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린 영국과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항의 시위는 기후 운동의 화려한 ‘컴백 무대’였다.

특히, 2019년에 그레타 툰베리와 세계 각국 청소년들의 동맹 휴업, 영국 멸종반란(XR) 운동과 함께 등장했던 기후 위기 운동 내 급진적 조류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COP26에 모인 세계 정상들이 무언가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는 사실상 찾아 볼 수 없었다.

2009년 코펜하겐 총회 때부터 해마다 COP 항의 시위에 참가한 영국의 존 시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구적 비상 상황에 대응하려면 세계 노동계급의 단결이 필수적이다. 그런 단결은 의식적인 노력과 정치적 개입으로써만 이룰 수 있다. 11월 유엔기후총회에 항의하는 ‘COP26 남반구 민중 행동’ ⓒ출처 COP26 Coalition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10여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운동이 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NGO의 전략, 즉 탈정치적인 캠페인으로 기후 위기를 막고 정의로운 전환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운동에서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각국의 COP 항의 행동 참가자들은 운동이 좌경화하고 있고, 특히 청년들의 급진화가 두드러진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운동이 왼쪽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저절로 혁명적 변화를 추구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 논리뿐 아니라 살아 있는 활동가들의 논쟁과 개입이 있어야만 그런 일이 벌어진다.

좌경적 흐름 속에서도 갖가지 쟁점과 상이한 전략들이 등장한다. 여러 나라 활동가들의 경험을 통해 기후 위기 운동 저변에 깔린 다음과 같은 위기 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인류가 이미, 또는 머지 않아 ‘돌아올 수 없는 기후변화의 다리’를 건너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 뒤에라도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는 게 과연 유의미할까?”

이에 대해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개연성을 따져 보면,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키더라도 자본주의 탓에 이미 망가진 지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를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공산주의가 실현된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신진대사가 연합 생산자들(실제로 부를 창조하는 사람들)의 합리적이고 집단적인 판단에 맡겨지고, 더는 맹목성에 지배당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혁명으로 쟁취하려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이조차도 여전히 ‘필연의 왕국’에 머무르는 것이고 인류는 여전히 물질적 제약과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오늘날 사회주의 혁명이 승리해도 정확히 그런 상황일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주의 정부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지구에 필요한 비상 조처를 실시해야 할 텐데 그런 조처는 오직 민주적 계획 경제에 기초할 때만 가능합니다.”

혁명의 승리가 앞당겨질수록 지구는 덜 망가질 것이고 비상 조처의 규모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상이한 전략들

일각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6차례에 걸친 COP의 실패에서 보듯 자본주의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사반세기 이상 시간만 까먹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1980년대부터 기후 변화를 경고해 왔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1917~1918년 러시아와 독일 혁명, 2011년 아랍 혁명(튀니지·이집트·리비아·시리아·바레인·예멘 등)에서 보듯 혁명은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질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빠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위기감에서 각종 전략이 제출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다른 모든 쟁점은 제쳐 두고 기후 위기에만 ‘올인’하자’는 것이다.

그 논리는 이렇다. 최대한 광범한 사람들을 결집하려면 젠더나 인종차별처럼 논쟁적 쟁점은 언급하지 말고, ‘편 가르기’ 우려가 있으니 정치 조직도 배제하고, 재원이 많이 필요한 복지 문제 같은 것도 기후 위기 대응보다 후순위로 두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기후 위기를 낳은 자본주의에 맞서 단결할 잠재력이 있는 운동과 세력들을 불필요하게 반목시킬 수 있다. 예컨대, 지금 혁명이 한창인 북아프리카 수단에서는 사람들이 기후 변화로 수십 년 동안 고통받아 왔다. 그렇다고 해서, 분연히 떨쳐 일어난 수단인들에게 ‘군부에 맞서 싸우는 투쟁은 일단 미뤄두고 온실가스 감축부터 고민하는 게 어떨까요?’ 하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온실가스를 줄이는 투쟁도 여러분의 혁명과 함께합니다” 하고 말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캐나다에서는 경제 위기와 주택 가격 인상으로 주요 도시에 노숙자가 늘면서 ‘텐트 시티’가 점점 많아졌고 이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단속도 심해지고 있다. 기후 위기가 심해질수록 안전한 주거 환경 문제는 중요해질 텐데 이런 문제를 “후순위”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다양한 운동이 저마다의 경계를 넘어 서로 논쟁하면서도 공통점을 찾을 때 진정한 단결이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착취와 억압에 맞서는 모든 투쟁을 지지하는 혁명적 정치야말로 운동들이 서로 만나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후 문제의 시급함 때문에 화석연료 개발 설비나 온실가스 배출 시설을 파괴하자는 ‘직접행동’ 전략도 점차 청중을 얻고 있다. 송유관을 파괴하자는 안드레아스 말름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화석연료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대중 다수가 참여는커녕 수긍하기도 어려운 전략이다. 오히려 운동을 ‘파괴적 행동을 지지하는 소수’ 대 나머지로 분열시킬 위험마저 있다. 그러면 지배자들은 즉시 반격할 것이다.

물론 마르크스주의자들도 모종의 강제력을 동원해서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에 파열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주체가 소수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이 아니라 노동계급 대중이어야 한다는 점이 진정한 차이다.

노동계급의 단결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노동계급을 강조하는 것은 세계적 수준에서 민주적 계획 경제를 실현해서 지구적 비상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고 재앙이 닥칠수록 계급 분단선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이미 경제 위기, 코로나19, 과거의 전쟁 등 숱한 역사가 이를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가 닥친다고 노동계급이 저절로 단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배계급이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을 떠넘기기 위해 온갖 방식으로 노동계급을 이간하려 들 것이다. 오늘날 저들이 여성 차별을 유지하고 또 젠더 갈등을 부추기거나, 난민 등에 대한 인종차별을 부추기거나, 애국심을 부추기면서 타국을 비난하는 것은 그 전형이다.

여성차별에 반대하는 주장은 많지만 그 원인과 대안을 자본주의 문제로 일관되게 연결시키는 것은 혁명적 사회주의 전략뿐이다. 인종차별과 애국주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세계 각국에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낙태권 운동, 인종차별 반대 운동, 선주민 권리 운동, 노동조합 운동에 함께하면서 이 운동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있다.

극우 또한 기후 위기를 틈타 대중 속에 뿌리내리려 한다는 점에서 이런 작업은 더욱 중요하다. 예컨대,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극우가 ‘우리 탄광과 일자리를 지키자’, 난민 문제가 심각한 유럽에서는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탄소를 줄이자’ 하고 선동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그런 점에서 아주 중요한 요구인데 대중의 이익을 방어할 뿐 아니라 노동계급의 단결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대체 에너지로 전환하는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30여 년 전 영국 정부가 노동자들의 저항을 분쇄하며 석탄 기반 발전을 천연가스 기반으로 전환한 것은 “정의롭지 못한 전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당시 1년에 걸친 치열한 광원 파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최종 승리하자 수많은 광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사실상 ‘잉여 인간’으로 취급받았다. 당시 몰락한 탄광 도시들 중에는 아직까지도 낙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곳이 많다.

이런 비극이 세계적 수준에서 재현되는 것을 피하려면 노동자들이 아니라 사용자들과 정부가 책임과 비용을 떠안도록 해야 한다. 경제·기후 위기 상황에서 시장이나 국가 경쟁력 논리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필요에 따른 전환을 이루려면 결국 자본의 권력을 깨뜨려야 한다. (반면, 이런 전환을 “사회적 대화”로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수십 년 동안 세계 도처의 경험으로 거듭 반박돼 왔다.)

현재 기후 정의 운동에는 여러 운동들이 함께하고 있다. 올해 COP26 시위에서는 그레타 툰베리도 노동조합과 함께 행진했다. 이것은 결코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고 수년 동안 많은 활동가들이 운동을 넘나들며 논쟁을 통해 공통점을 찾고 공동 행동을 건설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기후, 경제, 보건, 전쟁 가능성 등 온갖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도처에서 고통받는 사람이 늘 뿐 아니라 개혁주의 정치의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이 좌우 광폭으로 대안을 찾을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대안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끈기 있고 집단적, 조직적 노력이 필요하다.


11월 14일,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이 개최한 기후 위기 온라인 워크숍에서 여러 나라 활동가들을 취재한 것에 바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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