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 ⓒ출처 세종호텔노조

세종호텔(서울 명동 소재) 사측이 코로나 경영 악화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9월에 호텔 존립의 위기감을 조성하며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런데 19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회사의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러자 회사는 10월에 한 차례 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부분의 현장 노동자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3명만이 희망퇴직을 했다.

퇴직 압박이 잘 먹히지 않자 사측은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준”을 내놓았다. 조리와 식기 세척 담당자들을 상대로 한 ‘외국어 구사 능력’이 평가 기준에 포함됐다. 현장 노동자들이 반발했다. 그리고 많은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면서 사람들이 사이에서 사측의 황당한 정리해고 요건이 회자됐다. 정의당 서울시당과 진보당 등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세종호텔이 정리해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리해고 선정을 위한 기준’ ⓒ출처 세종호텔노조

사측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콕 집은 식음과 조리, 환경관리 노동자들이 버티고 있다. 사측은 향후 객실 부문만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코로나 위기 상황을 단기적인 매출 하락과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세종호텔을 비정규직 호텔로 재편할 기회로 삼으려 하는 듯하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영업하던 외식업체 위탁운영을 매출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마치 이때다 싶었다는 듯 매출을 올려 수익성을 높일 방안보다 영업을 중단하고 구조조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식음료 영업장도 폐쇄했다.

세종호텔 사측은 코로나 전에도 수년 동안 정규직을 점차 줄여 왔다. 2011년 290명이 넘던 정규직 노동자가 현재 40여 명 남짓이다. 다른 호텔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던 인건비 비중을 줄여 이윤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정규직이 빠진 자리를 성수기 등 필요한 시기에 언제든지 부려먹고 해고할 수 있는 단기 계약직과 노무관리 부담이 덜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코로나 이후 더 노골화된 사측의 정규직 자리 없애기 경영에 위기감을 느낀 현장 노동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고 세종호텔노조에 집단 가입했다. 그 결과 세종호텔노조가 다수 노조가 됐다. 세종호텔에는 복수 노조가 존재하는데, 그동안 온건한 성향의 연합노조(한국노총 소속)가 다수 노조였다.

최근에 가입한 조합원들을 비롯해 세종호텔노조 조합원들이 매일 출퇴근 홍보전을 세종호텔 앞에서 진행하며 사측의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다.

사측은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자, 세종호텔노조 집행부와 조합원들을 비열하게 압박하고 있다. 노조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비롯해 조합원 7명에게 일방적인 휴업을 명령하고, 또 다른 조합원 3명에게는 부당한 징계를 내렸다. 이 가운데 9명이 최근에 세종호텔노조에 가입해 적극 활동하는 조합원들이다. 세종호텔노조는 부당노동행위와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정직 1개월 등 처분을 받은 조합원 3명의 징계 사유는 어처구니없다. 팀장 지시에 따라 거래업체가 제공한 식사 접대에 참석하고 고객 분실물을 처분해 부서 공금으로 사용했다는 게 징계 이유다. 그러나 징계를 받은 조합원들은 오히려 팀장의 비위 행위를 폭로했던 당사자들이다. 팀장은 징계를 받지 않고 9월 희망퇴직 때 퇴사했다. 대표이사가 밝혔듯이 ‘징계받지 않으려면 퇴직하라’는 것이다.

세종호텔노조는 이런 현장 분위기와 사측에 대한 비난 여론을 활용해 지지와 연대를 확대해 가려 한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진보 정당들과 시민사회단체에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며 세종호텔의 부당한 정리해고 시도를 중단하는 투쟁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