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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죽어도 산재 인정 못 받는 플랫폼 노동자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의 사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죽음에 이르러도 산재조차 승인받지 못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아이 둘을 키우면서 쿠팡이츠 배달을 하던 40대 여성이 배달 도중 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악명 높은 전속성 기준에 미치지 못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4월 7일 인수위원회 앞 배달플랫폼 노동자 기자회견 ⓒ양효영

이 전속성 기준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들이 산재를 인정 받으려면 (1)주로 한 사업장에서 근무하거나, (2)산재가 난 사업장에서 월 115만 원 이상을 벌어들이거나 93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해 꼬박꼬박 돈을 내도 정작 사고가 난 후 산재 불승인 통보를 받는다.

대부분 플랫폼 노동자들은 핸드폰에 여러 배달 앱을 깔고 여러 곳에서 일감을 받아서 일한다. 즉, 전속성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다.

‘언제든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던 플랫폼 기업들의 번지르르한 말은 사기였을 뿐이다. 정말 원하는 만큼만 일하면 죽어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잇따르는 배달 노동자 사망과 산재 불인정에 항의하며 라이더유니온,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지부는 전속성 기준 폐지와 산재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항의는 정당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끝내 전속성 기준 폐지 요구를 외면했다. 2020년 12월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가입을 일부 확대하는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전속성 기준이 폐지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본지는 “여러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특고 노동자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고 보는 것은 완전히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전속성 기준 때문에 배달 노동자 산재 문제는 공식 통계에서 과소평가돼 있다. 산재보험에 들지 않았거나 전속성 기준에 못 미치는 노동자 사망은 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 중 배달 노동자는 18명으로 집계됐는데,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지부 조사를 보면 적어도 400명이 사망했다.

한편, 윤석열 인수위가 전속성 폐지와 산재 인정 확대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들이 나온다. 그러나 정말 그럴지는 두고 볼 일이다.

플랫폼 노동자 전속성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문제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사용자들은 전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 왔고, 정부도 노동권 적용에서 배제해 왔다. 이번에도 당장 경총이 전속성 폐지가 노동자성 시비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반대로 그렇기에 전속성 문제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산재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고,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