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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 장애·장애 문제·장애인 운동의 사회적 이해》:
장애의 개념과 장애인 운동의 요구를 알기 쉽게 소개하다

나는 대학에 다닐 때 장애인 인권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당시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법대 건물에 경사로 설치, 축제 때 ‘배리어 프리 존’ 설치 등 장애인 학생들도 차별 없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애는 활동을 했다.

최근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많은 이들이 장애인들의 절박함에 공감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장애인 시위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다거나 방식이 잘못됐다며 날카롭게 비난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댓글을 보고 속상해서 며칠을 반박 댓글을 쓰는 데 소요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21년째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요구에 공감하더라도, 장애라는 개념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과 장애인 운동의 사회적 의미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에 대한 관점도 제각각이며, 언어 사용에서 오해도 많이 있어 왔다(장애우X → 장애인O, 휠체어장애인X → 휠체어이용 장애인O, 정상인X→ 비장애인O 등).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 장애·장애 문제·장애인 운동의 사회적 이해》 김도현, 메이데이, 12,000원, 211쪽, 2007년

그래서 김도현 씨가 쓴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 장애·장애 문제·장애인 운동의 사회적 이해》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15년 전에 나왔지만, 지금 읽어도 유용한 점이 많다. 저자는 이 책이 “장애 문제를 거의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고민을 던져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책의 장점은 일단 얇고, 장애의 개념과 장애인 운동이 제기하는 구체적 요구들을 쉽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장애인들이 왜 싸우는지, 이 사회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비장애인 장애 인권 활동가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뇌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장애에 대한 정의

저자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적-비장애중심적 이데올로기 때문에 장애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렵고, 신문·TV·인터넷 등을 통해 투사되는 장애의 이미지는 대부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데 봉사”한다면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회적으로 규정된다”고 말한다.

장애에 대한 주류 사회의 정의는 “[심신의] 손상이 곧 장애”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반박하며 “손상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장애로 된다”고 말한다. 즉, “장애란 사회의 완전한 참여에서 불필요하게 고립되고 배제됨으로써 우리의 신체적 손상에 덧붙여 부과되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

“장애인들이 일상이나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건 손상 때문이 아니다. 진짜 원인은 차별이다. 사회가 심신의 손상을 가진 이들을 차별을 통해 배제하니까 ‘장애인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장애는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회 환경과 맥락에 따라 어떤 상황에선 장애인이 되고 다른 상황에선 장애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가령 휠체어를 탄 사람은 계단이나 버스를 이용할 수 없어 장애인이 된다. 반면 저상버스를 타면 수월하게 이동이 가능해 장애를 경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반자본주의

우리 모두가 장애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첫째, 장애인을 둘러싼 다양한 차별과 억압은 ‘장애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과 효율성의 논리에 병들어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째, 장애인의 인권을 쟁취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파괴적인 자기 논리를 극복해 가는 과정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좌파적 장애인 운동이 반자본주의 운동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도 이 지점에 크게 공감한다. “장애인의 인권을 확장해 나가는 활동은 바로 경쟁 및 효율성의 원칙과 대척점에 서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책에서는 근대 자본주의에서 우생학이라는 이름하에 장애인을 대상으로 대학살이나 강제 불임수술이 행해진 역사적 사실을 고발한다. 이런 일은 나치 치하의 독일뿐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대부분에서 벌어졌다.

또, 최근 장애인들이 지하철 시위를 하며 요구하는 이동권, 교육권, ‘탈시설’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도움이 된다.

장애인 운동이 더 큰 대중운동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장애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