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부산 반부시·반아펙 투쟁 현장에서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을 만나서 인터뷰했다

오추옥 씨, 정용품 씨 등이 이미 목숨을 끊었다. 농민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약을 먹고 운명을 달리 하겠는가. 어떻게 이런 농정이 있을 수 있는가.

지난 15일 농민들을 진압한 것을 보자. 전쟁을 해도 노약자나 여자, 노인들은 가려가며 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번에 아주머니들 갈비뼈가 막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고, 칠십 넘은 할아버지가 이마빡이 깨졌다. 하반신 마비가 올 정도로 목에 충격을 받아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노무현 정권과 경찰을 우리 농민들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정부가 쌀 개방에 대비해서 내놓은 안들은 아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금 농촌에서 수확한 벼들이 폭락한 값으로도 팔 곳이 없을 만큼 시장이 엉망이다. 쌀값이 20∼30퍼센트 떨어졌다.

이 나라 농정은 없는 것이다. 농업을 구조조정하고 농민들을 농촌에서 퇴출시키려고 하는 반농민적 농정만이 있을 뿐이다.

추곡수매제가 있을 때는 생산비와 비슷한 수준에서 시장 가격이 형성됐다. 그런데 추곡수매제를 없애고 공공비축제라는 것을 도입했다. 하지만 [공공비축제처럼] 시가로 사서 시가로 방출하는 식으로는 쌀값을 안정화하는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한다. 추곡수매제가 반드시 부활돼야 한다.

아펙회의에서 WTO DDA 협상에서 보조금 철폐, 관세 인하 등을 주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같은 농업 조건이 불리한 나라의 농업은 다 없어진다.

지금 몇 개 안 되는 곡물 기업들이 세계 식량을 쥐고 있다.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식량 생산이 가능한 조건이 되었음에도 하루에 4천 명씩 굶어죽고 있는 구조다.

자본이 마음대로 돈을 끌어 모으고, 자본이 없는 모든 인간들은 자본의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러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펙 회의와 WTO다. 이러한 세상을 막아야 한다.

저들은 싼 곡물 사다가 먹고, 자동차·핸드폰·IT제품 팔아서 잘 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실제로 IT제품·자동차 팔아 가지고 이윤, 무역수지가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무역수지가 그렇게 많이 성장했음에도 농민들은 약 먹고 죽어야 되고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아무리 2만 불 시대, 3만 불 시대가 온다 한들, 5퍼센트도 안 되는 가진 자들만이 부를 축적하는 그런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