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5일 루이지애나 경찰이 흑인 알톤 스털링을 살해하고 증거를 조작했다.

다음 날 미네소타 경찰이 흑인 필랜도 캐스틸을 살해했다. 차 안에 같이 있던 4세 여아가 절규하는 엄마를 위로했다.

7월 9일부터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의 여성 선수들이 두 흑인 남성의 이름을 넣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티셔츠를 입고 코트에 나섰다.

리그는 즉각 선수들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콜린 캐퍼닉은 NFL(미국 프로 미식축구 리그)의 쿼터백이었다.

8월 NFL의 프리시즌이 시작되고 미국 국가(國歌)가 연주되자, 그는 일어서 있지 않고 뒤로 걸어가 벤치에 홀로 앉았다.

경기가 끝나고 콜린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흑인과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성조기에 자부심을 보이기 위해서는 일어서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내게 풋볼[미식축구]보다 더 중요합니다. ... 거리에 [흑인의] 시체들이 있고 [경찰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유급휴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주일 뒤 다시 국가가 연주될 때 콜린 캐퍼닉은 팀 동료 에릭 레이드와 함께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같은 날 다른 시합에서 제레미 레인도 벤치에 앉아 있었다.

2001년 9·11 공격 이후 스포츠 경기에서 애국주의 행사가 급증했다. 국방부는 경기장 위로 전투기를 날리고, 파병 군인을 위한 깜짝 이벤트를 열고, 경기장 크기의 초대형 성조기를 전시하고, 경기 중간에 미군에 경의를 표하는 일을 후원했다.

NFL 경기도 국가가 연주될 때 군인들이 성조기를 들고 나와 모두에게 기립과 경례를 요구한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선수들이 캐퍼닉의 행동에 동참했다.

트럼프는 캐퍼닉에게 다른 나라로 꺼지라고 했다. 시즌 내내 도시마다 캐퍼닉은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는 야유, 비난,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그 와중에도 주전 쿼터백으로 16번의 터치다운, 4번의 가로채기를 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시즌이 끝날 무렵, 팀은 그와 계약을 종료했다.

다음 시즌에 대통령 트럼프는 공화당 연설장에서 구단주들을 압박했다. “당장 저 개새끼를 필드에서 끌어내. 아웃! 걘 해고야. 해고!”

NFL의 32개 팀 중 어느 팀도 캐퍼닉과 계약하지 않았다. 여성을 학대하거나, 음주 운전을 하거나, 사람을 죽인 선수나 구단주도 받아들이는 리그가 경찰의 흑인 살인에 항의한 선수를 추방한 것이다.(캐퍼닉의 ‘무릎 꿇기’에 처음으로 동참한 팀 동료 에릭 레이드 역시 추방당했다.)

선수들은 그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확신했다.

우익은 그의 “반미적” 유니폼을 불태웠다. 국립 네이비실(미국 해군 특수부대) 박물관은 캐퍼닉의 유니폼을 입은 남자에게 4마리의 군견들이 달려들어 미친 듯이 물어뜯는 시범을 공개했다. 폭스뉴스의 트럼프주의자 터커 칼슨은 캐퍼닉이 “국가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자들도 캐퍼닉이 스포츠를 정치화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스포츠는 원래 정치적이다. 그들이 불쾌해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저항의 정치다.

블랙리스트

하지만 사태는 그들 모두가 우려하는 쪽으로 나아갔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수천 명의 고등학생과 대학생 운동선수들이 스포츠 경기장을 항의와 논쟁의 장소로 만들었다.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학생 선수들은 (콜린 캐퍼닉처럼) 무릎을 꿇거나 (흑표범당 경례로) 주먹을 치켜들었다.

학생들은 경기장 안팎의 탄압에 굴하지 않았다.

이들이 바로 “트레이번 세대”다.

2012년, 17세의 흑인 트레이번 마틴은 편의점에서 스키틀즈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다 자경단원 조지 지머만에게 살해됐다.

그러나 법원은 지머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흑인 청소년이 후드티를 입으면 범죄자로 보이고 따라서 죽여도 무방하다는 식의 판결이다.

이때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시작됐다.

“세월호 세대”처럼 당시 십대들은 트레이번의 비극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자신의 스포츠 경기장에서 트레이번 마틴을 떠올렸고 행동에 나섰다.

학생들이 행동에 나서자, 온갖 반발과 반격이 시작됐다. 살해 협박, 괴롭힘, 비난, 욕설, 폭력 등. 종종 가족 전체가 시달렸다. 앨라배마의 한 아나운서는 무릎을 꿇은 고등학생들을 향해 “벽에 줄지어 세워 총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KKK 지도자 데이비드 듀크의 협박에도, 아리안형제단(네오나치)의 깃발이 나부끼고 KKK가 버젓이 회합과 행진을 하는 동네에서도, 학생 선수들은 용기 있게 행동했다.

미식축구, 농구, 축구, 배구, 야구, 소프트볼, 치어리딩팀, 육상 등등에서. 여자 선수, 남자 선수, 치어리더가 때로는 코치, 교사, 다른 학생들과 함께 무릎을 꿇거나 주먹을 치켜들었다.

많은 고등학교에서 스포츠 팀은 기껏해야 파벌적이거나 심지어 후진적이다.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는 경향까지 있다. 이런 기풍은 학교 운영진, 이사회, 코치들이 조장하고 고취한다.

상명 하달의 하향식 구조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자유로운 생각은 목표에 대한 탈선쯤으로 취급된다.

사실 거의 모든 스포츠가 그렇다. 특히, 적응과 진로에 대한 압박감이 극심한 고등학교 스포츠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고등학생 선수들의 저항이 더욱 놀랍다.

이들은 흔히 나약한 “눈송이 세대”라고 불렸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큰 부의 불평등, 치솟는 대학 등록금, 전 지구적 생태 재난 속에서 학생들은 총기 규제와 기후 정의를 위해, 인종차별주의와 경찰 폭력에 맞서, 수업 거부와 시위에 나섰다.

이런 저항이 고등학교 스포츠의 세계까지 스며든 것이다.

학생 선수들은 행동을 도모하기 위해 흑인 천대와 경찰 폭력에 대해 토론했다. 최근 몇 년간 급진화한 교사들의 지원도 있었다.

교사들과 학생들은 미국 국가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미국 국가의 가사는 노예 소유주로서 노예제 폐지에 반대했던 프랜시스 스콧 키가 쓴 것이다.

3절에는 “노예들”의 죽음을 기뻐하는 구절이 있다. 과연 시위대가 그의 동상들을 파괴할 만하다.

학생 선수들의 행동에 종종 관중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다른 학생과 교사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BBC가 보도하고 유럽 전역에서 지지 메시지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나라를 떠나라”, “네 나라로 돌아가”, “부끄러운 줄 알아”, 인종차별적 욕설과 원숭이 소리, 비난과 야유도 들끓었다.

상대팀과 주먹다짐이 벌어지거나 상대팀 부모들이 침을 뱉기도 했다.

학교 운영진, 이사회, 부자 기부자들은 ‘팀에서 내쫓겠다’, ‘장학금을 박탈하겠다’, ‘팀을 해체하겠다’, ‘팀 기금을 삭감하겠다’, ‘학교에 대한 기부를 끊겠다’고 협박했다.

실제로 해고되거나 사임을 압박당하거나 기소당한 교사와 코치가 있다. 팀이 해체되거나 리그가 해체되기도 했다. 전학을 가거나 대학 진학이 좌절된 학생도 있다.

좌파 스포츠 칼럼니스트 데이브 지린은 미국 전역에서 이 고등학생, 대학생들을 찾아 인터뷰했다. (놀랍지 않지만) 2020년에 그들 대부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에 참가하고 있었다.

이제 대학 스포츠는 수조 원 규모의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미식축구와 남자 농구의 수석 코치는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러나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대학 선수들은 아마추어 선수로서 장학금 혜택만 받는다. 체육 장학금은 거의 1년 단위로 갱신된다. 그러니 그마저 박탈될 수 있다. 평점 4.0을 받아도 코치의 결정에 달려 있다.

이 위태로운 상황을 대부분 흑인 학생들이 견디고 있다. 이들은 주로 낙후된 노동계급 지역의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대학이 상금과 TV 중계료, 광고 수익, 관람료 등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동안 가난한 흑인 선수는 끼니도 거르며 훈련해야 한다.

이들은 필사적인 운동선수의 전형이고 대학은 탐욕스러운 자본가의 전형이다.

대학이 더 신자유주의화되면서 스포츠 수입에 재정을 의존하는 대학이 더 많아졌다. 미식축구와 농구 강호 대학은 심지어 지역 경제의 중심이다.

따라서 이제 대학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경제적 지렛대가 걸려 있다.

예컨대 2015년 미주리대학교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사건들로 흑인과 백인 학생들이 몇 주 동안 시위를 지속했고, 미식축구 선수들은 총장이 퇴진해야 경기에 나가겠다고 결정했다. 이때 학교는 경기당 100만 달러를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갑자기 총장이 물러났다.

조지 플로이드

2020년을 거치면서 흑인 대학생 선수들도 곳곳에서 조직적인 목소리를 냈다.

앨라배마와 미시시피 대학 미식축구팀은 2020년 여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에 참가했다.

5월에 미네소타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하고 크고 작은 거의 모든 도시에서 시위가 있었다. 경제 위기와 팬데믹으로 노동계급, 가난한 유색인종이 고통받고 있었다. 2020년의 이 운동은 흑인이 주도한 다인종 운동이며 전체 노동계급의 운동이었다. 그리고 세계 각지로 그 물결이 일었다.

그러나 8월에 위스콘신 경찰은 비무장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에게 7차례 총격을 가했다. 그의 어린 세 아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위스콘신에서 불붙은 항의 시위를 찾아가 3명을 총격한 17세 백인 극우 카일 리튼하우스는 무기를 들고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경찰은 이 살인범을 보고도 내버려뒀다. 그가 흑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연고지가 위스콘신인 NBA(미국프로농구) 밀워키 벅스 선수들이 항쟁에 연대해 플레이오프 경기를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갔다.(올해 50년 만에 우승했다.) 남녀 프로 농구와 프로 야구의 모든 경기가 멈췄다.

그러나 오바마가 NBA 흑인 선수들을 압박해 파업을 중단시켰다. 투쟁을 가라앉히는 민주당의 구실을 보여 준 것이다.

2020년과 2021년에 세계적으로 스포츠 경기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행동이 훨씬 보편화됐다.

유럽 축구 리그와 하계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었다. 구단과 리그의 마케팅이 되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원래 어떤 저항의 상징도 강경하게 금지했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기간에는 이런 행동을 일부 허용해야 했다.

2020년 여름에는 심지어 미국 경찰들도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언론이 끝없이 반복 재생한 경찰의 무릎 꿇기 영상은 일종의 “카파간다(Copaganda 경찰을 미화하는 선전)”였다.

그래서 오클랜드 시위대는 그 경찰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경찰이 무릎 꿇을 때 우리는 무슨 일[조지 플로이드 살해]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다.”

시위대에게 캐퍼닉의 유니폼이 인기였다.

콜린 캐퍼닉은 이제 경찰과 교도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 복지 대신 사회 통제에 근거하는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2020년 운동은 경찰 폐지 요구를 크게 지지했다. 이 체제를 단지 고쳐 쓸 수 없다는 정서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폐지 운동의 오랜 요구들이 일부 실현됐다. 대중운동의 힘 때문이다.

지방 정부들이 경찰 예산을 삭감하거나, 감옥을 용도 변경하거나, 노인 감옥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의 책임성을 높이는 법안이 상정됐다. 그러나 책임을 면할 방법도 수두룩하다.

동시에 시위 진압과 투옥을 더 쉽게 만드는 시위방지법들이 제안됐다. 시위대를 뚫고 운전하는 사람에게 면책 특권을 주는 법안도 있다.

2020년 운동이 시작된 미네소타에서는 위법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에게 학자금 대출을 금하는 법안도 제출됐다.

지배계급이 반격과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10월 안젤라 데이비스, 무미아 아부 자말, 마리암 카바 등 경찰 폐지 운동가들이 함께 펴낸 책 《민중을 위한 폐지》에서 콜린 캐퍼닉은 2016년의 자신을 이렇게 돌아봤다.

“경찰 테러리즘에 대한 내 비판은 무의식적이지만 개혁주의의 틀에 고정돼 있었다. … 나는 더 큰 그림을 놓쳤다. … 여러분은 경찰과 감옥을 폐지해 민중의 복지에 투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배울 것이다. …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사랑, 정의, 책임에 기반을 둔 세상, 안전과 건강에 기반을 둔 세상, 사람들의 필요에 기반을 둔 세상.”

그러려면 2020년 운동이 보여 준 가능성과 과제, 둘 다 중요하고 필요하다. 크고 단결된 대중운동, 노동자들의 힘, 그 둘을 고무하고 연결하는 혁명적 지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