭단체가 돼 연립정부를 이끌었다.

우파가 이번 선거에서 쓴맛을 본 것은 이윤을 우선시한 그들의 팬데믹 대응 정책과, 독일의 커져가는 빈부 격차에 대한 대중의 분노 때문이었다.

선거 결과에 대해 기민당 사무총장 파울 지미악은 굳은 얼굴로 “개표 동안 긴 밤”을 지새게 될 것이며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민당의 주된 경쟁자는 사민당이다. 사민당은 이전 연립 정부에 하위 파트너로 참여했다.

독일제2공영방송(ZDF) 뉴스의 여론 조사를 보면 사민당은 근소하게 성적을 올렸고 매우 근소한 차이로 최대 정당이 될 듯하다.

사민당의 득표율은 25.8퍼센트로 지난 선거보다 5퍼센트포인트 오른 것이다.

사민당은 퇴임 총리 메르켈의 적자이자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변화를 추구하는 세력을 자처했다.

이제 새로운 연립 정부 구성을 위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며 여기에는 더 작은 몇몇 정당들도 관여할 것이다.

물결

녹색당도 그러한 주요 정당 중 하나일 것이다. 녹색당은 14.6퍼센트를 득표했으며 세 번째로 큰 원내 교섭단체가 될 것이다. 녹색당 득표율은 지난 총선의 8.9퍼센트에서 크게 오른 것으로 기후 변화에 관한 분노와 우려의 물결을 반영한다.

기민당의 지미악은 기민당·녹색당·자유민주당(FDP)으로 이루어진 “미래 연정”을 꾸릴 가능성을 거론했다.

“집권”을 간절히 원하는 녹색당 지도부는 그런 가능성에도 문을 열어 둘 것이다. 녹색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많은 수가 사민당과의 연정을 선호할 것임에도 그렇다.

극우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은 득표율이 11.1퍼센트로 줄어 좌절을 맛봤다. AfD는 이제 다섯 번째로 큰 원내 단체가 돼 주요 야당을 자처할 수 없게 됐다.

좌파당은 안타깝게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개표가 진행 중이지만 좌파당의 득표율은 5퍼센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총선의 9.2퍼센트에서 떨어진 수치다.

사민당이 최다 득표 정당이 돼 우파와 경쟁하면서 좌파당이 사민당에 일부 표를 빼앗겼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는 필연적이지 않았다.

좌파당 지도부는 너무 자주 좌파당을 집권 가능한 주류 정당의 일부로 보여 주려 했다. 그 결과 유권자의 눈에 좌파당은 사민당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게 됐다.

좌파당 지도자들은 좌파당이 자본주의와 인종차별에 맞서 저항하는 세력으로 비치게 하기보다는 선거와 의회 정치에 전적으로 골몰했다.

좌파당은 지방 정부에 참여한 모든 주에서 자신이 내세운 목표를 거스르는 결정을 지지했다. 민영화나 석탄에 대한 지원, 심지어 이민자 추방에 대해 그렇게 했다.

이런 후퇴 때문에 좌파당은 심각한 대가를 치렀다. 향후 투쟁을 벌이려면 이런 후퇴를 바로잡아야 한다.

독일에서 어떤 연립 정부가 들어설지는 몇 주가 지나야 뚜렷해질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연립 정부가 꾸려지든 팬데믹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다.

강력한 좌파가 거리와 일터에서 거기에 맞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