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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한국군을 즉시 철군시켜 주십시오”

살람 이스마엘(28세)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까지 바그다드 청년의사회 대표였다. 그는 지난해 4월 미군이 팔루자를 공습했을 때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팔루자에 있었고, 전 세계에 팔루자 학살의 진상을 폭로했다. ‘아시아보건포럼 2005’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살람 이스마엘 박사를 〈다함께〉의 김용욱 기자가 인터뷰했다.

이라크인들은 매일 고통받고 있습니다. 미군은 여전히 불법으로 사람을 체포하고 가택을 수색하고 파괴하고 있으며, 꼭두각시 정부도 여기에 가세했습니다. 그리고 이 정부의 부패는 정말 엄청납니다. 현재 이라크는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관료들이 통치하는 나라입니다.

또한 단지 이라크 정부뿐 아니라 더 심각하게는 미국의 도급업체들도 부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런 부패 때문에 이라크의 재건은 엄청나게 지연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보건의료 시설들이 파괴됐으며, 사유화도 진행됐습니다.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은 전쟁 전 경제제재 하에서 5.4퍼센트였는데, 지금은 7.2퍼센트로 늘었습니다.

점령군은 제네바 협정을 매일 어기고 있습니다. 점령군은 의료시설과 의사와 간호사와 구급차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적신월사에 이 사실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전력 상황은 여전히 최악입니다. [전기가] 두 시간 동안 들어오고 나서 4시간 동안 다시 들어오지 않습니다. 전력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됐고 재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도 역시 부패가 작용하고 있죠.

다른 공공서비스들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전쟁 뒤 이라크인들의 식수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식수의 질도 매우 낮아졌습니다. 이른바 ‘재건’은 부패 때문에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사담 후세인 한 명의 독재자 대신 20명의 독재자에게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금 미군과 함께 이라크로 돌아온 정당들[이슬람혁명위원회와 알다와당]이 정부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들은 사담 후세인보다 더 지독합니다.

시아파 사람들도 더는 이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진정한 지도자가 아니라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자들일 뿐입니다. 그들은 이라크를 철권통치하고 있습니다.

시아파 사람들은 이들의 진정한 정체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미래에 진정으로 자유로운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이들은 지금 자리에서 밀려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라크 사회 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3년 전쟁 전에 이라크 사회에서 누가 시아파이고 수니파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런 분단선에 따라 사람들을 나누려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이런 분단선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인위적으로 나뉜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점령군이 철수하면 내전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당장 철수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점령군 자신이 내전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여 주는 좋은 예가 한 달 전에 있었습니다. 남부 지역에서 영국군 정보요원 2명이 이라크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그들은 이라크인 복장을 하고 폭탄을 자동차 안에 실은 채 거리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이들을 억류하자 몇 시간 뒤 탱크를 앞세운 영국군이 이들을 구출해 갔습니다. 의문이 제기됩니다. 도대체 영국 정보요원이 차 안에 폭탄을 가득 실은 채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이들이 바로 내전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내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니와 시아는 수세기 동안 함께 살아 왔습니다. 둘 간의 결혼도 흔합니다. 시아파 어머니와 수니파 자식간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점령군 자신이 내전을 부추기면서 이것을 핑계로 점령을 연장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선거에 대해서는 이렇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레바논을 아십니까? 지난 봄에 하리리가 죽은 후 미국 정부는 시리아 정부가 레바논 일부를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레바논에서 결코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수 없을 거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유엔 안보리는 공정한 선거를 위해 시리아 군대의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1559호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13만 5천 명의 점령군을 배치해 놓고는 이라크에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거가 진행됐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나라가 외국 군대의 점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자유로운 선거란 있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외국인 전사들이 저항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라크 저항세력의 대다수는 평범한 이라크인들입니다. 그들 대다수가 외국에서 왔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외국에서 온 자들은 따로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저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살람 박사님, 이라크에서 모든 외국 전사들이 떠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고 답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외국 전사들이 즉각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이라크 안에 존재하는 최대규모의 외국 전사들은 13만 5천 명의 미군입니다.”

압도 다수의 이라크인들이 점령에 반대하며 방법은 다르지만 온 힘을 다해 점령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저항세력들은 자유로운 이라크를 바랍니다. 자유로운 선거로 구성된 진정한 정부를 세우는 것이 이들의 꿈입니다.

점령에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운동은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운동입니다. 점령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최근 알사드르는 앞서 말한 시아파 정당들과 선거연합을 결성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때문에 크게 상처받고 실망했습니다.

저는 한국군이 당장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오랜 점령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고통을 겪었을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점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시에도 일본군은 한국인들을 해방하러 왔다고 거짓말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과연 일본 점령의 고통을 잊었을까요? 잊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라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라크인들은 결코 점령의 치욕과 고통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이라크 노인은 자기 집을 수색하러 온 미군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그 총이 아니라 사복을 입고 온다면 이라크인만의 호의를 베풀겠네. 하지만 자네가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온다면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것이네. 우리는 자유 이라크를 원하기 때문이네.”

저는 한국인들에게 호소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점령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들이 점령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일본 점령군이 과거에 한 일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안은 있습니다. 한국군을 즉시 철군시켜 주십시오. 미래에 친구로 이라크를 방문해 주십시오. 우리는 1980년대에 이미 한국인 건설 노동자들을 환영한 바 있습니다. 제 집 앞에 있는 다리도 1980년대 한국인 노동자들이 지은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협력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점령에 동참함으로써 이런 협력의 역사가 무효가 될 상황에 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