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 민주노총이 주도해 구성한 ‘불평등 체제 타파를 위한 대선 공동대응기구’가 올해 연말을 시한으로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를 시작했다.

이 기구는 민주노총이 좌파 정당 5곳(정의당·진보당·노동당·변혁당·녹색당)과 함께 구성한 것이다. 이번 합의에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주도해 온 민중경선 추진파 측도 참여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12월 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좌파 계열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는 11월까지만 해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다가 최근에 조심스럽게 시작되고 있다. 〈민중의소리〉 사설은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있다. 대신 ‘인성 파탄’, ‘쩍벌남’이 여전히 주요 이슈로 오르내리고 있[다.] … 여기에는 진보정치의 부진도 한몫 거들고 있[다.]”

사회 변화 염원 대중에게 최근 대선 국면은 많이 답답하다. 각종 사회 개혁 의제가 부각되지 못하고 있고,  좌파의 지지율과 정치적 존재감도 낮다.

돌파구 대중의 자신감과 사기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좌파 후보의 존재감도 커지고 개혁 의제도 부각하기 쉽다 ⓒ출처 진보당

기업주들과 우파가 국민의힘 윤석열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 것이 확연하다. 민주당 이재명은 좌우 줄타기를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기업주와 우파를 의식한 발언이 늘고 있다. 전두환 공과 인정 발언, 부동산 시장 규제 반성 발언, 신울진(신한울) 핵발전소 3·4호기 건설 재고 가능 발언 등.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실망이나 반감이 좌파 후보 지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난번 대선에서 좌파 대선 후보 중 역대 최대 득표(201만여 표)를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진보당 김재연 후보는 대중적 주목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민중의소리〉) 진보당은 애초 좌파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재연 후보가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자고 요청했다.

내년 초 노동당·변혁당의 합당을 전제로 구성한 “사회주의 좌파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공동투쟁본부”는 이백윤(변혁당), 이갑용(노동당), 박성철(예명 현린, 노동당) 등이 출마해 자체 경선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반향이 거의 없다.

민주노총 전 위원장, 현 부위원장 등이 나선 민중경선 요구도 조합원 서명 목표치에 한참 미달했다.

각개약진하던 온건·급진좌파가 최근 후보 단일화 논의를 시작한 데는 답답한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가장 큰 듯하다.

단일화 논의 전망

그러나 단일화 논의는 순탄치 않을 듯하다. 단일화에 대한 각 정당의 이해관계, 기반, 지향에 차이가 있어 유·불리가 갈리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일찍이 안철수 등과의 제3지대 공조와 진보·좌파 연대의 양날개 대응을 공언해 왔다. 정의당과 안철수와의 공조 행보를 진보당이 공개 비판했지만, 정의당은 주류 양당체제 극복을 위해서는 안철수 등과의 정치(선거제) 개혁 공조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중의 정치의식 발전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행보다. 오히려 정의당의 온건한 개혁주의 노선이 사회 주류를 꽤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사실 정의당은 진보당과의 연대가 선거적 실익이 별로 없다고 보는 듯하다.

정의당은 좌파 정당들 중에서는 녹색당과의 연대를 중시하고 있다. 녹색당이 제안한 기후대선운동본부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기구에는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미래당 등이 참여한다.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말하자면, 정의당은 여론조사 비율을 높여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를 5 대 5로 하자고 주장한다고 한다(〈매일노동뉴스〉). 반면, 한상균 후보 측은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 중심의 민중 경선을 주장해 왔다. 〈민중의소리〉는 진보당이 한상균 후보 측과 유사한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대중의 자신감과 사기를 높이는 것이다. 대중의 사기가 높고 능동적일수록 좌파 후보들도 존재감이 커지고 개혁 의제도 부각시키기 쉽다.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 직후에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는 좌파 후보 단일화가 없었지만, (좌파계 후보 역대 최대 득표와 함께)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등 주요 중도·우파 후보들이 모두 임기 내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했다. 최저임금 1만 원 요구는 촛불 속에서도 지지가 많았던 터라 이들이 아래로부터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운동의 등장 가능성이 당장은 높지 않더라도 경제 위기 고통 전가, 기후 문제 등 (대선 이후에도) 투쟁이 다시 벌어질 이유는 많다. 그래서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처럼 좌파는 개방적이고 급진적인 대중 운동이 일어나도록 단결해 노력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