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에 맞서 하르툼 거리를 메운 수단인들 ⓒ출처 mosaab hassouna (페이스북)

10월 25일 새벽(현지 시각) 수단 군부가 쿠데타를 감행했다. 군부의 대표 기구인 과도군사위원회 위원장 압델 파타 알부르한은 군부가 정부를 해산했다고 발표하며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는 수단 전역에서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 대부분을 차단했고, 압달라 함독 총리 등 민간 정부 인사들을 모처에 구금했다.(함독은 이틀 후 구금에서 풀려나 가택연금 중이며, 지금까지 군부의 삼엄한 감시를 받고 있다. 함독과 함께 연행된 민간 정부 인사들은 아직 구금돼 있다.)

수단인들은 즉각 항의 시위에 나섰다.

2019년 독재 정권을 타도한 민중 항쟁을 이끌었던 노동조합 연맹 수단직능인협회(SPA)는 전면 총파업, 시민 불복종 운동, 야간 거리 시위 등을 호소했다.

군부는 잔혹한 탄압으로 응수했다. 현재까지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100여 명이 다쳤다.

수단 수도 하르툼의 한 활동가는 필자에게 이렇게 전했다. “군부는, 군부 본부 앞에 모인 평화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했다고 해요. 방금 병원에 다녀왔는데, 총에 맞은 사람들과 머리를 맞아 다친 사람들이 밀려들고 있어요.”

미완의 항쟁

2018년 말에 시작된 수단 항쟁은, 오마르 하산 알바시르 독재 정권을 6개월 만에 무너트렸다.

빈곤과 물가 상승 등에 항의하며 시작된 시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바시르 정권의 30년 독재에 맞선 저항으로 확산됐다. 대규모 거리 시위와 노동자 파업이 분출했다.

마침내 2019년 4월 군부의 일부가 알바시르를 체포했다. 이는 대중 항쟁이 수단 지배계급에 위협이 될 만큼 성장해서였다.

수단 노동자 대중은 여기서 더 나아가 군부 세력을 완전히 뿌리 뽑기를 바랐다. 파업, 광장 점거, 대중 시위가 계속됐다. 이에 군부가 광장 점거 시위대를 공격해, 6월 3일 하르툼에서 120여 명이 사망하는 비극도 있었다.

하지만 항쟁 측 대표 기구 ‘자유와 변화를 위한 연합’의 대표자들과 SPA 온건파 지도부는 군부와 협상해 권력을 분할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들은 민간인과 군인이 함께 참여하는 ‘통치위원회’를 수립하기로 군부의 실세 알부르한과 합의했다.(바로 그 알부르한이 이번 쿠데타를 주도했다.) [관련 기사 본지 293호 ‘수단 항쟁: 항쟁 지도부의 배신적 타협으로 군부가 권력을 부지하다’]

합의 내용은, 3년 후 선거를 치러 정권을 민간에 이양하고, 그때까지는 군부와 민간이 차례로 통치위원회를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군부 측에 전열을 정비하고 반격할 시간을 벌어 준 셈이었고, 군부가 완전히 타도되기를 바라는 대중의 염원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후 약 2년 동안 민간인과 군부가 권력을 분할하는 불안한 동거가 지속돼 왔다.

그리고 민간 측 지도부는, 2019년 초 점거와 파업을 거치며 탄생한 아래로부터의 운동과 조직들을 단속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민중 항쟁 당시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청년들이 각 지역마다 세운 저항위원회는, 국가 기구가 기능하지 않았던 공백을 메웠다. 이 위원회들은 거리 시위 계획은 물론이고, 의료·생필품·식량 등 일상의 모든 영역을 계획하고 조직했다.

하지만 이 지도부는 정부에 참여할 기회가 열리자 저항위원회들을 점점 더 통제하려 들었고, 많은 활동가들의 실망을 샀다.

‘자유와 변화를 위한 연합’ 대표자들이 참가한 새 정부도 민중의 반발에 직면했다.

물가는 치솟고, 빈곤과 실업은 알바시르 정권 때와 별반 달라진 바 없었다. 새 정부의 개혁은 거북이 걸음이었다. 새 정부의 민간인 총리 압달라 함독은 유엔 출신 고위 경제 관료였다.

이 정부가 군부와 권력을 분할하고 있는 것도 대중적 분노를 샀다. 알바시르 정권 시절 시위대를 학살했던 책임자들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학살 책임자 처벌’이라는 대중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리 만무했다.

애초부터 지속될 수 없는 동거였다. 전열을 재정비한 군부의 쿠데타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번 쿠데타가 벌어지기 몇 주 전에도, 이미 일부 군인들이 쿠데타를 시도했었다(실패했다). 이번 쿠데타 하루 전인 24일에는 군부가 사주한 군부 지지 시위도 벌어졌다.(항쟁 측이 호소한 맞불 집회가 규모를 압도했지만 말이다.)

군부가 인터넷을 끊자 종이 쪽지로 지역마다 시위를 조직하는 저항위원회 ⓒ출처 khalidalbaih(페이스북)

투쟁으로 맞서다

알바시르의 30년 독재를 무너뜨린 수단 노동자 대중의 힘은 여전히 건재하다. 실망과 좌절을 겪긴 했지만, 각 지역마다 활동가들이 조직했던 저항위원회도 여전히 건재하다.

쿠데타 소식이 전해지자, 몇몇 노동조합들은 SPA가 총파업과 시민불복종을 호소하기도 전에 조직적 저항에 돌입했다.

국영 석유기업 노동자들은 쿠데타 반대 정치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참가율이 100퍼센트에 가깝다고 SPA는 밝혔다.

교사 노동자들, 은행원 노동조합, 조종사 노동조합 등은 총파업 및 거리 점거 동참을 호소했고, 의사 노동조합은 모든 군 병원에서 인력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자 파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확대되는 중이다.

수단의 혁명적 활동가들의 네트워크 ‘낏담’은 이렇게 밝혔다. “부르한은 [대중의] 삶과 자유까지 파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쿠데타는 오히려 수단 혁명의 새 단계를 열 것이며 … 저항위원회, 노동조합, 전문인 단체, 민주주의 단체의 활동가들이 도시와 농촌에서 열정적으로 혁명을 건설하고 있다.

“이 떠오르는 세대의 활동가들에게서 탄생한 혁명적 지도력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군부 쿠데타에 맞선 투쟁이 이번에야말로 군부를 완전 타도해 2019년 항쟁의 미완의 과제를 완수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운동은 군부에 타협적인 지도부를 넘어서 노동계급의 조직된 힘과 대중적 점거 시위를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