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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중증 피해환자 보호자 인터뷰:
“정부가 고위험군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있습니다”

3월 7일 ‘코로나19 위중증 피해환자 보호자 모임’이 코로나19 치료비 폭탄을 폭로하며 기자회견을 하자, 정부는 즉각 ‘기저질환 치료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서 ‘보호자 모임’의 조수진 씨가 정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조수진 씨 ⓒ이미진

할머님 상황은 어떻습니까?

할머니는 최근 혈전(혈액이 응고된 덩어리)이 오른쪽 폐혈관을 막는 폐색전증이 생겨 대학병원으로 옮겨 치료받고 있습니다. 헤파린이란 약물을 혈관에 주입해서 혈전을 제거하다가, 최근에는 먹는 약으로 바꿨어요. 90대라는 연세에 비해 워낙 건강하셨던 분이라 코로나 폐렴을 겪고도 잘 견뎌 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후유증 때문에 치료를 중단할 수는 없고, 재활도 남아 있습니다. 짧으면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3월 7일에 ‘코로나19 위중증 피해환자 보호자 모임’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그날, 요양병원 주치의한테서 할머니가 급사할 수 있다는 전화가 왔었어요. 염증 수치가 며칠 만에 4로 뛰더니 16까지 뛰었죠. 정상 수치가 0.5라는데 16이면 32배잖아요. 의사 선생님이 연명 치료를 할 것인지를 물었어요. 즉, 다시 기관을 삽입하고 절개하고, 심폐소생술까지 할 것인지를요. 코로나19 감염 직후 급성 폐렴으로 중환자실에서 한달 넘게 치료받고 겨우 소생하셨는데, 94세이신 할머니가 의식을 잃은 채 그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받느니 큰 병원으로 옮겨서 원인이라도 제대로 알고 치료해야 할 것 같아서, 바로 다음 날 큰 병원으로 옮겼어요.

낮에 나왔는데 대기 시간이 길어서 밤 10시가 다 돼서야 응급실 들어가고, 새벽 2시가 넘어서 병실 입원할 수 있었어요.(그날 대기 중에 응급차 비용만 40만 원 치렀습니다. 하도 많이 나오니까 60만 원에서 20만 원 깎아 주더라고요.)

그런데 기자회견 직후, 정부는 브리핑에서 ‘기저질환 치료에 지원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그날 당장 반박을 하고 싶었는데, 보호자 분들이 다들 환자 돌보느라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 어려웠어요. 환자 상태 확인하고 마음 졸이며, 병원비 구하느라 정신 없고, 간병에, 전원에 정말 ‘미친’ 사이클이거든요. 산 넘어 산이에요. 그래도 너무 억울하니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예요.

3월 7일 기자회견 이후, 정부가 ‘오미크론 관련 치료비만 지원할 수 있고, 기저질환 치료까지 지원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입장을 보고 어땠습니까?

보호자들 [소통]방에서 분노가 들끓었어요. 다들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이 돌아가셨거나, 중환자실에 있거나, 중환자실 거쳐 겨우 일반 병실로 옮겨 치료받고 계신 분들입니다. 이미 일상이 무너지고, 정신은 피폐해지고, 생계가 파탄 나는 위험에 처한 분들이죠. 거기에 정부가 기름을 부은 겁니다.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에게 ‘치료비 폭탄’ 떠넘기는 정부를 폭로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신문과 방송의 보도를 보고서 놀랐다고 해요.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던 거예요.

(왼) 정부의 "코로나19 치료비=0원" 광고물, (오) 실제 코로나 중환자의 영수증

정부가 그동안 다 지원하는 것처럼 생색을 냈고, 심지어 “치료비 0원”이 찍힌 영수증 홍보물까지 만들어서 뿌렸으니까요. 정부가 ‘가짜 뉴스’를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오미크론 확산세가 빠른데, 누구든 언제라도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잖아요. 언제든 내 일이 될 수도 있죠. 그래서 사람들 충격이 더 컸던 듯해요.

특히, 많은 사람들이 기초생활 수급대상인 환자에게 4000만 원이 넘는 치료비가 떠넘겨진 것에 분노했어요. 아마 그 환자 분 치료비(본인부담금)는 5000만 원이 될 겁니다. 70대 초반의 건강한 분이셨는데, 코로나19로 하루아침에 건강을 잃고 중환자실에서 몇 달째 에크모 치료를 받고 계세요. ‘기저질환’이 아니라 바로 코로나19 때문에요!

그런데 정부는 ‘격리 해제’ 후의 치료는 ‘기저질환’ 치료로 취급합니다. 암 환자 치료를 예로 들면서요. 보호자들이 다들 어이없어 해요.

그래서 3월 14일 ‘보호자 모임’에서 정부 입장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코로나19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들도 ‘기저질환’과 ‘코로나19’를 명확히 구분하는 게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정부는 왜 격리 해제를 기준으로 그 이후는 다 ‘기저질환’이라고 구분하죠? 그것도 초기에는 [격리 해제 기준이] 음성 전환이었다가, 병상 모자라니까 20일이었다가, 급기야 7일까지 줄었어요. 이건 너무 비과학적이고, 의료적으로도 맞지 않는 사이비 진단이잖아요.

치료비 폭탄을 폭로한 분들 대부분이 격리 기간 중에 완치가 안 된 분들이에요. 몇 달째 중환자실 치료받고 계세요. 코로나 감염 전에는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셨는데 말이죠.

'코로나19 위중증 피해환자 보호자모임' 긴급 설문조사 결과

정부 말은, 그러니까 격리 해제 기준인 7일 만에 [병이] 다 나으라는 건데, 그건 사람들마다 다르잖아요. 기저질환이 없던 분들도 중환자실 가는 거 수두룩하고요. ‘보호자 모임’ 긴급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3명 중 1명은 기저질환 전혀 없던 분이었어요.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도 대체로는 고혈압, 당뇨 등인데 약 먹고 관리하면 집에서 일상생활 하실 수 있는 분들이고요.

정부가 고령, 기저질환 등은 “고위험군”이라고 그랬잖아요. 그런 분들이 위중증 치료를 받고 있는 건데 정부가 이렇게 내팽개치고 ‘나 몰라라’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고위험군 환자들은 책임 안지고 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코로나19가 없던 병도 만들어 내고, 있던 병은 더 악화시키는 건데 말입니다. 병원에는 수조 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정작 치료받는 환자에게는 왜 이렇게 하는지 분통이 터집니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로 방역 완화해 확진자가 급증해서 문제가 더 커지게 만들었으면, 최소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정말.

‘보호자 모임’의 이후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3월 7일에 기자회견을 해서 이런 현실을 폭로하고 널리 알렸어요.

3월 14일에는 정부 입장에 대해 반박 보도자료를 냈고요. 반박 보도자료에는 저희가 진행한 긴급설문조사 결과도 있어요. 중환자의 33퍼센트는 기저질환이 없었고요. 기저질환이 있었던 환자 중 88퍼센트는 감염 전에는 집에서 일상 활동을 했어요.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이는지 우선 지켜보려고 합니다.

지난번에 기자회견 연대해 주셨던 의료단체, 시민사회단체들에 요청해서 보호자들과 간담회도 열어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대통령 인수위 입장도 들어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