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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적 갈등의 무대가 된 솔로몬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중 갈등도 첨예해지는 가운데, 남태평양의 섬나라들도 미·중 갈등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4월 19일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솔로몬제도에 무장 경찰과 군대를 파견하고 해군 함정을 배치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미 3월에 협정 소식이 흘러나올 때부터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해군 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기지는 미국이 동맹국들과 구축하고 있는 대중(對中) 포위망에 차질을 줄 수 있다. 예컨대 남중국해나 대만에서 미·중 간 충돌이 벌어질 때, 오스트레일리아가 미국을 돕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즉각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은 서둘러 솔로몬제도에 고위 관료들을 보냈다. 29년 만에 미국 대사관을 다시 열고, 대규모 원조도 약속했다. 일본도 고위 관료를 파견했다.

위협

미국 국무부의 한 관료는 솔로몬제도에 중국 군사 시설이 생긴다면 “미국은 상당한 우려를 할 것이고 당연히 그런 우려에 걸맞게 대응할 것”이라며 군사적 대응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시사했다.

당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스콧 모리슨(자유당 소속)도 “중국 해군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지배층 일각에서는 솔로몬제도를 “침공·장악”해 “정권 교체”를 꾀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하게 나왔다. 푸틴이 인접국에 나토 기지가 생기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똑같은 논리다.

이런 압박에 솔로몬제도 총리 소바가레는 “우리는 침공 위협을 받고 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며칠 전 총선에서 승리한 오스트레일리아 노동당도 오스트레일리아의 제국주의적 이해관계를 지키는 데서는 자유당과 큰 차이가 없다. 오스트레일리아 노동당은 국방비 지출을 전임 정부 수준(국민총생산의 2퍼센트)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남태평양에서 나름의 영향권을 구축해 온 제국주의 국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자국의 ‘뒷마당’으로 여기는 남태평양 국가들에 중국이 차관과 인프라 사업을 제공하며 영향력을 키우는 것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해 왔다. 미국은 이런 오스트레일리아의 이해관계를 아울러 ‘쿼드’나 오커스(AUKUS) 등 대중 압박 동맹에 오스트레일리아를 끌어들여 왔다.

솔로몬제도 내의 정치도 이런 제국주의 경쟁과 뒤얽히고 있다. 2019년 소바가레 정부가 대만과 단교하고 친중 행보를 취하자, 집권 세력과 경쟁하는 말레이타주의 지배자들은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고 반중 언사를 강화했다. 이에 미국은 말레이타주에 대한 원조를 10배로 늘렸고 현지 지배 집단은 이를 이용해 입지를 강화했다. 지난해 11월에 일어난 반정부 시위는 코로나19 정책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이런 경쟁과 뒤얽히면서 벌어진 것이다.

5월 21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이 솔로몬제도와 맺은 수준의 안보 협정을 다른 남태평양 국가들과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에서 3000킬로미터 떨어진 키리바시도 그중 하나다. 남태평양을 둘러싼 쟁탈전이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