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지난달 물가가 54퍼센트 오르면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터키의 사회주의자가 기고한 글에서 그 원인과 현실, 이에 맞선 저항을 살펴본다.


“파업은 우리의 권리다!”, “우리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원한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터키 의료인들 ⓒ출처 Turkish Medical Association

터키의 국민소득 중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간 몫은 지난 4년 동안 40퍼센트 이상에서 27퍼센트로 하락했다. 노동자 월 평균 임금은 약 5000터키 리라[약 41만 2000원]다. 휘발유는 리터 당 22리라, 빵 한 덩어리는 3리라, 월세 평균 가격은 2000리라다. 전기 요금은 킬로와트시 당 2리라다. 식용유 1리터의 평균 가격은 30리라다. 지난 6개월 동안 달러 환율은 8리라에서 15리라로 뛰었다.

4인 가족의 월간 필수 식비는 5000리라 이상으로 올랐다. 전기, 수도, 전화, 가스 등 월 고정 지출액은 2000리라에 달한다. 임대주택 가구의 경우 교통비, 의료비, 교육비 등을 감당하려면 소득이 최소 1만 리라는 넘어야 한다. 최저생계비는 이제 1만 5000리라가 넘는다.

한 달에 약 5000리라를 버는 사람은 필수 지출을 충당할 돈도 없는 셈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소비자 대출을 신청하고 있다. 그러나 대출만 받는다고 끝이 아니다. 대출을 갚는 것도 문제다. 이제 터키의 평균 가계부채는 3만 리라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삶을 악화시켰다. 이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일반 대중이 극도의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

터키 인플레이션의 근본적인 이유는 터키 자본주의가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터키 경제는 세계경제의 일부이지만,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터키 예산은 매년 적자였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재정 적자가 크게 늘었다.

게다가 애초 예산에서 예상치 못한 지출이 많다. 예를 들어, 재무부의 보증하에 민간 기업에게 외주를 준[즉, 민관파트너십(PPP)으로 운영되는] 고속도로, 병원·공항 사업들은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많은 정부 예산이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는 민간 기업 대출로 가는데, 이들 기업들은 세금도 감면받는다.

최근 몇 년 동안 자본가들은 쉽게 돈을 벌려고 자본의 상당 부분을 건설 부문에 투자했지만,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건설 부문은 더는 필요한 만큼 구매자를 찾을 수 없다. 대중이 훨씬 가난해져서 부동산을 구매할 여력이 없고, 새로 지은 유료 도로와 공항도 이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시설들은 텅 비어 있기 일쑤다.

과거에는 정부가 외국 차관으로 재정 적자를 메우곤 했다. 관광 수입도 적자를 메우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관광 수입은 급감했다. 차관을 받을 기회도 극도로 제한적이다. 지난 4년 동안 세계 자본주의는 수축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불황을 더욱 심화시켰다. 많은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터키에서 철수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공격해 적자를 메우려 한다. 화폐를 찍어 내고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서 말이다. 정부는 화폐를 찍어 내 지출을 충당하고, 자본가들에게 대출을 해 줄 여력을 확보하려 한다. 그 결과는 엄청난 물가 상승이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조차 상위 소득 10퍼센트가 전체 소득의 31.4퍼센트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10퍼센트의 몫은 2.1퍼센트에 불과하다. 정부는 자본을 보호하려고 가난한 사람을 갈취해 부자를 배 불리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러면서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

에르도안 정권의 동기

에르도안 정권은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을 고금리로 지목한다. 그래서 금리를 낮추면 물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 이론은 자본주의의 논리와 양립할 수 없다. 높은 이자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오른다.

이처럼 에르도안 정권은 잘못된 이론에 근거해 기준 금리를 낮추려고 계속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물가가 오르면서 시중 금리도 오르고 있다. 여기서 가장 득을 보는 자들은 은행들이다. 이들은 중앙은행에서 저리로 대출을 받아 대출이 필요한 국가나 사람들에게 높은 이율로 다시 대출해 줘서 막대한 이익을 남긴다.

앞서 언급했듯이, 에르도안 정권이 이런 인플레이션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자본가에게 필요한 자금을 가난한 이들과 노동자들에게서 걷어 오기 위한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터키 자본주의는 무너질 수도 있다. 해외에서 차관을 받거나 세계 시장에서 직접 투자를 유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정부의 정책에는 또 다른 배경도 있다. 노동자의 구매력을 줄이고 임금을 현저히 낮춰 자본에게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터키를 EU의 가장 가장자리에 자리한, 인근 지역과 전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경제로 만들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좌파와 노동계급의 대응

좌파와 노동계급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정부와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는 것을 알고 이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수많은 작업장에서 파업과 시위가 벌어졌고, 노동자 1만 7000명이 참가한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터키 노동자가 2000만 명이 넘기에 이것이 작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 강력하고 광범위한 노동자 저항은 몇 년 만에 처음이다. 보건 노동자들도 꾸준히 시위를 벌이고 파업을 조직하고 있다. 많은 섬유 노동자와 물류·배송 부문 노동자들도 저항에 동참했다. 우리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보건 노동자들이 이틀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영역에서는 정치적 양극화와 노동조합의 분열 때문에 노동계급, 그리고 좌파가 단결된, 강력한 대응을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노동조합은 우파적 성향을 보이며, 그 지도자들은 정부에 끈이 있다. 조합원들은 불만이 있지만, 관료적 구조가 위력적인 저항을 조직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좌파는 파편화돼 있다. 좌파의 상당수는 민족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특히, 쿠르드족의 자결권에 관해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또,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정부와 똑같은 세력으로 뭉뚱그리는 경향이 있으며 무슬림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조직적 분열 때문에 좌파는 단결된 노동자 저항을 조직하고 있지 못하다.

좌파의 상당 부분은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를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2023년에 치러질 선거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혁명적사회주의노동자당은 선거가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된 저항을 조직하고 공동 투쟁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전망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