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 반대 시위가 끝난 지 벌써 2주일이 지났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매우 즐겁다. 하지만 처음 ‘저항의 버스’를 탈 때만 해도, 마치 전쟁터에 가는 기분이었다.

집회신고도 못했고 전국의 경찰 대부분이 부산에 내려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부산에서 이들을 직접 봤을 때 더 놀랐다). 주변 지인들도 나에게 “가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거의 두 달 동안 아펙 반대 시위를 성공시키기 위해 학내에서 선전전을 하고 1만 원을 내서 아펙반대부시반대국민행동 조직위원까지 됐기 때문에, 역사적인 시위에 참가한다는 생각으로 걱정을 추스르고 갔다.

부산에 내려가서는 내가 지나치게 걱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웠다.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3만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농민·학생 들이 참가했기 때문에 특히 그랬다.

비록 적은 수지만 외국인들도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일본 AWC 활동가가 경주에서 일본제국주의의 잘못을 인정하고, 일본제국주의와 미국제국주의에 반대하는 한국인들에게 연대 발언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통해 국제연대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제일 즐거웠던 것은 ‘다함께’의 활력있는 행진이었다. 힘찬 구호를 따라 외치고 펄쩍 뛰고, 이탈리아 투쟁가 ‘벨라차오’에 맞춰 춤을 추면서 그 동안 쌓인 피로와 긴장을 풀 수 있었다. 5백여 명의 ‘다함께’ 대열을 보고 감탄했으며, 이러한 ‘다함께’의 성장에 자부심을 느꼈다.

이번에 나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비록 “다른 세계”를 향하는 과정이 제 아무리 길고 힘들지라도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