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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시위의 배경은 무엇인가?

카자흐스탄에서 에너지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인 반정부 항쟁으로 번졌다. 카자흐스탄 정권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에 시위대 사살을 명령했고,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카자흐스탄 정권을 지원하려고 악명 높은 공수부대를 파병했다. 중국도 카자흐스탄에 개입하려 움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저항을 미국이 배후에 있는 “색깔 혁명”으로 본다. 그러나 이것은 경제적 고통과 사회의 운영 방식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한 진정한 대중 저항이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 추구 명분을 위해 러시아의 개입을 비난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항쟁의 배경, 이 항쟁을 지지하고 열강의 간섭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1월 4일 에너지 가격 인상 등에 항의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선 카자흐스탄 사람들 ⓒ출처 Esetok(위키미디어)

카자흐스탄에서 시위가 분출한 지 며칠 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는 “시위대에 경고 없이 발포하라”고 군대에 명령했다. 토카예프는 시위대가 항복하지 않으면 “분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송기를 이용해 카자흐스탄에 투입된 러시아 군대가 토카예프를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에서 시위와 탄압이 1주일 동안 이어진 후 카자흐스탄에 군대를 파병했다.

토카예프는 질서가 회복됐다고 주장했지만, 1월 7일 아침에도 산발적 총성이 카자흐스탄 제1의 도시 알마티에 있는 대통령 관저에까지 울려 퍼졌다. [7일에] 토카예프는 이렇게 발표했다. “무장 세력이 완전히 분쇄될 때까지 대테러 작전이 이어질 것이다.”

카자흐스탄 보안 부대들이 항쟁을 진압하는 동안 러시아 공수부대가 카자흐스탄에 투입됐다.

토카예프는 “도적떼 2만 명”이 알마티를 습격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수부대를 비롯한 병력이 수송기 75대를 타고 “쉼 없이” 카자흐스탄으로 날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급등이 이번 소요를 촉발했다. LPG는 카자흐스탄 서부 지역에서 자동차 연료로 널리 쓰인다.

[카자흐스탄 서부] 망기스타우주(州)의 주도(州都) 악타우에서는 대부분의 자동차에 LPG 탱크가 장착돼 있다. 이 지역에서는 LPG가 휘발유보다 훨씬 저렴했다.

LPG 가격이 급등하자 1월 2일과 3일에 [망기스타우주에 위치한] 석유 생산 도시 자나오젠의 광장에 사람들이 모였다. 망기스타우주 주지사이자 전직 에너지부 장관인 누를란 노가예프는 가격 인상을 재검토하겠다고 시위대에 약속했다.

오랜 탄압 때문에 카자흐스탄에서는 거리 시위와 노동조합 행동이 드물었다.

하지만 노가예프의 양보는 때늦은 것이었다. 분노가 카자흐스탄 전국 곳곳의 광장 시위로 번졌다. 이 분노는 기름값 급등뿐 아니라 카자흐스탄이 운영되는 방식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1월 4일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와 수도 누르술탄뿐 아니라 카라간다·타라즈 등 여러 주요 도시에서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텡기즈 유전(油田)의 석유 시추 노동자들이 시위에 연대해 파업을 벌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시위대가 모여들자 경찰과 특수부대 수천 명이 투입됐다. 1월 4일 하루에만 최소 5만 명이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시위를 벌였다.

1월 5일에는 시위대가 알마티 시청, 공항, 대통령 관저로 몰려갔고,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위 참가자 한 명이 이렇게 말하는 영상이 SNS에 퍼졌다. “나는 30살이고, 30년을 또다시 노예로 살고 싶지 않다.”

시위대가 경찰서를 습격한 곳도 있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악퇴베주의 주도 악퇴베에서는 경찰 전체가 시위대의 편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한 영상을 보면, 경찰들이 시위대에 합류하려고 경찰서에서 나오자 시위대가 그들을 환영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시위대는 “노인네는 물러가라” 하고 외치고 있다. “노인네”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를 가리키는 것으로, 올해 81세인 나자르바예프는 30년 집권 끝에 2019년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지만, ‘민족의 지도자’라는 뜻인 “엘바시”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1월 5일 카자흐스탄 남부 도시 탈디코르간에서는 시위대가 나자르바예프 동상을 끌어내렸다. 이 동상은 나자르바예프를 기리려고 2016년에 세워진 것이었다.

나자르바예프는 시위가 시작된 이후 종적을 감췄는데, 보도에 따르면 “치료”를 위해 해외로 출국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며칠 사이 전용기 10여 대가 이미 카자흐스탄을 떠났는데, 대부분은 유럽이나 두바이로 향했다.

1월 6일에 러시아 군대가 [시위대가 점거한] 공항을 탈환하려고 착륙했을 때, 시위대가 이틀 연속으로 보안군과 충돌하는 중이었다. 카자흐스탄 군대가 시위대에 발포하자, 병력 수송용 장갑차들이 중앙 광장으로 밀고 들어왔다.

1월 5일 카자흐스탄 북서부 도시 악퇴베에서 시위대가 진압 군경과 충돌하고 있다 ⓒ출처 카자흐스탄 내무부

카자흐스탄 내무부는, 소요 사태가 벌어지면서 시위대 26명이 죽고 18명이 다쳤으며 30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군경은 18명이 사망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웃한 카자흐스탄이 안정되기를 바란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정권 안정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무력을 동원할 태세임이 명백하다. 서방 역시 카자흐스탄의 안정을 바라는데, 이는 석유 수익 때문이다. 영국 지배계급은 이 지역 올리가르히*와 독재자들의 환심을 사려 여러 해 동안 애써 왔다.

이번 항쟁은 연료 가격 급등에 대한 항의 시위에서 악랄하고 억압적인 정부를 뒤흔드는 운동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 항쟁을 계기로 제국주의적 침략이 촉발됐다. 사회주의자들은 저항을 지지하고 러시아의 침략에 반대해야 한다.


서방 제국주의자들: 카자흐스탄 독재자들의 친구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있는 카자흐스탄은 국토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넓지만 인구는 1900만 명에 불과하다.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 지역 국가들 중 석유 확인매장량이 가장 많아, 하루 원유 생산량이 약 110만 배럴에 이른다. 엑슨모빌과 셰브론은 시위가 분출한 카자흐스탄 서부 지역의 유전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셰브론이 주도하는 한 컨소시엄은, 텡기즈 유전의 생산량을 늘리는 계획에 약 400억 달러[50조 원]를 썼다. 바로 그곳의 노동자들이 시위에 동참했다.

2019년에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은 나자르바예프의 딸과 손자가 소유한 8000만 파운드[약 1300억 원] 상당의 런던 소재 부동산 세 곳을 압류했다.

2007년에 나자르바예프의 사위 티무르 쿨리바예프는 앤드루 왕자의 가족한테서 애스컷에 있는 저택을 300만 파운드나 웃돈을 주고 1500만 파운드[약 250억 원]에 구입했다. 다른 입찰자는 없었다.

2011년에 영국 전 총리 토니 블레어는, [자나오젠] 석유 노동자 파업을 진압하는 것에 관해 나자르바예프에게 조언한 바 있다. 당시 진압 과정에서 노동자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최근 기사 작위를 받은 블레어는 당시에 조언의 대가로 [나자르바예프에게] 500만 파운드[약 80억 원]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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