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됐다. 누리호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만든 첫 우주 발사체다.

누리호는 목표한 고도까지 올랐으나,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절반의 성공이다. 몇 번의 시험 발사를 거치면, 한국은 1톤 이상의 실용급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미국, 러시아, 중국 등 6개 국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10월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누리호 ⓒ출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러나 누리호 발사에는 군사적 의미도 크다. 영국 〈BBC〉는 한국의 누리호 발사가 “현재 한국이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대한민국 정책브리핑’도 누리호 개발의 의의를 설명하며 이렇게 밝혔다.

“위성에 의한 정찰이나 통신 등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주요국들이 하나같이 우주군을 창설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최근 공군본부 우주센터를 발족했다. 각 군에서 다양한 국방 위성 프로그램들도 계획되고 있다. 그런데 자국 발사체가 없다면 국가 안보를 외국에 의존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군은 누리호와 이를 개량한 로켓들에 군사 위성을 실어 발사할 것이다. 한국군은 내년에 정찰 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각종 위성 사업을 시작한다. 그중 30여 대의 초소형 정찰 위성 체계를 누리호나 그 개량형 로켓에 실어 발사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위성을 올리는 우주 발사체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탄도 미사일은 몇몇 사소한 차이를 빼면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국방부도 2007년에 이렇게 밝혔다. “탄도 미사일은 형상, 구성요소, 적용 기술이 우주 발사체와 유사하다.” 그래서 북한은 위성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했다는 이유로 유엔 제재를 받았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주요 업체들 상당수가 군수기업이기도 하다.

지금 고체 연료 로켓엔진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로써 누리호의 성능을 개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훗날 군사용으로도 전용할 수 있다. 그만큼 장거리 미사일 개발 노하우가 상당히 쌓이게 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10월 21일 정의당의 관련 논평은 아쉬웠다. 정의당은 누리호의 “미완의 성공”을 아쉬워하며 “2차 발사 성공을 기대한다” 하고 밝혔다. 누리호 개발의 군사주의적 측면을 감안한다면, 누리호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부적절했다.

불안정과 낭비

미·중 갈등이 악화되면서 아시아에서는 미사일 경쟁이 불붙고 있다. 예컨대, 얼마 전 중국이 극초음속미사일을 비밀리에 시험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해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늘린 미사일들을 개발·배치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지침을 폐기하는 데에 동의해 줬는데, 그 덕분에 만들어질 새 중장거리 미사일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타격할 수 있을 것이다(카네기국제평화재단).

미·중 경쟁은 우주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돼 있다. 우주는 사이버 공간과 함께 강대국들이 경제적·군사적 경쟁을 벌이는 새 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미국 트럼프 정부는 국가우주위원회를 부활시키고 우주군을 창설했다. 마찬가지로 바이든 정부도 우주에서의 경쟁을 중시하며, 미국은 중국·러시아 등 경쟁자들에 견줘 우주에서 우위를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우주몽”을 천명하며 우주에서 미국을 따라잡으려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중국은 미국의 위성항법장치 GPS에 상응하는 베이더우 위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국은 우주 정거장을 구축하는 중이고 최근 화성 탐사도 해냈다.

달 탐사도 우주 경쟁의 주요 분야다.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달에 연구 기지를 짓기로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달에 사람을 보내고 기지도 지을 계획이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계획이라는 국제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달·화성·소행성 탐사와 자원 활용을 위한 협력 틀이다. 달에 유인 기지를 짓고 궁극적으로 달에서 광물 자원을 확보하는 ‘달 경제’ 구축을 지향한다. 미국은 이를 중국 등보다 먼저 진행해 달을 선점하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기로 했고, 내년에는 미국 스페이스X를 통해 달 궤도선을 보내려 한다.

이처럼 지구 바깥 우주에서도 제국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지배자들도 우주 개발에 뛰어들며 나름의 이익을 확보하고 국가적 위상을 높이려 한다.

그 과정에서 불안정이 증대하고 군비 경쟁에 따른 엄청난 낭비가 발생할 것이다. 정부·언론은 누리호 발사로 민족주의적 자긍심을 부추기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격화되는 우주 군사 경쟁으로 피해만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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