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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식량 위기 심화시킬 살인적 폭염

인도 정부는 흉작으로 밀 수출을 금지했다 ⓒ출처 Steven dosRemedios

5월 초부터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무시무시한 폭염이 인도와 파키스탄을 강타했다. 대부분의 부유층·중간계급 주민들은 가장 더운 시간대에 두문불출하며 에어컨 바람을 쐴 경제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은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이다.

건설 노동자 툰드레 씨는 절망적 상황을 토로했다. “더위가 혹심해요. 그런데 일하지 않으면 어떻게 먹고삽니까? 며칠 일하면 지쳐서 며칠을 꼼짝없이 앉아만 있어야 합니다.” 아침 9시에 이미 기온이 섭씨 36도에 이른다. 다르샨 무키야 씨는 83세의 아버지를 수레에 태우고 맨발로 걷는다. 아버지를 관공서에 제때 모시고 가야만 복지 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키야 씨는 〈이코노믹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냉방기는커녕 선풍기도 없어요. 저 같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더위를 식히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염된 강물로 몸을 적시는 것뿐이다.

근처 다리 그늘에 위치한 야외 학교에도 선풍기가 없다. 그 위로는 델리 도시철도 열차가 지나가는데, 그 열차의 냉방칸들은 그 조그마한 사치라도 누릴 수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시골

원래 이 무상 학교에는 30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폭염으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더위를 피하고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농촌 상황도 좋지 않다.

고온 때문에 곡물 농사와 민생이 파탄나자, 지난주 인도 정부는 밀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정부는 올해 밀 수확량을 1억 1100만 톤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5월이 되자 전망치는 1억 500만 톤으로 낮아졌다. 이제 밀 거래상들은 실제 수확량이 1억 톤이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밀뿐 아니라 다른 주요 식량 생산량도 급감할 공산이 크다. 이미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인플레이션 위기 때문에 인도의 강경 우익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패닉에 빠지고 있다. 모디 정부의 곡물 수출 중단 조처는 빈곤층을 기아에서 구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식량 가격을 낮춰서 갈수록 커지는 분노를 정부에서 돌리려는 정치적인 노력이다.

국제 시장은 모디 정부의 계획에 불만이 크다. “모두가 수출을 제한하고 시장을 폐쇄하기 시작하면 위기는 더 악화될 것이다.” 독일의 농업부 장관 젬 외즈데미어의 말이다. 이 독일 녹색당 정치인은 재난에 직면해 자유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정치인들의 무리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원리는 현재 인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치명적인 폭염이 전 세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과감한 기후 대응책을 가로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