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치러진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에서 사회주의운동당(이하 MAS)의 에보 모랄레스가 사실상 당선을 확정짓고 정권 인수 절차에 들어갔다.

모랄레스의 당선은 볼리비아에서 20여 년 전 시작된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대한 파산 선고일 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를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지배해 온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또 한 차례의 타격이다(〈다함께〉 58호의 관련 기사들 참조).
그래서 신자유주의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 이 신문의 지지자를 포함해 ― 볼리비아 대선 결과를 보고 기뻐해야 한다.

그러나 모랄레스 정부 자체의 앞날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모랄레스의 핵심 대선 공약은 천연가스 국유화다. 그러나 그는 국유화가 강제수용이나 몰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천연가스가 주로 매장돼 있는 산타 크루스 지역의 지배 엘리트들은 중앙 정부가 자신들의 천연가스 지배권을 위협하면 분리·독립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내전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또, 모랄레스의 러닝메이트인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는 사회주의를 위한 조건이 볼리비아에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 적어도 50년에서 1백 년 동안 볼리비아는 자본주의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랄레스와 리네라는 자신들이 당선하면 볼리비아에서 일종의 ‘국가자본주의’를 추진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모랄레스와 리네라가 말하는 국가자본주의는 국가 권력을 이용해 다국적기업들의 횡포와 폐해를 막고 막대한 천연가스 소득을 재분배하는, 대체로 케인스주의적인 정책들을 가리킨다.

모랄레스는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발전시킬 기술이 필요하다”며 “다국적기업들의 서비스에 대가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이 볼리비아의 규칙을 받아들인다면 파트너로 환영받을 것[이다.]”

그래서 모랄레스가 브라질 대통령 룰라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닌가 하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고, 2000년 코차밤바 물 사유화 반대 투쟁의 지도자 오스카르 올리베라 같은 전투적 활동가들은 모랄레스를 깊이 신뢰하지 않는다.

2003년 10월 가스 사유화에 반대하는 민중항쟁으로 당시 대통령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가 쫓겨날 때 모랄레스는 “볼리비아 혁명은 앞으로 더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그러면 미국이 개입할 것이기 때문이다”며 대중 투쟁을 진정시키는 구실을 했다.

이런 행동은 지난 5∼6월 로사다의 후임자 카를로스 메사를 쫓아낸 민중항쟁 때도 되풀이됐다. 당시 사회운동들과 혁명적 좌파의 핵심 요구는 천연가스 국유화였다. 그러나 모랄레스는 메사의 퇴진이 확실해진 마지막 순간에야 국유화 요구에 동의하더니, 그 뒤에는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조기 선거 실시 방안에 합의해 줬다.

그래서 올리베라는 모랄레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근본적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 “지금 사회운동이 해야 할 일은, 지난 2000년 이후 계속해 온 것처럼,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그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도록 대중의 힘을 꾸준히 기르는 것이다.”

또, 파차쿠티원주민운동(MIP)의 지도자 펠리페 키스페나 두 차례 민중항쟁의 핵심 근거지였던 엘 알토의 지역위원회연맹(FEJUVE)과 지역노동자연맹(COR) 지도자들도 모랄레스와 MAS 중심의 좌파 선거동맹에 가담하지 않았다.

앞으로 모랄레스 정부는 이런 왼쪽의 압력과 (국내외 지배계급들에 의한) 오른쪽의 압력 사이에서 줄타기할 것이다.

엘 알토의 활동가인 호르헤 추라크는 이렇게 말했다. “모랄레스가 운동의 강령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6개월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엄청난 항쟁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기층 대중의 투쟁과 운동만이 평범한 볼리비아인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