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오후 청주지방법원에서 청주 평화 활동가들의 국가보안법 재판이 열렸다.

이 활동가들은 청주에서 F-35 전투기 도입 반대 운동, 북한 밤묘목 보내기 운동 등 평화 운동을 벌여 왔다. 그 활동 방식도 1인 시위나 서명 운동 등 평화적 방식이었다.

그러나 국정원 등 공안 당국은 이들을 체포했고, 이들이 북한의 ‘지령’으로 단체를 결성하고 국가 기밀을 탐지하는 등 ‘간첩’ 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F-35 도입 반대 운동 등의 평화적 활동은 모두 북한의 배후 조종에 따른 일로 매도됐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피고인 측이 모두 부동의한 게 쟁점이 됐다. 검찰 측이 이를 두고 ‘피고인의 방어권 남용’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들을 변호하는 정병욱 변호사는 증거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 것은 피고인 측의 당연한 권리인데, 검찰이 방어권 남용 운운하는 것은 불쾌하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검찰이 내놓은 증거를 모두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에서 증거로 제출된 입출경기록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바도 있기에, 검찰의 증거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박응용 씨를 비롯한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영상과 사진 등 디지털 증거들을 내놓았다. 정 변호사는, 그중 캄보디아에서 공작원을 만난 장면을 찍었다는 사진 원본의 진위 여부, 누가 어떻게 찍었는지 등이 모두 확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을 찍은 국정원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이 촬영한 것임을 확인해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국정원 직원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필요가 없다고 반발했다.

수염

피고인 중에 박응용 씨도 검찰이 제출한 사진에 직접 이의를 제기했다. 북경사범대에서 자신을 찍었다는 사진 2장을 조사 과정에서 봤는데, 그 사진들에서 자신의 모습이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다(예컨대, 수염 유무 등). 적어도 그중 하나는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찍힌 것 같다고 했다.

재판이 끝난 후에 만난 박응용 씨의 두 아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작은 아들인 박인성 씨는 박응용 씨가 베이징에 오갈 때 북경사범대에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진에 찍혔다는] 북경사범대 남문은 두 곳이 있어요. 국정원 사진은 그중 소남문에서 찍은 건데, 거기에 아버지라고 찍힌 사람은 수염이 나 있어요. 그런데 저는 아버지를 동남문에서 만났어요. 당시에 아버지는 수염을 기르지 않았고요.

“아버지가 베이징에 머물던 [2017년] 5월 19~23일 내내 제가 아버지와 동행했어요. 아버지는 중국어에 능통하지 않아 혼자 베이징을 돌아다닐 수 없어요. 그 일정 중에 아버지가 [북한 공작원 같은] 다른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요. 만약 아버지가 누군가를 만났고 그 모습이 국정원에 사진으로 찍혔다면, 응당 거기에 저도 나와 있어야 해요.

“국정원의 사진을 보니까 아버지라고 하는 사람이 수염이 수북하던데, 저희 아버지는 그 정도로 수염을 기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만날 일이 있으면 항시 수염을 깨끗이 깎고 가셨어요.”

큰 아들인 박인해 씨도 이날 재판을 지켜봤다. 그는 2008년 군 복무 중에 기무사로 끌려가 북한 당국과의 접촉 여부, 아버지의 간첩 혐의 등에 대해 실토하라는 협박을 받았던 피해자였다.

그는 아버지인 박응용 씨에 이어 자신들까지 사찰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에 그 아들까지 … 보안법이 폐지되지 않으면 아마 그 아들의 아들 대까지 국가보안법의 굴레를 뒤집어쓰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병보석을 신청한 지 꽤 지났는데 오늘 재판에서 판사가 한마디 언급도 없다면서 씁쓸해 했다. 박응용 씨는 난치병인 다카야수동맥염을 앓고 있는데, 그를 진료한 심장내과 전문의는 시술이 시급하다고 했다. 병보석이 즉시 이뤄져야 한다.

다음 공판은 11월 19일에 열린다. 앞으로 증거 조사를 중심으로 법정 공방이 한동안 지속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