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기 전에 “기후 위기를 멈추게 할 정치 사상과 행동은 무엇인가?”를 읽으시오.


저는 기후 위기를 주제로 책모임을 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째, 기후 위기에 가장 큰 책임 있는 국가들이 책임을 지고 보상금 지급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선진국들이 기후 위기 취약국들에게 법적 책임을 지고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람들을 거리로 나서게 할 만한 동력이 될 수 있을지가 궁금했어요. 그것이 대안 사회를 건설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궁금했고요. ‘이 주장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국가 간의 문제를 다루다 보면 계급적 이해관계의 문제를 희석시키는 한계를 보이진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둘째, 이번 COP 회의에서 인도는 2070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고요.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은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잖아요. 그런데 몇 시간 전에 미국과 중국이 갑자기 공동선언을 발표했더라고요. 미·중 갈등이 앞으로도 기후 위기 해결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하는데, 기후 위기를 둘러싼 미·중 갈등, 그리고 선진국들과 개도국들이 겪는 갈등을 어떤 관점에서 보면 좋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멸종 반란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인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COP26에서 2050년까지 모든 석탄 발전을 폐지하는 게 광장히 담대한 선언인 것처럼 발언했지만, 실상은 공적 자금으로 화석연료 산업에 계속 투자를 하고 있어요.

또, 개발도상국들한테 저탄소 경제 전환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삼성이나 두산 이런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대용량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게 허용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말만 기후 위기에 대담한 조치를 취하는 척을 하면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을 제어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서 11월 6일 전 세계 기후 정의 행동의 날에 한국에서도 5백여 명이 거리에서 행진을 하고 ‘이윤 추구 성장 말고 기후 정의 실현하라’, ‘식량·보건 에너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기후 위기에 맞선 대중 운동이 확대되면 좋겠는데, 대중적 기후 운동을 확대하려면 어떤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면 좋을지 의견을 나눠 보고 싶습니다.

11월 6일 서울에서 열린 ‘기후정의 세계 공동행동’ 집회 ⓒ이미진

저는 청주에 사는 김**라고 합니다.

지역 개발 문제를 하나 제기하고 싶습니다. 국내에 저희 지역에서는 2022년 5월 5일까지 레고랜드가 완공될 예정입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공사 과정에서 1400개의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 중도식 토기, 반달 돌칼, 돌도끼 등의 유물들이 나왔습니다. 녹색당과 유적지 보호단체를 비롯해 범시민단체들은 레고랜드의 복토 과정에서 토양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저는 존 벨라미 포스터가 《마르크스의 생태학》에서 지적한 대로 자본주의적 토양의 촉진이 토양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까지 훼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틴 엠슨이 《마르크스와 반자본주의 생태학》에서도 제기한 자본주의에 따른 환경파괴 문제가 역사적 문화재의 보존과 발굴 [문제]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레고랜드 개발에는 비리 문제도 있었는데요. 시행사로부터 강원도 소속 공무원들이 돈을 받은 일이 있었고, 11억 원을 횡령하고 5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기도 했고, 전 춘천 부시장도 연루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지역에 투자를 유치하려고 문화재를 훼손하면서 놀이 시설을 건설하는 청주시의 레고랜드를 조사하고, 문화재와 환경까지 피규어로 만들어 버리는 개발에 반대하고 투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은 COP26 회의에서 탈석탄 선언에 서명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실제 계획은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산업을 40퍼센트나 남겨두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외에서 진행하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왔습니다. 비판이 일자, 정부는 그 서명은 원론적인 차원의 지지였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탈석탄 선언은 그저 그린워싱을 위한 말장난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면서도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을 해고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조건 악화를 감수하면서 타지로 전적되는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달에 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동료 노동자들에 따르면, 고인은 공장 폐쇄를 앞두고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후 위기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노동자들에게 고통이 떠넘겨져서는 안 됩니다. 화석 연료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무상 취업 교육 같은 것들이 제공돼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환경 NGO들이나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환경과 노동을 별개의 문제로 보거나 서로 대립된다고 여겨 왔는데요. 그러나 노동자들은 화석연료 산업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고, 일자리와 조건을 지키는 데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또 그것을 실행할 잠재력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정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계급 투쟁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탈탄소 같은 기후 위기 대응과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을 연결해서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1월 12일 태안에서 열린 발전소 폐쇄 관련 고용보장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대책 마련 촉구 집회 ⓒ출처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본부

저는 사회주의자들이 기후 위기를 멈추고자 하는 광범한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더 많은 시위가 더 많은 곳에서 벌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것이면 충분하다고 얘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틴 엠슨이 지적한 것처럼, 운동 내에선 지금 어떤 체제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들은 사회주의자들이 운동 안에서 성마르게 마르크스주의를 내세우거나 혁명을 말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모호하게 ‘한번 해 보면 알겠지’ 하고 말하죠. 물론 저는 사회주의자들이 ‘어디 논쟁 한번 해보자’는 자세로 운동에 뛰어드는 것은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단지 시위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봅니다.

자본주의는 전혀 민주적인 체제가 아니고, 이 체제의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서 심지어 전쟁도 불사하는 자들입니다.

의회나 선거는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그럴 것 같았으면 벌써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났겠죠. 지배자들은 계속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그 책임은 노동계급에게 떠넘길 태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벌어질 불가피한 투쟁들에 대비해야 하고, 승리하기 위해선 지배자들을 굴복시킬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서 마틴 엠슨이 얘기한 것처럼 노동계급에 주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계급의 단결된 힘으로 체제를 근본에서 바꿔야 합니다.

우리에겐 운동도 필요하지만 체제에 맞선 도전을 승리로 이끌 전략도 필요하고, 그런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은 조직돼 있어야 합니다. 그런 조직을 건설하는 일도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운동의 전진을 위해 노력하면서, 그 안에서 최상의 투사들을 결속시키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저는 생태적 전환을 추구하는 마을 공동체에 사는 청년입니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점점 드러나면서, ‘기후 변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라는 구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발제에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체제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퍼머 컬처라는 생태적 마을 공동체 방식을 의미하기도 하고, 공장식 축산업에 반대하면서 탈육식사회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퍼머 컬처 방식을 추구하는 분들은 마르크스도 지적했던 인간과 자연의 신진대사 균열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요. 음식물 쓰레기나 인간의 배설물을 거름으로 활용해서 농사를 짓고, 덜 소비하고, 덜 소유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생활 수준 저하를 감수해야 하고, 가난이 미덕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농업에서의 화학 비료 사용이나 장거리 운송이 기후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공감이 되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대다수 노동자들이 동참하기에는 쉽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월급은 쥐꼬리만하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값싸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채식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끔찍한 불평등 속에서 나락으로 내몰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생활 수준 저하를 강요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관점은 평범한 사람들을 비롯한 인간의 활동 자체가 환경을 파괴시킨다는 것이고,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은 게 문제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도보다는 이윤만을 쫓아 생산을 결정하는 자본주의 권력자들에 맞선 강력한 투쟁을 건설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