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 청년 항쟁이 좌파에게 던져준 과제

프랑스에서 지난 3주간 발생한 사건은 단순한 소요가 아니었다. 그것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거대한 도시 대중 항쟁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 이 소요는 가장 극적인 국면을 지난 듯하다. 이제는 하루 90여 대의 자동차가 불에 타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11월 10일 프랑스 정부는 비상사태법을 발동했다. 이것은 1955년 식민지 알제리의 민족해방 투쟁을 진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었다.

〈르 몽드〉는 이것을 이렇게 평가했다. “1955년 법을 다시 꺼내 드는 것은 교외의 청년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5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너희들을 네 할아버지와 똑같이 다뤄 주겠다.”

그 전에 이미 소요는 ‘진정’되고 있었다. 프랑스 정부가 비상사태법 카드를 꺼낸 것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먼저 언론에서는 거의 부각되지 않았지만, 일부 백인 빈민 청년들도 소요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뜻밖의 일은 아니다. 프랑스 사회에서는 인종 차이를 떠나 15∼25세 청년층에서 실업률과 빈곤률이 가장 높다.

또, 11월 19일 이후로 예정된 대규모 사유화 반대 시위·파업 투쟁과 소요가 결합되는 악몽 같은 상황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투쟁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의도가 관철되기에는 자크 시라크 정부가 입은 상처가 너무 컸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헌법 부결은 기성 정치권을 뒤흔들었고, 지배자들은 이런 ‘센’ 조치를 법 그대로 적용하기 위해 강철 같이 단결할 처지가 아니었다.

사실, 이번 비상사태를 실제로 적용한 지방자치단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다. 소요의 근원지인 센느-상드니 시장도 이 법의 적용을 거부했다.

결국 비상조치는 대중행동을 위축시키는 데 실패했다. 11월 19일에 3만 명이 사유화 반대 시위에 참가했고, 노동조합은 20일부터 예정대로 파업에 들어갔다. 이 두 행동 모두 프랑스 공산당의 적극적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사회당 지도부는 예의 무능한 움직임을 계속했다. 11월 15일 정부가 비상사태 3개월 연장을 발표하자 사회당의 첫 반응은 “판단 유보”였다.

반면 공산당은 즉각 비상조치 발동에 반대했다. 더 중요한 것은 공산당이 19일 시위와 그 밖의 반신자유주의 투쟁 일정을 그대로 진행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산당 지도부와 이들과 연관된 대중조직들은 소요 진압과 비상사태 자체에 반대하는 시위에는 동원을 하지 않았다.

공산당의 평당원들은 소요의 원인에 대한 동정과 공산당 소속 지방 정부가 통치하는 지역에서의 ‘법질서’ 확립 필요성에 대한 지지 사이에서 흔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급진좌파 정당인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의 활동은 돋보이는 것이었다. 특히 또 다른 주요 급진좌파 정당인 노동자투쟁(LO)이 소요에 참가한 청년들을 “사회 의식이 부족한 자들”이라고 부르며 노동자들이 나서서 이들 “양아치와 건달들”로부터 다른 청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비하면 더욱 그랬다.

LCR은 11월 9일과 13일에 사르코지 해임과 비상사태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조직했고 소수지만 노조와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참가를 유도했다.

LCR이 동원한 13일 시위에는 1천5백 명이 참가했다. 대중조직이나 공산당이 결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만 명의 참가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LCR이 유럽헌법 반대 캠페인 때와 동일한 열정을 가지고 이번 소요에 개입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LCR의 주간지 〈루즈〉에는 “LCR은 왜 이 문제에 적극 뛰어들지 않는가? 무엇을 기다리는가? 지금이야말로 행동할 때다” 하고 호소하는 한 활동가의 독자편지가 실렸다.

이것은 이번 소요에 대한 LCR의 입장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루즈〉의 기사를 보면, 소요가 일어난 사회적 원인 중 하나 ―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 를 지적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결국 자기 동네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일반적 관점에서 소요가 노동자들의 집단 행동에 비했을 때 한계를 가진다고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소요 과정에서 국가권력과 충돌하는 청년들이 모순적으로나마 정치적으로 각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칫 놓칠 수 있다.

상드니의 한 청년은 영국 좌파 언론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운동입니다. 무언가 있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래 가진 않았을 거예요. 단지 재미 좀 보자는 것이었다면 하룻밤이면 끝났겠죠. 이렇게 오래 계속되고 있는 것은 추구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 운동은 우리를 위해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말만 하는 정치인들을 노린 것이었어요.”

운동

소요 가담자들이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부순 것도 아니었다. 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이 근처의 체육관은 언제나 닫혀 있죠. 그래서 불태웠어요. 학교는 우리를 쫓아냈죠. 그래서 불태웠어요. 상점과 백화점들은 우리에게 일거리를 주지 않아요. 그래서 불태웠죠. 이곳에는 르노 자동차에서 일하는 사람이 백 명이나 되지만 청년은 한 명도 없어요. 그래서 르노 자동차를 불태웠죠.”

물론 소요는 대안을 성취할 수 있는 일관된 사상이나 조직을 남기진 않는다. 하지만 이번 소요 참가자들은 최근 유럽헌법을 부결시키고 대규모 파업에 참가한 대중들과 공통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소요에서 고무받은 소수의 사람들을 좌파 정당에 끌어들이거나 운동으로 조직하는 것은 전혀 허망한 전망이 아니다. 
사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자크 시라크는 연이은 타격으로 엄청나게 약해졌다. 그가 정치적 권위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내무장관 사르코지는 일관되게 사회의 가장 후진적인 분자들과 극우들에게 호소해서 나름대로 우파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무슬림 이주자들에 대한 인종 차별적 공격으로 우파 결집을 도모할 것이다. 따라서 게토 거주자에 대한 공격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폭동진압 경찰 지휘관은 “우리는 이 지역을 다시 정복할 때까지 계속 머무를 것이다” 하고 선언했다.

다른 한편 프랑스의 중도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41퍼센트의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착취 체제”이자 “부자가 부를 축적하는 체제”라고 답했고, 51퍼센트가 “사회주의가 대안”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프랑스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는 앞으로 약화되기는커녕 더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더는 사회당 같은 ‘사회 자유주의’ 좌파를 대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61퍼센트의 사람들이 “사회당이 야당으로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프랑스 공산당과 노동조합 연맹 같은 대규모 대중조직들이 앞으로 어떻게 싸우느냐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무슬림 이주자 문제 같은 ‘민감한’ 쟁점에는 취약하다. 사르코지 같은 자는 이 점을 이용해 피착취자와 피억압자들을 계속 분열시키려 할 것이다.

LCR 같은 급진좌파들은 이에 도전하고 이 점을 가지고 다른 좌파들을 비판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된다. 급진좌파의 정치적 방향 제시가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 급진좌파는 이번 소요에 대한 자신의 개입 성과를 냉정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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