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그 정부의 지지자들은 제3차세계대전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면에서 이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훨씬 위험한 충돌에 서방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말이다. 동시에 이 말은 러시아와 나토·미국·유럽연합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의 충돌에서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얘기다.

가장 중요한 사례는 중국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 시진핑과 푸틴은 “무제한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러나 그간 중국 언론들이 미국과 나토를 강하게 비판하기는 했지만 분명 중국은 서방의 고강도 경제 제재가 자신에게도 옮겨붙을까 봐 우려한다.

이런 태도는 세계 최대 제국주의 열강인 미국·중국·러시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삼각 경쟁의 복잡성을 보여 주는 한 징후다. 하지만 상당수 개발도상국·빈국들이 어느 한쪽을 편들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번 침공을 두고 2월 말에 열린 유엔 총회를 보라.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141개국이 찬성 투표했다. 러시아를 따라 반대 투표한 국가는 벨라루스·에리트레아·시리아·북한 넷뿐이었다.

하지만 35개국이 기권표를 던졌다. 중국·쿠바·인도·이란·이라크·파키스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그런 국가들이다.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권표를 던지거나 아예 표결에 불참했다. 더구나 정치경제학자 데이비드 애들러가 〈가디언〉에서 지적했듯이,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찬성 투표한 국가들을 지도에 표시해 보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한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을 표시한 지도와 매우 다르다.

“둘의 차이는 정말이지 충격적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남한, 스위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대만, 싱가포르, 유럽연합. 이 굳건한 연합을 제외하면, 푸틴 정부를 상대로 한 경제 전쟁에 동참한 국가는 거의 없다.

“외려 세계에서 손꼽히는 여러 대국들, 중국, 인도, 브라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심지어 나토 가입국인 터키도 제재 동참을 거부했다.”

애들러는 이것이 1950년대 냉전에서 편들기를 거부한 신생 독립국들이 ‘비동맹운동’으로 결집한 것과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질 신호탄일 수도 있다고 본다. 내가 보기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 각국이 편들기를 거부하는 동기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은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를 보여 준다.

그래서 인도는 이 삼각 경쟁 속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중국에 맞서서는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하지만, 인도와 러시아는 1950년대 이래로 동맹 관계이고 여전히 러시아는 인도의 주요 무기 공급국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한다. “인도중앙은행은 루피화-루블화 무역 협정을 위한 초벌적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협정이 성사되면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국제 결제망에서 쫓겨난 상황에서도 인도는 러시아에 계속 수출할 수 있다.”

페르시아만 연안국들은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다. 역사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같은 국가들은 미국 국방부에 안보를 의존해 왔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첫째, 페르시아만 연안의 전제 군주국들은 미국에 불만이 있다. 이들은 아랍 항쟁과 이란에 맞서는 데에서 바라는 만큼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둘째,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일부 뺀 덕에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중동에서 중요한 세력이 됐다. 이 때문에 심지어 이스라엘도 러시아의 심기를 거스르기를 꺼린다. 셋째, 러시아는 에너지 생산국들의 모임인 ‘오펙 플러스(OPEC+)’*의 중요한 파트너다.

그래서 페르시아만 연안국들은 유가를 낮추기 위해 석유를 증산해 달라는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에 수출할 석유의 대금 일부를 위안화로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많은 정부들이 서방을 편들기를 주저하는 이유 하나를 잘 보여 준다.

미국과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은 러시아를 강타하려고 세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했다. 이는 분명 많은 국가들을 겁먹게 했다. 동시에 그런 국가들이 금융 거래에서 달러의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도 됐다. 그런 점에서 서방 지지로 결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지금 상황은, 미국 경제가 쇠퇴한 결과이자 미국이 금융에서 우위를 점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