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부터 이슬람에서 종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한 달인 라마단 단식 기간이 시작됐다. 이 기간 동안 많은 무슬림들은 낮 시간에 단식을 하며 배고픔을 느낀다.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나누라는 종교적 가르침에 충실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해가 지면 가족끼리 모여 앉아 하루의 단식을 끝내고 음식을 즐긴다. 한국의 명절 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올해 라마단은 예년과 다른 풍경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곡물 수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 전 세계 밀 수출에서 러시아는 18퍼센트를, 우크라이나는 8퍼센트를 차지했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와 전쟁 때문에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이 막히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사람들의 식탁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필수 식료품인 밀과 식용유 등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예년 대비 동일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식료품 양이 크게 줄었다.

우크라이나산 밀이 전체 수입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레바논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지난 한 달 동안 14퍼센트나 올랐다. 주식인 빵의 경우 27퍼센트, 식용유는 무려 83퍼센트가 올랐다.

기후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는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가뭄에 시달려 곡물 재배나 목축업이 쇠락해 왔다. 이곳에서도 식용유 가격이 일주일 새 두 배가 뛰었다. 밀과 식용유의 100퍼센트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소말리아와 국경을 접한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음식과 식용유를 배급받고 있다 ⓒ출처 Claire Nevill/ WFP

중동 최대 인구 대국인 이집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집트는 밀 수입의 70퍼센트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해 왔는데, 이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전체 밀 수입량의 절반 가량이다. 이집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식량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집트의 노동계급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7000만 명 가량이 정부 보조금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빵에 의존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빵은 아랍어로 ‘에이쉬’, 말 그대로 “삶”인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 정권이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제국주의 간 충돌이 일으킨 폭풍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서방 제국주의자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운운하며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지만, 그것이 전 세계의 가난한 민중과 노동계급에게 미치는 여파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제국주의 전쟁이 낳은 위기와 고통은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이라크, 수단, 스리랑카 등에서는 식료품, 기름 등의 물가 인상에 항의하는 저항이 벌어지고 있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아랍 혁명의 배경에도 물가 인상이 있었다.

이 지역의 지배자들은 민중의 반란을 극도로 두려워하며 어떻게든 물가 인상을 통제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운신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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