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민주당과 이재명을 둘러싼 정의당의 안타까운 좌충우돌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0월 25일 녹색당 지도부와 만나 “퇴로가 없는 기후 위기에 맞설 적녹 연정” 협력을 제안했다.

그 얼마 전,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10월 10일)된 후에는 민주당과의 연정 구성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 그리고 그 정책과 비전에 동의하는 제 정치 세력, 시민 세력과 함께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연정을 구성하겠습니다.”(KBS ‘최강시사’ 10월 15일 방송)

그러나 로자 룩셈부르크는 더 온건한 세력이 지배할 자본주의 정부에 좌파 정당이(비록 정의당처럼 온건 좌파일지라도) 동참해서 연립하지 말라고 1899년 장 조레스 등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에게 강조했다.

한편, 심상정 후보는 대장동 건과 관련해 이재명 전 경기지사에게 성남시장 시절 배임 혐의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10월 20일 국정감사에서 심 후보는 “돈을 받은 자가 범인”이라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설계한 자는 죄인”이라고 받아쳤다. 정의당 지도부는 이재명 후보를 “불로소득 설계 죄인”이라고 규정하며 우파의 대장동 특검 요구에도 동조한다.

그렇다면, 심상정 후보는 배임 혐의를 받는 죄인에게 연립 정부 구성을 제안한 셈이다. 앞뒤가 안 맞는다. 또 좌충우돌이다.

게다가 민주당의 검찰 개혁을 지지했던 정의당이 그 결과물인 지금의 검찰을 못 믿겠다며 국민의힘의 특검 요구에 동조하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다.

물론 이재명의 정치적 약점과 한계를 비판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의당의 이재명 비판은 (개량주의에 대한 좌파적 비판도 아니거니와) 균형감이 없어 보인다. 부동산 값 폭등 시기에 부동산 개발에 따른 불로소득을 선출 공직자의 의지만으로 막을 수 있을까? 8000억 원은 “천문학적 불로소득”인데 성남시가 환수한 5500억 원은 아무것도 아닌 걸까?

정의당 창당 9주년 기념식 ⓒ출처 정의당

위로부터의 개혁

정의당의 좌충우돌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 강조해 온 반우파 개혁 동맹 노선과 선거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민주당과의 차별화가 절실히 필요한 현실 사이의 모순 때문인 듯하다. 특히, 이재명의 기반이 정의당과 적잖이 겹치는 것 때문에 견제 심리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지금 정권 교체를 바라는 비율이 절반을 넘지만 국민의힘 유력 후보들조차 이재명과 초박빙의 레이스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정의당에게 기회가 되기보다는 압착 요인이 돼 정의당의 지지율은 2016년 총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의당 안팎에는 이런 부진의 원인을 지난 4년간의 “민주당 2중대” 행보에서 찾는 목소리가 많다. 우파에 맞서 문재인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개혁을 성취하려던 정의당의 노선은 실패했다. 이것이 정의당이 겪고 있는 리더십 위기의 본질이다.

문재인 정부를 도와 개혁을 얻겠다는 정의당의 개혁 전략은 계급 투쟁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그에 대한 연대를 구축하는 활동보다는 선거 대응에 치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의 협력으로 선거제 개혁을 얻어 내고, 2020년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 기준인 의석 20석을 넘기는 게 목표였다. 그렇게 해서 존재감과 의회 협상력을 제고하고자 했다. 두고두고 정의당의 발목을 잡은 조국 비호(와 검찰 개혁 지지)가 당시 선거제 개혁 입법과 거래됐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주류 양당의 꼼수로 불완전하고 기형적인 형태가 됐고, 그나마 민주당이 총선 직전 비례용 위성 정당을 창당함으로써 정의당의 목표는 물거품이 돼 버렸다.

정의당 좌파도 일단 의회 진출을 먼저 해야 존재감이 확보된다는 선거주의적 계산 때문에 심상정 지도부의 ‘현실주의’ 노선에 대한 비판을 아꼈다가 쓰라린 좌절을 겪었다.

말만 급진적으로 한다고 해서 판세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좌파 정당들이 취해야 할 진정한 정치적 차별화는 문재인 정부를 말로만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중요하게는 문재인 정부에 맞선 계급 투쟁을 옹호·지지하는 것이 돼야 한다.(‘불법’으로 내몰린 이번 민주노총 집회를 옹호한 것은 좋았으나 그렇다고 이번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그런 투쟁 속에서만 좌파 정당들은 부양력을 얻고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의 좌파 후보들의 선전은 비록 모두 계급투쟁은 아니었어도 거대한 대중투쟁 덕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의회 밖, 선거 밖 대중 투쟁이 독립변수이고 의회·선거 책략은 종속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