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민주적 기본권 억압안을 통과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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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민주노총과 그 가맹·산하조직이 주최하는 집회에 코리아연대·노동자연대의 참가를 금지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신문·도서 판매, 홍보물 반포, 현수막 게시 등이 “확인”되면 퇴거 방송을 하겠다고 한다.
또, 이와 별도로 “민주노총 활동 결합을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결정도 했다. 두 단체 회원의 민주노총 상근자 채용과 정부위원회 위원 추천을 금지하고, 채용·추천 시 ‘서약서’를 작성토록 한다는 것이다. 위헌 논란 등을 의식해 그 세부 내용은 “법률 검토 등을 거쳐 추후 마련”키로 했다.
민주노총 중집은 코리아연대·노동자연대의 ‘2차가해’를 이 같은 결정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에도 민주노총 중집은 ‘2차가해’를 이유로 들어 노동자연대 단체와 연대 중단을 결정했는데, 절차와 내용 모두에 문제가 많았고, 정치적으로도 정당성이 없는 결정이었다. 당시 민주노총 중집은 사건의 실체에 대해 자체 조사도 하지 않고 노동자연대를 상대로 청문도 하지 않은 채 연대 중단을 결정했다.
노동자연대가 공동 진상조사를 제안한 일, 명백한 허위사실을 바로잡은 일, 무분별한 ‘2차가해’ 개념에 문제 제기하며 토론을 제안한 일이 ‘2차가해’로 규정된 것이었다.
무엇보다 ‘2차가해’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날 중집 회의장 앞에는 이른 오전부터 조합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전교조 조합원인 조수진 민주노총 대의원은 중집 회의에서 발언권을 얻어 해당 안건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헌법에 보장된 여러 기본적 권리를 요구하며 싸워 왔습니다. 그런데 민주노총 안에서
“
“단결과 연대, 기본권 문제에서 ‘2차가해’만은 예외입니까? …
심각한 모순, 거짓말
해당 안건의 상정을 주도한 박희은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저항과 항의의 목소리를 분명한 좌파적 입장에서 일관되게 대변해 온 언론을 그 정반대편에 서 있는 사용자·우파 언론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발언이 놀라울 지경이다.
무엇보다 이런 주장은 언론·사상의 자유와 같은 민주적 기본권 문제가 민주노총에는 예외라는 독선적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내가 하면 합법, 남이 하면 불법’이라는 태도는 금세 모순에 부딪힌다. 11월 22일, 민주노총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서울시의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 금지 통보가 인권침해라는 진정을 제기하며 이렇게 밝혔다. “서울시의 고시에 의한 집회 불허, 제한은 헌법이 정하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 행위
서울시의 기본권 침해를 위헌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노총 중집의 기본권 침해는 “책임”에 따른 권한 행사다? 교사·공무원 정치활동 자유를 요구하면서 특정 견해와 사상의 자유는 금지해야 마땅하다? 기본권의 보편성 원리를 부정하는 것은 민주노총 스스로 자기 주장의 정당성을 허무는 것이다.
박희은 여성위원장은 심지어 거짓말과 왜곡까지 하며 민주적 권리 억압을 정당화했다. 가령 그는 지난해 노동자연대와의 연대 단절 결정에 이어 추가 배척을 결정해야 할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피해자에 대한 소송 제기를 통한 괴롭힘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연대가 소송을 제기한 대상은 피해호소 여성
박희은 여성위원장은 노동자연대 회원들이 관련 재판을 방청한 것을 두고 “재판 기일 때마다 우르르 몰려가 피해자와 조력자에게 계속 가해를 하고 있다”고도 왜곡했다. 공개 재판에서 침묵과 방청 수칙을 준수하며 방청한 것이 “집단 괴롭힘”이고 “2차 가해”라고 한다. 회원들은 자기들이 잘 아는 전모 씨가 얼마나 뻔뻔스럽게 위증을 하는지 정말로 너무 보고 싶어 방청한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안”
그럼에도 이날 민주노총 중집은 만장일치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몇몇 중집 성원들이 인정했듯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안”에 대해 강력한 권리 제약을 결정했다.
중집 회의 참석자의 일부는 이번 결정이 심각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부담스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헌법적 권리에 대한 부분까지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는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동일 사안에 대해 또다시 추가 처분을 하는 것이 타당한가?” “노동자연대 명의의 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이 있으면 끌어내야 하는 건가?” 등등.
상근자 채용 시 서약서를 요구하거나 부당 해고를 할 경우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사상 검증을 통해 두 단체 회원을 색출해 내겠다는 것으로, 양심의 자유에 정면 위배된다. 김유정 금속노조법률원장은 이런 의견을 내놨다. “채용 시 회원 여부를 확인하고 서약서를 받는 것은 정치, 사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형적인 십자가 밟기인 위헌적 행위다.”
그러나 민주노총 중집 관료기구는 정당성 없는 남부끄러운 조처이니만큼 마치 이견이 없었던 것처럼 만장일치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윤택근 위원장 직무대행은 “조합원들이 신문 판매 등 개인적인 정치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원안에서 한두 단어만 살짝 바꾸되 본질적으로 같은 내용의 안으로 만장일치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중집 성원 전원이 이에 동의했다. 변혁당, 노동전선, 노동당 등과 연계된 ‘좌파’ 중집 성원들도 이견 없이 동조했다.
이 장면은 민주노총 중집 성원들이 민주적 기본권과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본질적으로 하찮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는 또, 여성위가 제기하는 터무니없이 독단적인 ‘2차가해’ 교리에 동조한 것이다. 그러나 ‘2차가해’를 응징하기 위해서라면 언론·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따위는 얼마든지 규제할 수 있다는 발상은 서로 ‘2차가해’ 했다며 조합원들 사이에 더 많은 분열을 촉진할 위험이 매우 크다. 그리고 이런 논리는 얼마든지 다른 견해나 사상을 찍어내는 것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
중집 성원들 일부가 부분적 이견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들도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 내부가 분열되는 것이 더 해롭다고 보고 획일체로서 행동했다. 결국 자기 집단의 내적 안정성을 추구하는 상층 간부층의 이해관계가 우선한 것이다.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노조의 공식적 결정으로 제약할 수 있게 함으로써 노조 간부들의 통제력을 강화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 중집의 이번 결정은 민주적 권리를 외면하고 노동조합 민주주의도 약화시키는 불길한 결정이다. 민주노조 운동의 전통을 존중하는 활동가들은 이 결정에 동조하지 말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 조합원 개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옹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