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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증보 검찰 수사권 박탈 논란:
권력자들 간의 이해 갈등 속에 서민층이 피해 볼 수 있다

중제목 “검찰 수사권 박탈 — 권력 다툼이 본질이지만 서민층이 피해 볼 수 있다”의 본문 내용을 논지가 더 분명하고 쉽게 이해되도록 수정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검찰 수사권의 단계적 박탈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에 합의한 지 사흘 만에 합의가 깨졌다.

합의 당사자인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이 재논의를 직접 거론했다. 윤석열이 중재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파기의 후폭풍이 다른 쟁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4월 25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시작하자마자 고성과 항의가 오가다가 청문 절차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끝났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요구한 자료 대부분을 한덕수 측이 제출하지 않은 것이 쟁점이 됐다.

애초 여야간 합의된 검찰 수사권 관련 중재안은 검찰에 남아 있는 직접 수사 대상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부패·경제 관련 수사권만 중수청 설립 때까지 남기고 나머지는 올해 안에 수사권을 박탈하는 내용이다.

이 합의대로 입법이 되면, 윤석열 정부와 소수파 여당이 거대 야당을 상대할 중요한 무기 하나를 포기한 셈이 된다.

그래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반발이 컸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가 중단될까 봐 예민하게 반응했다. 〈조선일보〉는 이 합의로 피해를 볼 수사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핵발전소 서류 조작 등을 콕 집어 거론했다(4월 25일 사설). 모두 문재인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사안들이다.

요컨대, 국민의힘 강경파의 불만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견제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상대방 비리에 대한 ‘선택적’ 수사권일 뿐이다.

합의가 흔들리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단독 처리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합의와 파기 과정 모두 결국 신구 정권이 새 정부 임기 초 기선 잡기로 이 문제에 임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검찰 수사권 합의와 파기 과정은 신구 정권이 새 정부 임기 초 기선 잡기로 이 문제에 임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출처 국민의힘

윤석열이 말하는 공정은 위선

우파는 4월 22일 합의를 두고 정치인 비리 수사를 덮는 야합이라고 비난한다. 검찰총장 김오수도 고검장들과 집단 사표를 내면서 이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은 권력층 눈치나 봐 왔고, 서민 피해 사건에는 별 관심도 없었던 것이 진실이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이 합의를 맹비난했다.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빼버린 것이다. 자기 범죄를 덮고 수사를 뭉개기 위해 여야가 정치적으로 야합했다. …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나.”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 합의로 인해 국민의힘이 검찰 수사권 박탈에 반대한 명분이 약화된 것을 걱정하는 것뿐이다. 이들도 정권이 교체된 만큼 검찰 권한을 옹호한다.

우파의 반발이 커지자 윤석열이 중재안에 반대했다. 윤석열은 지난주 금요일 합의 뒤 주말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중재안을 통해 자신과 처가에 대한 수사도 중단되길 내심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윤석열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을 사퇴한 것도 바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문제 때문이었는데, 당시 그는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일으켰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인수위는 25일 새 정부의 국정 방향으로 “공정·상식·실용”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장관 후보자는 아들 병역 비리 의혹에 셀프 검증으로 버티며, 검찰 수사권 문제에서 윤석열은 이득 계산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한다.


검찰 수사권 박탈 — 권력 다툼이 본질이지만 서민층이 피해 볼 수 있다

지금 다툼의 주된 대상은 검찰의 수사권·수사지휘권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지휘권이다. 이제 검찰의 지휘권자가 바뀌기 때문에 민주당은 그 칼날을 무디게 하겠다는 것이고, 윤석열은 그게 싫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어떻게 봐야 할까? 사실 기소권을 가진(독점) 검사를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공상이다. 기소를 위해 수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지휘권뿐 아니라 영장청구권, 보완 수사 요구로도 수사의 방향과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민주당의 검수완박 목표가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다. 현 검찰에서 그런 권한을 뺏는다면, 결국 민주당이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수사권·기소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를 신설했듯이, 경찰 국가수사본부을 강화하거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따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중수청은 지금 만들어도 새 조직의 구성 권한(임명권 등)을 윤석열이 행사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을 먼저 약화시키고 보자는 것이다. 이런 무리한 시도가 현실에서는 경찰 권한만 강화되는 허술한 법안으로 구현된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민주당이 경찰 권한을 강화하는 것의 문제점을 경고한다. “과거 집회시위 탄압을 보면 경찰이 절대 덜하진 않았다. ... 수사지연이나 과소수사를 통해서도 정치력(?)은 발휘될 수 있다.”(〈경향신문〉 4월 25일)

사실 수사기관이 기소 의사가 없어서 “수사 지연이나 과소 수사”를 하는 경우는 대체로 서민 피해, 산업재해, 특권형 부패 같은 사건일 것이다. 이런 사건들에서 노동자·서민이 불복을 해도 무관심과 무시로 대하는 것은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강력하게 행사할 때도 빈번했다. 그래서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검찰이나 국민의힘의 논거도 설득력이 없다.

다만 특정 사건의 여론이나 항의 행동이 일어나 압력이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검찰이 재수사를 하는 경우들이 있었다. 그런 경우에 이용할 항의 절차를 민주당 법안이 축소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그동안의 검찰 수사를 불신한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서민, 민생 사건의 범죄피해자가 사실상 불복 절차가 없어짐으로 인해서 ... 피해를 입게 될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이냐.”(CBS 라디오 〈한판승부〉 4월 22일)

물론 이런 경우에도 서민층 피해를 구제케 하는 진정한 동력은 항의 투쟁에 있다. 그런데 민주당식 사이비 개혁을 지지해서는 그런 투쟁을 만들기가 어렵다.

결국 신기루에 불과한 민주당의 검찰 개혁 목표가 오히려 기존의 문제점은 해소하지도 못하면서 경찰 강화라는 부작용만 낳는 것이다.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과 경찰 강화를 대국민 사기극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특히 검찰이나 국민의힘에 우려나 반감이 있는 개혁염원층을 겨냥한 데마고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