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51주기 이주노동자 기자회견 ⓒ임준형

11월 7일 서울 도심에서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주최로 ‘전태일 열사 51주기, 이주노동자 기자회견 및 거리행진’이 열렸다. 이주노동자들은 토요일에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열사의 기일 전 일요일에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네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필리핀 등지 출신의 이주노동자들과 연대 단체에서 80여 명이 참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서울에서 열린 가장 큰 이주노동자 집회였다.

참가자들은 전태일다리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종로와 세종대로를 거쳐 청와대 인근 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했다.

문재인 정부가 방역을 명분으로 집회할 권리를 제약한 탓에, 이주노동자들은 그동안 소규모 또는 실내 행사만 할 수 있었다. 반면, 이번 집회는 오랜만에 수십 명이 야외에서 행진까지 해 분위기가 활기찼다.

참가자들은 큼지막한 팻말과 현수막을 펼쳐 들고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거리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알렸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담긴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활기차게 행진했다 ⓒ임준형

집회의 주요 요구는 고용허가제 폐지였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극도로 제약해, 이주노동자를 사용자에게 종속시키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이주노동자가 노동하다가 몸에 이상이 생기면 [사용자는] 치료도 제대로 안 해 주고 사업장 옮기고 싶어서 거짓말 한다고 합니다. 의사 소견서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는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고, [해당 사업장에서] 벗어날 방법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산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자 882명 중 94명(10.7퍼센트)이 외국인이었다. 국내 생산가능인구 중 이주노동자 비율이 3퍼센트 미만인 점에 비춰 보면 매우 높은 수치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하자 임금 체불도 늘었다. 지난해 이주노동자의 임금 체불 신고액은 1287억 원에 이르러, 2017년 783억 원에서 크게 늘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이주민 대다수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숙소를 달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캄보디아 여성이주노동자 ⓒ임준형
뱀이 나오고 샤워실 문이 없는 기숙사 열악한 숙소 상태를 폭로하는 캄보디아 여성이주노동자의 팻말 ⓒ임준형

열악한 숙소 개선도 주요 요구였다. 이주노동자 중 약 70퍼센트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비주거용 시설을 숙소로 쓰고 있다. 이런 시설들은 추위와 더위, 화재, 분진, 소음 문제 등이 심각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용자가 이주노동자의 통상임금에서 8~20퍼센트를 숙식비 명목으로 공제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영속레아이 씨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기숙사의 열악한 실태를 폭로했다.

“비가 내리면 물이 줄줄 흘러 내립니다. 밤에 잘 때나 낮에 갑자기 뱀도 나옵니다. [샤워실에] 문도 없어요. [이렇게] 안전하지 않은데 [기숙사비로] 한 달에 20만원을 깎고 있어요.”

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숙사가 공장에 붙어 있어요. 야간 조가 일을 하면 기계 소음 때문에 잘 때 불편해요.”

한편,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10년째 이중언어코치로 일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소속 여성 이주노동자도 발언에 나섰다.

이중언어코치는 다문화가족 자녀가 영유아기부터 이주민 부모의 모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2014년 도입한 것이다. 주로 결혼이주여성이 일한다.

그녀는 공공기관에서 이중언어코치나 통번역사로 일하는 이주여성이 내국인에 비해 임금과 수당 등에서 차별받는 현실을 규탄했다.

“1년 일해도 10년 일해도 같은 임금 받는 것, 어느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느냐에 따라 명절수당이나 가족수당을 아예 못 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말이 됩니까?

“선주민 직원들과 동일하게 경력에 따른, 호봉제가 적용된 임금과 각종 수당을 받고 싶습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열악한 기숙사와 임금 차별 등 이주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전태일 열사 51주기 이주노동자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주노동자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임준형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이주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준형
“공공기관은 이주 여성 임금 차별 없애라” 발언하는 이중언어코치 여성이주노동자 ⓒ임준형
이주노동자들이 몸에 감긴 쇠사슬을 끊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임준형
몸에 감긴 쇠사슬 끊기 퍼포먼스를 하는 이주노동자들 ⓒ임준형
"우리의 노동 시간 사기치지 마라" 여성이주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 그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들을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임준형
이주노동자들은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며 활기차게 구호를 외쳤다 ⓒ임준형
전태일 열사 51주기 이주노동자 행진을 마치고 진행된 정리 집회 ⓒ임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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