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과 부를 향한 미친 경쟁을 벌이며 두 거대한 제국주의 열강은 끔찍한 핵전쟁의 고통으로 세계 문명의 존립과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노동계급과 인류의 이해관계는 어느 한 제국주의를 지지하는 데 있지 않다. 둘 모두와 맞서는 데 있다. 오늘날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의 전투 구호는 이런 것이어야 한다.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아닌 국제사회주의.’”

토니 클리프는 1950년 11월 《소셜리스트 리뷰》 첫 호에 실린 글 ‘열강의 다툼’을 위와 같이 끝맺었다. 당시 클리프는 조그만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를 막 설립한 상황이었다. 이 단체가 오늘날 영국의 사회주의노동자당(SWP)과 세계 곳곳에 생긴 자매 단체들인 국제사회주의경향(IST)으로 발전한다. 당시 클리프의 글은 1950~1953년의 한국 전쟁을 다루는 글이었다. 이 전쟁에서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북한·중국,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소련의 스탈린주의 체제와 대결했다.

당시 클리프는 이미 국가자본주의론을 발전시켜 놓았다. 클리프는 소련이 사회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서구에서 득세하고 있던 자본주의 체제의 한 변형에 불과함을 논증했다. 소련의 집권 공산당을 지배하는 세력은 국가 통제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노동자와 농민을 착취했다. 소련은 제2차세계대전 말에 점령한 중부 유럽과 동부 유럽 나라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한 제국주의 국가라고 클리프는 ‘열강의 다툼’에서 썼다.

따라서 미국과 소련이 벌인 냉전은 제국주의 사이의 갈등이었다. “지구의 재분할을 둘러싼 투쟁”이었다. 20세기 전반부에 독일과 영국이 벌인 전쟁처럼 말이다. 그래서 클리프는 이런 구호로 글을 마무리한 것이다.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아닌 국제사회주의.”

이 “전투 구호”는 냉전 시기에 우리의 길잡이가 됐다. 그 덕분에 우리는 1991년 소련이 붕괴했을 때 사기가 저하되지 않았다. 소련의 붕괴는 국가자본주의 강대국의 몰락임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클리프가 제시한 구호는 오늘날 우리 상황에도 놀랍도록 잘 들어맞는다. 실로 오늘날의 세계는 “두 제국주의 열강이 끔찍한 핵전쟁의 고통으로 세계 문명의 존립과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세계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반전 집회와 행진 ⓒ출처 러시아 ‘사회주의 경향’

그러나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에 비해 훨씬 약한 강대국이다. 서방이 금융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자, 블라디미르 푸틴은 에너지와 함께 러시아의 또 다른 주요 자산인 핵 전력의 경계 태세 강화를 선언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오늘날 미국에 대한 진정한 도전자는 중국이다.

한편, 어떻게 제국주의에 맞서 싸울 것이냐 하는 문제는 자신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달라진다. 클리프는 위대한 러시아 혁명가인 블라디미르 레닌의 평전을 썼다. 레닌은 1914년 8월 제1차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그 전쟁을 제국주의 상호간 전쟁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동시에 진정한 혁명가를 가리는 시험대는 그런 전쟁에서 자국 지배자들에 일관되게 맞서느냐 여부라고도 했다.

레닌은 적성국을 규탄하는 데 집중한 사회주의자들을 경멸했다. 러시아의 전제정을 비난하는 독일 사회주의자들, 프러시아의 군국주의에 짐짓 준엄한 분노를 표하는 영국과 프랑스 사회주의자들, 이런 자들이 바로 레닌의 경멸 대상이었다. 레닌은 전쟁이 발발하자 처음부터 자국 정부에 반대한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와 카를 리프크네히트를 찬양했다.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면한 지금 우리는 당연히 러시아 제국주의와 그들이 벌인 무자비한 침공을 규탄해야 한다. 러시아군의 즉각 철군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서방에서 그런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다.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랴. 그러나 그런 요구를 제기하는 용감한 러시아인들의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우리가 미국 제국주의의 가장 충직하고 호전적인 동맹인 영국에 사는 사회주의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지금의 재앙을 낳는 데 일조했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러시아가 취약해졌을 때 러시아 국경 쪽으로 나토를 진출시키고 친서방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에게 서방에 합류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부추겨서 푸틴의 불만과 피해망상에 부채질을 했다. 많은 사람이 전쟁의 진정한 원인을 이해할수록 제국주의 체제 자체에 맞선 운동을 더 크게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