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월 24일에 발표한 ‘택배기사 과로방지 사회적 합의 이행점검 결과’는 CJ대한통운 사측엔 면죄부를 주고, 전국택배노조와 노동자들의 파업을 흠집 내고 비난하는 것에 지나지 않다. 노동자들은 “대기업 편만 들어 주고 현장 조합원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 국토교통부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전국택배노조는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강력한 유감을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1차 현장 점검’ 결과, 택배사들이 “합의사항을 양호하게 이행 중”이라고 했으나, 조사 방식과 발표 내용은 허점투성이다.

첫째, 조사 시기를 미리 공지해 사측이 ‘눈 가리고 아웅’할 수 있게 했다.

국토교통부는 현장 조사 실시 시점(1월 10일부터)을 사전에 친절하게 안내했다. CJ대한통운은 각 지사를 통해 대리점 소장들에 이를 알리고 세세하게 지침을 내렸다. ‘택배기사들이 하차 작업이나 분류 작업에 참여하지 않게 할 것’, ‘택배기사들이 오전 9시 이후에 출근하도록 할 것’ 등. 심지어 현장 방문 날짜까지 미리 알고 있었다.

국토부 점검에 맞춰 ‘눈가림’ 대책을 준비한 CJ대한통운 사측 ⓒ제공 전국택배노조

그래서 노동자들은 국토교통부의 조사가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CJ가 국토부에서 감사 나올 테니까 대리점한테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대리점 소장, 비노조원들에게 분류 도우미 유니폼[을] 입혀 투입해서 분류 인력[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하라고 말이죠. 그래서 국토부가 수박 겉핥기로 하고 [사회적 합의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얘기하는 겁니다.”(이남진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노원지회장)

짜고 치는 고스톱

둘째, 대비할 시간을 줬음에도 국토교통부의 포장과는 달리 조사 결과는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줬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더라도, 점검을 한 25군데 중 72퍼센트(18곳)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여전히 분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결국 국토교통부도 인정하듯,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거의 줄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의 핵심 취지가 과로사 방지를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하자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여전히 노동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해 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택배기사들이 분류를 보지 않으려면 [저희 터미널의 경우]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최소 25명 정도가 필요한데 9명 정도밖에 투입이 안 된 상태입니다. 65~70퍼센트 정도는 기사들이 분류를 하고 있습니다.”(이동민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안성지회 조합원)

이는 1월 초 전국택배노조가 실시한 현장 및 설문(958명 응답)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었다. 응답자의 64퍼센트가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고, 분류 인력(과 이들의 작업 시간) 부족을 그 원인으로 꼽았었다.

택배사들은 구인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국토교통부는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라고 두둔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택배사들이 분류 인력 충원에 충분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분류 인력 급여가] 시간당 1만 원 수준인데 이 시급을 받고 새벽 6시부터 나와서 힘든 일을 누가 하겠습니까? 하차 업무의 경우 시급 1만 3000원을 준다고 해도 사람을 못 구해요. 따라서, 택배기사들이 분류를 하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줘야 합니다. 저도 8년 동안 새벽 6시 30분에 나와서 분류를 했는데, 분류 작업을 안 하려고 노조에 가입했습니다.”(권지훈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김포지회 선전부장)

택배사들은 신규 분류 인력을 채용하는 것보다 택배기사들에게 분류 작업을 시키고 수당을 지급하는 편이 저렴하기 때문에, 분류 인력 충원에 열의가 없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더라도 분류 작업을 하는 택배기사들에겐 고작 월 50만 원밖에 지급하지 않고 있다.

셋째, 국토교통부는 밤 10시 이후 심야 배송 제한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권감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이천지회 조합원은 말했다.

“분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심야 배송 문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분류 인력이 부족해] 오후 1시나 2시, 심지어는 3시까지 분류 작업을 하고 배송을 출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밤 10시에 배송을 완료했다고 전산 작업을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후까지 일해야 합니다. 과로사가 생기지 않을 수 없어요. 국토부 주장은 거짓말입니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이 부속합의서를 통해 강행하려는 ‘당일 배송’ 조항까지 관철되면 실제 노동시간은 밤 늦은 시간, 새벽까지 더욱 길어질 것이다.

멀찌감치 잡힌

이 외에도 국토교통부의 결과엔 허점들이 더 있다.

앞서도 언급된 과로사를 유발할 부속합의서의 독소조항들(당일 배송, 주 6일제,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다. 국토교통부 자신이 지난해 CJ대한통운이 제출한 부속합의서를 승인해 줬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CJ대한통운이 과로를 방지하고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인상한 택배 요금 중 60퍼센트가량을 회사 수익으로 가져 가는 문제도 외면하고 있다.

“CJ가 면피용으로 국토부에 [현장 점검을] 요청해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입니다. 민주당도 책임을 회피하려고 국토부 발표를 이용하려 할 것이고요.”(권감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이천지회 조합원)

결국, 국토교통부의 이번 조사 결과 발표는 사측의 손을 들어 줘 파업 노동자들을 고립·위축시켜 파업을 접게 하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발표가 나자마자, 택배·화물 기업들의 모임인 통합물류협회는 성명을 내고 “국토부의 발표에 따라 … 파업의 근거가 사라[졌다]”며, “즉각 파업을 중단하[라]”고 공격에 나섰다. 전경련 기관지인 〈한국경제〉도 사설에서, 파업을 반대하는 일부 비노조원들의 시위 소식을 인용하며 파업 철회를 압박했다.

지난 1년여 간 벌어진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은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 위기의 시기에, 아래로부터의 단호한 투쟁을 통해 정부와 사측을 압박해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그런데 사측과 정부는 올해 경제 위기가 더 심화할 것을 우려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양보한 것조차 지키지 않으려 한다. CJ대한통운만이 아니라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도 분류 인력 충원 등 약속 이행은커녕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기존 임금(수수료)도 삭감하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간 투쟁으로 성과를 얻어 온 택배 노동자들의 저항을 좌절시켜, 불만 속에 투쟁을 준비하는 다른 노동자들의 기세도 꺾어 놓으려는 계산도 할 것이다.

파업 노동자들이 지적하듯, 금번 국토교통부의 발표 내용은 이러한 친기업 지원 기조를 분명히 하는 것이자, 기업주들과 함께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는 데 한통속임을 보여 준다.

“국토부 발표는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우리에게 파업을 접으라고 한 것이나 다름 없다”, “국토부는 제대로 조사를 하지는 않고 오히려 조사 결과를 우리 파업을 비난하는데 쓰고 있다.”

현재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은 한 달가량 임금 손실을 감내하면서도 파업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파업을 지지하며 동참하는 노동자들도 늘고 있다. 경기지역에선 1월 중순경부터 파업에 합류(쟁의권이 있는 노동자들)하거나 규정 미달 물건의 배송을 거부하는 투쟁(쟁의권이 없는 노동자들)에 동참한 인원이 1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

택배노조의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이 1월 25일 결의대회를 열고, 같은 날 민주노총은 CJ대한통운을 규탄하는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연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결의대회를 2월 11일로 멀찌감치 잡고 있다. 연대 집회와 투쟁을 앞당겨 규모 있게 진행하는 것이, 택배 노동자들의 사기를 북돋고 택배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확산시키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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